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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란듯 秋가 읽은 檢비판 책…저자는 19년전 검사 1년 했다

중앙일보 2020.12.10 11:02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회에 참석하며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가방에서 꺼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회에 참석하며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가방에서 꺼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언론에 보란 듯 국회 본회의장에서 읽고 '독후감'을 쓴 책.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검사 출신 변호사의 신간으로 바로 독파했다"며 적극 추천한 검찰 비판서가 있다. 이연주(47) 변호사가 쓴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란 제목의 책이다.
 

조국도 "바로 독파했다" 추천, 檢내부는 "황당" 분위기

부제로는 "검찰 조직의 민낯을 거침없이 폭로한 르포르타주"란 설명이 달린 이 책은 지난달 출간돼 인터넷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윤 총장과 검찰을 비판하는 이 변호사의 페이스북에는 여권 지지자들의 댓글이 수백개씩 달린다. 법무부에서 양성평등 업무를 맡고있는 서지현 검사도 "기대된다"는 댓글로 호응했다.  
 

檢내부 "저자, 19년 전 1년 근무가 전부" 

하지만 대부분의 현직 검사들은 이 책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낸다. 검찰을 비판한 책이란 이유도 있겠지만, 이 변호사의 '검사 경력'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2001년 인천지검의 검사로 임관해 1년간 근무한 뒤 2002년 검찰을 떠났다. 그리고 18년이 지난 올해 11월 이 책을 출간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읽던 중 '특수통 검사들은 총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시키려'라는 부분에 밑줄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읽던 중 '특수통 검사들은 총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시키려'라는 부분에 밑줄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현직 검사는 "19년 전 자신이 1년간 겪은 일로 지금 검찰을 매도하는 것에 대해 검사들은 정말 황당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검사 경력 1년이면 검찰업무에 대해 맛만 본 정도"라며 "검사 1년 한 변호사의 책을 왜 법무부 장관이 본회의장에서 읽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檢조직 흡수되지 않아 비판" 반박

하지만 이런 검찰에 비판에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변호사가 검찰에서 1년간 근무했기에 검찰 문화에 흡수되지 않고 검찰을 비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에 오래 있으면 조직논리에 젖거나 검찰 상대로 영업을 해야하니까 비판할 수 없는 부분을 느끼는 그대로 말할 뿐"이라 했다. 
 
이 변호사는 책을 통해 초임 검사 시절 부장검사가 룸살롱을 가라고 한 일화, 스폰서를 통해 용돈을 받고 술자리에 대기업 간부를 부르는 이야기를 풀어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 변호사가 초임 검사 시절 겪은 일들을 보며 그를 안쓰러워하는 검사도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 내부에서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던 임은정 부장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가까운 사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이연주 변호사의 책을 "생생한 증언"이라며 적극 추천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이연주 변호사의 책을 "생생한 증언"이라며 적극 추천했다. [연합뉴스]

왜 하필 지금, 與지지자들 적극 호응  

하지만 많은 검사들은 이 변호사가 여권에서 검찰 개혁을 주장하며 지지자를 결집하고 윤 총장을 해임하려는 현 시점에서 책을 낸 이유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결국 책이 팔릴만한 시기에 목소리를 내는 것 아니냐"며 "이 변호사가 일했던 검찰과 지금 검찰은 정말 많이 변했다"고 했다. 한 검사 출신 여성 변호사는 "단 1년간 검찰에서 일한 변호사의 책이 왜 이렇게 많은 여권 인사들에게 주목을 받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추 장관은 9일 이 변호사의 책을 읽은 뒤 페이스북에 "검사의 직무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처지에 놓인 검사들은 '국민을 배반할 것인가, 검찰을 배반할 것인가' 라는 진퇴양난에 빠진다"는 책 구절을 인용하며 "공수처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후기를 남겼다.
  
이 변호사의 이런 검찰 비난이 여권에 이용만 당할 뿐 검찰 개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검찰개혁 업무에 관여했던 한 변호사는 "검찰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부의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검찰 개혁이라 생각한다"며 "이 변호사의 책은 그런 검찰 개혁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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