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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기지국 2만개 깐다더니 2년째 0개 ‘뻥 5G’

중앙일보 2020.12.08 17:37
 ‘진짜 5G’로 불리는 28㎓ 망에 대한 기지국 수가 전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8년 이동통신 3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2020년말까지 28㎓ 대역 기지국을 2만국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지만, 10월 말 기준 구축률은 0%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5G 이동통신 서비스는 3.5㎓ 주파수 대역을 이용한 것으로, 5G 상용화 당시 홍보된 'LTE 대비 20배 빠른 속도(28㎓에서 가능)'와는 거리가 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8월 발표한 상반기 5G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에서 소비자들은 여전히 5G 품질에 불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8월 발표한 상반기 5G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에서 소비자들은 여전히 5G 품질에 불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거짓말된 ‘5G망 구축계획’
LTE보다 20배 빠른 28㎓망 전무
3.5㎓만 16만국, 계획의 3배로
제재 소극적, 이통사 봐주기 논란
김상희 부의장, "5G 요금 내려야"

2018년 이통3사, "2020년까지 2만국 구축"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입수한 ‘5G 주파수 할당 신청 시 이통사가 제출한 망 구축 계획’에 따르면 이통3사는 28㎓ 기지국을 지난해 5269국, 올해 1만4000국, 내년엔 2만 5000국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10월 말 기준 해당 기지국 구축 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3.5㎓ 대역 기지국 구축은 계획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통 3사는 올해까지 4만7000국을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10월 말 기준, 16만국이 구축됐다(준공 신고 기준). 28㎓에 대한 구축 계획은 전혀 이행하지 않고, 3.5㎓ 망 만 구축에만 집중해 온 것이다. 28㎓ 대역 주파수는 직진성이 강해 속도가 빠르지만, 전파 도달 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촘촘하게 설치해야 해 망을 까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이에 대해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주파수를 할당받고 난 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민간의 자율”이라며 “3.5㎓든 28㎓든 사업자가 사업성과 경쟁 여건 등을 고려해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올해 10월 국정감사에서 “(28㎓ 구축은) 당장은 포기라고 보셔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통사의 ‘앓던 이’를 과기부가 나서서 뽑아준 셈이다.  

 

전파법 "조건 미이행시 주파수 할당 취소" 

이통사 5G망 구축 약속 어떻게 달라졌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통사 5G망 구축 약속 어떻게 달라졌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이통3사는 2018년 과기정통부가 내세운 '의무' 조건에 따라 28㎓ 구축 계획을 제출했다. 전파법 10조 4항은 주파수 할당시 조건을 붙일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당시 과기정통부가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 '망 구축 의무'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3년간 3.5㎓ 대역에 대해선 2만2500국, 28㎓ 대역에 대해선 1만5000대 구축을 의무화했고, 이에 이통3사가 연도별 세부적인 구축 계획을 제출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2개년이 지나도록 이통사가 구축 계획을 전혀 달성하고 있지 않은데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전파법 15조 2항에 따르면 사업자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엔 주파수 할당을 취소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통사는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는 경우에도 기존에 내기로 한 주파수 할당 비용(6800억원)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 이통사로선 28㎓에 대한 할당 비용을 모두 날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3년치 1만 5000대 구축이 의무 조항이었던만큼 내년까지 이를 구축하지 않을 경우 주파수 할당 취소 등의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과기정통부가 이통사를 ‘봐주기’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막상 사업을 진행해 보니 투입되는 비용이 많은 데 비해 비즈니스 모델은 현저히 부족한 데다, 28㎓ 망에 대한 기술력 확보가 더뎌 아직은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신규 투자를 늘려야 하는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과기정통부는 2ㆍ3ㆍ4G 주파수 재할당 대가의 할인 조건으로 3.5㎓ 대역에 대한 투자(2022년까지 각사 12만국 달성)을 연계했다. 5G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잠재우고 기업의 투자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기정통부가 28㎓ 대역 구축을 의무화해 세계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당초의 목적에서 벗어나 당면한 정책 과제에만 급급해 이통사에 대한 감독 기능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만약 기술력 한계 등으로 당초 목표와는 달리 정책 방향 변경이 불가피하다면, 국민을 대상으로 충분한 설명과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희 부의장, “투자비 소비자에 전가, 요금 인하해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의원).

약속된 28㎓ 대역망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는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됐다. 당시 SK텔레콤이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5G 요금제 인가 신청서에서 비용 관련 요소로 28㎓에 대한 경매 비용 등을 포함했다. 김상희 부의장은 “이통사는 28㎓ 주파수 할당비 등 ‘투자비’를 내세우며 고가의 5G 요금을 인가 받았지만, 실제로 28㎓ 망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소비자에게 일정부분 비용을 전가한만큼 과기정통부가 요금 인하 등의 조치를 취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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