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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짜고 치는’ 검찰총장 징계위, 누가 수긍하겠나

중앙일보 2020.12.09 00:02 종합 34면 지면보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덮어씌워진 여섯 개 징계 ‘혐의’는 하나같이 엉성하다.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감싸며 감찰을 방해했다는 게 그중 하나인데, 근거는 두 사람이 전화 통화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많이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은 주요 사건들을 지휘하는 자리에 있었다. 수사가 계속되고 있거나 재판 중인 사건에 관해 윤 총장이 물을 일이 많았을 수 있다. 그걸 떠나 오랫동안 함께 일한 사람들이 자주 연락한 게 무엇이 문제라는 말인가.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게다가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통화 내역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았다.
 

내용·절차 모두 문제투성이인데 10일 강행
“절차적 정당성” 주문한 대통령 지시 거역

여섯 가지 중 제법 그럴듯해 보였던 게 ‘판사 사찰’이다. 그런데 그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참석자들이 이 사안을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대다수 판사가 공개된 판사 개인정보를 모아 자료로 만든 것을 사찰로 볼 수 없다고 본다는 뜻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엄청난 불법행위가 드러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로 끝나 간다. 나머지 징계 청구 사유도 ‘적극적으로 대선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하지 않았다’ 등 도무지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추 장관은 10일 법무부 징계위원회 소집을 강행키로 했다. 징계 청구 내용만큼이나 절차도 황당하다. 징계위원이 누군지 윤 총장에게 알려주지도 않는다. 이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입사시험 면접관을 알려달라는 것”이라고 궤변을 펼쳤다. 그의 말이 맞다면 앞으로 모든 송사에서 어떤 판사가 재판을 맡는지를 공개하지 않아야 하고, 재판에서 법관들이 가림막을 치거나 가면을 써야 한다. 김 의원에게 법률가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윤 총장 징계위원회 참여도 부당하다. 공정한 판단을 도저히 기대할 수 없다. 그는 최근까지 월성 원전 관련 검찰 수사의 핵심 대상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변호인이었다. 그리고 추 장관의 윤 총장 쫓아내기 목적 중 하나가 이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 관계자인 이 차관에게 징계의 칼을 쥐여줬다. 학교폭력위원회가 가해 학생 부모에게 징계 결정권을 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징계위는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추 장관은 ‘짜고 치는’ 징계 절차를 그대로 밀어붙여 대통령 말을 허언으로 만들려고 한다. 레임덕 현상이 내부에서 나타나 장관이 ‘거역’하는 것인지, 대통령의 말과 의중이 따로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문 대통령이 진심으로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한다면 이 엉터리 징계위를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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