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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통과 3분만에 "전속고발권 유지"···정의당까지 뒤통수 친 與

중앙일보 2020.12.08 22:49

“배진교 의원이 사기당했다. 여당 간사가 사기치고 있는 것이다.”(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경제 관련 3법 가운데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전속고발권 폐지로 통과했다. 하지만 정무위 안건조정위 의결이 끝난 직후 더불어민주당은 “전체회의에서 폐지 조항을 삭제하는 수정안을 올려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상임위 의결 3분여 만에 여당이 자신들이 통과시킨 법안을 뒤집겠다고 의견을 낸 건 국회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캐스팅보터 배진교 제거 작전

 
이날 정무위 안건조정위는 진통을 이어갔다. 비슷한 시각 함께 열린 법사위 안건조정위가 모두 끝나 전체회의를 마칠 때까지도 계속됐다. 정무위 안건조정위원으로 참여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의 ‘캐스팅 보터’ 역할 때문이다. 6명으로 구성되는 정무위 안건조정위는 제1 교섭단체인 민주당에서 3명, 제2 교섭단체인 국민의힘에서 2명, 비교섭단체에서 1명으로 구성된다. 3분의 2 찬성으로 의결되는 구조이기에 비교섭단체 몫 위원의 선택이 찬반을 가르는 캐스팅 보터 역할을 했다. 배진교 의원이 그만큼 중요했다는 의미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사참위법에 대한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최예용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문승욱 국무2차장. 오종택 기자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사참위법에 대한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최예용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문승욱 국무2차장. 오종택 기자

 
하지만 법사위 안건조정위에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민주당과 같은 의견을 낸 것과 달리 정의당 배 의원은 첫 번째 조정위인 사회적참사법(사회적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부터 민주당과 다른 의견을 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 법안에 공동발의로 참여했기에 무리 없이 찬성표를 던질 거란 예상을 깨고, 수정안 논의 중 특별사법경찰관을 통한 수사권 부여 내용이 빠진 것을 문제 삼는 식으로 반론을 제시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아군의 이탈이었기에 종일 진땀을 뺀 끝에 7시간 만에 안건조정위에서 의결됐다.

 
이후 오후 6시부터 이어진 공정거래법도 안건조정위에서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이때도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중심에 섰다.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이 수정안에 포함된 것에 대해 배 의원이 입장문을 배포하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전속고발권 폐지를 의결을 이끌어낼 카드로 삼았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만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당초 공정거래법 정부 원안에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검찰에게도 고발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문 대통령 공약 사항이다. 과거 공정위가 고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경제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재계는 “기업활동이 위축될수 있다”며 반발해왔다. 민주당은 논란이 심한 전속고발권 폐지를 이번 안에서 빼기로 했었다. “지금 상황서 검찰에 힘을 더 실어주는 모양새”(민주당 관계자)라서다. 하지만 민주당은 전속고발권 전면폐지를 담은 공정거래법을 발의했던 배 의원의 찬성 표를 얻기 위해 당초 방침을 선회, 전속고발권 폐지가 담긴 정부안을 올려 그의 찬성을 끌어냈다. 두 번째 안건 조정위는 1시간 30 분만에 찬성 4인 기권 2인(국민희힘)으로 의결됐다.
 
이후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안건조정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속고발권 존속 문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그대로 현행 유지하는 내용으로 수정안을 내서,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이라며 “지금은 안건조정위니까 (정부안으로) 결론이 나도 전체회의서 수정해 가결할 수 있다”고 발언하며 의결 내용을 뒤집었다. 이에 정무위 안건조정위에서 민주당과 손을 잡았던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전속고발권 유지는)제 입장에선 수긍할 수 없다”면서 “안전조정위를 통과시키기 위해서 그랬다고 밖에 생각이 안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배 의원을 끌어들여 4대 2 만들어 안건조정위를 통과시킨 후, 다시 전체회의를 통해 이를 뒤집겠다는 거다. 정말 충격이다”(윤창현 의원), “여기서 3대3이 나오면 안건조정 소위로 가니까 거짓말로 통과시키고 자기들 수가 많은 본회의서 수정시킨다는 것”(성일종 의원)이라며 반발했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안건조정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안건조정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관련 법상, 안건조정위에서 의결된 내용도 전체회의서 수정이 가능하다. 국회 관계자는 “안건조정위에서 의결된 내용도 전체회의에서 수정 통보하면 수정이 가능하다. 전체회의에는 안건조정위에 들어갔던 사람이 다 참여하기 때문에 토론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3분 만에 의결 내용을 뒤집는 강수를 둔 것은 이번 정기 국회 내 주요 법안처리를 강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법사위보다 정무위가 너무 속도가 안 나 ‘구멍’이라는 말도 나왔다. 아마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열린 세번째 안건조정위에서 금융그룹감독법도 의결됐다. 민주당은 이날 밤 늦게 전체회의를 열어 안건조정위를 거친 법안 3건을 모두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해리·김홍범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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