일일오끼 - 경북 포항

이맘때 경북 포항 구룡포 삼정리 해변을 걷노라면 바닷바람 맞으며 꾸덕꾸덕 마르고 있는 과메기를 쉬이 볼 수 있다. 포항의 겨울을 대표하는 풍경이다. 과메기는 11월부터 1월 말이 제철. 전국 과메기의 85% 이상이 포항에서 난다.
구룡포 과메기 11~1월 제철
이냉치냉 물회, 가성비는 칼제비
3대가 70년 이어온 명물 빵집도

과메기를 김이나 배추 위에 올리고 미역·꼬시래기 등을 곁들여 먹는다.
과메기는 본디 청어를 말려 먹는 음식이었으나, 현재는 꽁치가 더 많다. 1960년대 이후 청어 포획량이 크게 줄면서, 북태평양산 꽁치의 비중이 늘었다. 어종이 다르니 맛도 다르다. 꽁치는 비린내가 덜한 반면 감칠맛이 강하다. 자극적인 바다 향을 즐기는 고수는 청어를 선택한다. 보통은 꽁치 과메기만 취급하지만, 호미곶의 ‘새천년회대게’처럼 꽁치와 청어 과메기를 모두 다루는 식당도 있다. 과메기는 쌈으로 싸서 먹는 게 일반적이다. 김이나 배추 위에 과메기를 올리고 미역·꼬시래기·마늘종·미나리·고추·마늘 등을 곁들여 먹는다. 생으로 먹는 것보다 비린내는 적고 쫄깃한 식감도 살아 있다. 두말할 것이 소주·막걸리와 찰떡궁합이었다.
칼칼한 국물이 당길 때

구룡포는 TV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공효진·강하늘이 앉았던 구룡포 공원에서 일대가 내려다보인다.

미역초(장치)와 국수를 넣어 얼큰하게 끓이는 모리국수. 구룡포 어민의 전통 먹거리다.
“요즘은 대개 아귀를 넣고 끓이는데, 미역초를 넣어야 진짜 모리국수”라고 40년 경력의 수산물 중매인 황보관현(61)씨가 귀띔했다. 벌레문치·장치 따위로 불리는 이 어종은 못생긴 외모와 달리 살이 튼실하고, 비린 맛이 덜해 예부터 매운탕 거리로 즐겨 먹던 어종이란다. 하여 현지인은 ‘매일민속동동주’를 최고 국숫집으로 꼽는다. 동네에서 유일하게 미역초로만 모리국수(2인분 1만4000원)를 내는 집이다. 속이 허한 날, 해장이 필요한 날 첫 번째로 떠올려야 할 식당이다.
뜨끈한 시장의 맛
포항 최대의 번화가는 예나 지금이나 죽도시장이다. 15만㎡(약 4만5000평) 규모로 동해안에서 가장 큰 어시장이다. 시장에 처음 발 들인 사람은 그 엄청난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지게 된다. 25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농산물·수산물·이불·그릇 장터 등 각양각색의 점포 2500여 개가 들어서 있다. 횟집만 해도 족히 150개가 넘는다.

죽도시장 수제비골목의 인기 메뉴 ‘칼제비’. 칼국수와 수제비가 반반 섞여 있어 ‘칼제비’다.

65년 내력 ‘장기식당’의 소머리 곰탕. 국물은 맑지만, 맛은 깊다.
‘빵순이·빵돌이’는 여기로
포항에서 횟집 취향을 물으면 의견이 엇갈릴지 모르나, 빵집에 관해서라면 대답은 하나다. 열에 아홉이 포항의 구도심인 육거리 인근의 ‘시민제과’를 가리킨다. 해방 직후인 1949년 팥죽과 찐빵을 내는 ‘시민옥’으로 출발해 올해 칠순을 맞는다. 포항에서 제일 오래됐을 뿐 아니라, 전주 ‘풍년제과(1951)’ 대전 ‘성심당(1956)’보다 형님뻘이다. 그 시절 청춘의 미팅 장소였음은 물론이다. 80~90년대 직원 100여 명을 두고 빵 공장 두 곳과 분점 10개를 뒀을 만큼 잘 나갔다. 2005년 구도심 상권의 쇠퇴로 간판을 내리기도 했지만, 13년 후인 2018년 다시 가게를 열었다.

단팥빵과 연유바게트를 든 시민제과 진정하 사장.
국민 별미가 된 어부의 밥상

영일대 해수욕장 ‘마라도회식당’의 물회 상차림.
포항 물회는 어민의 밥상에서 뿌리를 내렸다. 새벽부터 뱃일에 나선 어부가 서둘러 끼니를 때우기 위해 해 먹던 음식이다. 생선·고추장·밥을 대접에 때려 넣어 비벼 먹고, 물을 부어 입가심하던 문화가 그대로 포항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물회가 목적이라면 영일대 해수욕장 ‘설머리 물회 지구’를 찾아가자. 물회를 내는 식당 20여 곳이 해변을 따라 늘어서 있다. 그중 35년 내력의 ‘마라도 회식당’은 전국 티맵 이용자가 두 번째로 많이 검색한 포항 식당(20년 7~9월, SKT)이다. 우럭에 배·오이만 간단히 올리는 전통식 물회(1만5000원)도 있고, 전복·해삼·소라·멍게까지 올리는 ‘최강달인물회(2만3000원)’도 있다. 물회 하나만 시켜도 매운탕과 가자미찜이 깔린다. 손휘준(60) 사장의 말대로 “바다가 입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포항=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