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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90명, 극단선택 응급실행…“도움 필요했을 뿐” 33%

중앙일보 2020.12.10 00:02 종합 14면 지면보기
생명의 전화

생명의 전화

A씨(70대)는 8년 전쯤 건설현장 일용직 일을 그만뒀다. 젊은 시절부터 해왔던 일이지만 더는 버텨내지 못했다. 힘이 부쳤다. 허리 디스크·고혈압·당뇨병 등 지병도 그를 괴롭혔다. 일을 놓으니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워졌다. 기초연금을 빼곤 마땅한 수입이 없었다. 자녀들에게 손 내미는 날이 잦아졌다. 그러다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생명 그 소중함을 위하여 (39)
정부 사후관리 지원받은 환자
재시도율 낮아지는 등 큰 효과
당사자가 거부하면 불가능
“동의 없어도 상담 등 지원해야”

A씨는 슬픔과 외로움이 얽힌 감정을 떨치려 술을 자주 입에 댔다. 건강은 더욱 악화됐다. 자녀들과도 멀어졌다. A씨는 어느 날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불만을 쏟아낸 자녀들에게 무척 서운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급기야 A씨는 “내가 죽든 말든 상관하지 말고, 연락하지도 말라”고 화를 냈다. 이후 A씨는 간경화 진단까지 받았다. 그는 삶의 의욕을 잃었다. 한 차례 극단 선택을 시도했다.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한 달 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 시도는 심각하다. 대부분 충동적으로 이뤄지지만 재시도할 위험이 일반인보다 25배 높다. 자살률을 줄이기 위한 한 방법으로 자살시도자의 사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하루 평균 90명이 자살을 시도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3년간 자해 및 자살시도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최근 3년간 자해 및 자살시도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9일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자해 및 자살을 시도해 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는 9만8065명에 달한다. 2017년 2만8278명에서 2018년 3만3451명, 지난해 3만6336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 기간 전체 6016명이 병원 치료 도중 숨졌다. 9만2049명은 제2의 삶을 얻었다.
 
정부는 퇴원한 자살 시도자들이 다시 끈을 놓지 않도록 사후관리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문적인 상담과 지역사회 연계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지난해 기준 전국 63개 응급 의료기관에 132명 전문인력이 참여했다.
  
사후관리 지원자 45%, 극단선택 재시도
 
사후관리 후 자살 재시도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사후관리 후 자살 재시도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지난해 사후관리사업 지원자 2만1545명의 실태를 분석했다. 절반 가까운 응답자(44.8%)가 자살 재시도자였다. 5회 이상 시도한 경우가 10.2%였다. 앞으로 “6개월 안에 자살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4.7%였다.
 
이정재 단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 시도로 병원에 실려온 환자의 대부분이 자신의 행위를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공하지 못한 걸 한탄하고 삶에 부담을 느끼고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응답자의 33.2%가 ‘도움을 얻으려고 했다. 정말 죽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고 답한 점이다. 이들에게는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31.3%는 ‘정말 죽으려고 했다. 그럴만한 방법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이렇게 답한 사람도 손을 잡아주면 달라진다.
 
B씨(31)는 지난 6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의식을 잃은 채 인제대 부산백병원 응급실에 실려왔다. 그는 “정말 죽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을 받고 한 달 입원했다. B씨는 응급실 사후관리사업 정신건강전문요원의 끈질긴 설득을 받고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는 직장을 잃고 고시원에서 홀로 생활하며 삶의 의지가 꺾였다. 현재는 기초생활수급권자 자격도 얻었다.
 
박은경 백병원 사후관리사업 사례관리자는 “지금은 B씨가 그때 상황을 떠올리면 매우 괴로워한다.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며 “주변의 도움에 감사를 계속 표한다”고 말했다.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B씨처럼 전문가 도움을 받으면 마음을 고쳐먹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후관리사업 담당자의 서비스를 받은 사람의 사망률은 5.9%, 그렇지 않은 사람은 14.6%이다. 한 해 200~300명의 생명을 구한다. 이렇게 분명히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자살 재시도율은 올라간다. 2017년 5%였던 재시도율이 2018년엔 7.4%, 2019년엔 8.7%다.
 
사후관리사업을 하는 응급실이 63개에 지나지 않는다. 매년 조금씩 늘다 보니 전국을 제대로 커버하지 못한다. 또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지난해 자해나 자살로 응급실을 찾은 3만6336명 가운데 59.3%만 동의했다. 강물에 뛰어든 C씨(47)가 그랬다. 그는 사업이 잘되지 않자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그는 “뛰어든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지 않겠지만, 외부에 호소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 상담은 거부했다.
  
청년 4명 중 1명 “극단선택 생각한 적 있다”
 
자살시도 동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자살시도 동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더욱이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블루로 인해 정신건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청년 4명 중 1명가량이 코로나19 이후 자살 생각을 해봤다고 한다(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조사). 청년층 자살시도율도 높은 편이다.
 
인재근 의원은 “여전히 사후관리사업 참여기관과 담당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자살 시도자의) 서비스 제공 동의율을 높이고, 자살 재시도율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일환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본인이 동의하기 전이라도 사후관리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현재 국회 논의단계”라며 “또 자살 시도자에 대한 사후관리체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민욱 기자, 백민정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중앙일보·안실련·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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