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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주택 분양보증은 서민 재산권 지키는 일

중앙일보 2020.12.10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백성준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백성준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담하고 있는 주택 분양보증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시장을 개방하면 경쟁을 통해 보증료가 내려가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고, 절차의 간소화 등을 통해 중소 건설사가 보증을 더욱 원활하게 발급받아 주택 공급도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제시한다.
 
주택 분양보증 수수료에 경쟁을 붙이면 분양가격이 내려갈까? 그렇게 보기는 힘들다. 주택건설 사업비 중 보증수수료는 0.4~0.5%에 불과하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HUG는 지속해서 보증료를 인하했지만, 보증료 인하로 분양가격이 내려가지는 않았다. 사업 주체가 부동산 시장을 반영해 분양가격을 결정하기에, 보증료 인하 효과는 소비자의 이득이 아닌 사업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시장이 개방되면 중소 건설사들이 원활하게 보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것도 지나친 낙관이다. 민간회사는 속성상 리스크 관리 및 수익성을 중시한다. 중소 건설사보다는 대형 건설사 위주로, 사업성 좋은 수도권 중심으로 선별적 보증을 취급할 것이다. 오히려 중소 건설사의 부담은 커지고 지방의 주택 공급도 위축될 수 있다.
 
그간 주택 분양보증에서 공공성이 강조된 것은 서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이었기 때문이다. 주택 분양보증 사고는 경제위기 시 집중되는 특성을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후 HUG는 3년간 2조3639억원의 금액을 보증 이행했다. 또다시 짧은 기간에 보증이행이 몰린다면 민간보증회사는 부도를 낼 수도 있다. 민간회사의 보증의무는 결국 국가가 떠안게 된다. 호경기에는 민간회사가 이득을 누리고, 불경기에는 국가와 국민이 책임지는 형국이 초래된다.
 
자유시장경제에서 경쟁 도입은 늘 환영받았다. 하지만 환경 문제나 사회적 가치가 있는 사업 영역에서의 경쟁은 반길 일만은 아니다. 주택 분양보증 시장 개방도 그렇다. 개방해도 분양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중소 건설사에 이득이 되는지도 불확실하며, 자칫 지방의 주택공급 축소나 서민의 재산권 보호 기능의 약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국민의 관심사인 주택 분양을 다루는 보증은 공신력 있는 공기업에 의한 안정적 관리가 우선이다. HUG의 과제도 있다. 특히 최근 고분양가 심사기준 등을 공개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어, 내부규정을 공개해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실무자와 정책결정자는 주택 분양보증이 안전망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백성준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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