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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땐 강경했던 법관회의, 尹 판사 문건엔 ‘신중론’ 이유 셋

중앙일보 2020.12.08 15:09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년 전 동료 판사들을 향해서는 “탄핵 소추를 검토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문을 내놨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대검찰청의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을 보여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장에서 상정된 두 개의 안건, 결과는 상이

2018년 11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재판독립 침해 등 행위에 대한 헌법적 확인 필요성에 관한 선언 의안’이 현장발의 됐다. 3시간의 격론 끝에 근소한 차이로 과반수의 찬성을 얻은 수정안이 가결됐다.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특정 재판에 관해 정부 관계자와 재판 진행방향을 논의한 행위가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는 내용이었다.  
 
7일 열린 법관대표회의에서도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 확보에 관한 의안’이 현장에서 상정됐다. 그러나 “검찰의 공소유지와 무관한 법관의 정보 수집을 우려한다”는 내용의 원안과 수정안 2개를 포함해 3차례의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왜 부결됐는지를 밝히자는 내용의 의안 역시 4번의 투표를 거쳤으나 과반의 찬성을 얻는 데 실패했다.  
 

“동료 재판부의 독립성 지켜야”

판사들은 7번의 투표에서 약 20%의 찬성표밖에 얻지 못한 주된 이유로 서울행정법원에서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꼽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고,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전날 토론에서 반대 의견의 주요 논지 역시 “서울행정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추가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으로서 해당 재판의 독립을 위해 전국법관대표회의 차원의 표명은 신중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현직 판사는 “법관의 독립을 위해 검찰의 정보 수집을 막아야 한다는 의결문이 재판부에 영향을 미쳐 오히려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평했다.  
 

“정치적 논쟁 휘말리는 데 피로감 쌓였다”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판사 정보 수집 문건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는 건 아니지만 판사들이 이에 대해 목소리 내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년 전 법관대표회의 입장문이 발표되던 시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은 판사 탄핵 소추안 발의를 논의하던 상황이었다. 판사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결론적으로는 여권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에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가 “탄핵을 의결한 판사들을 탄핵하라”는 글을 올리는 등 내부 갈등도 깊어졌다.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7일 회의에 참여한 모든 법관대표가 토론 내용이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왜곡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법관대표회의에 대한 회의론

전국 3214명의 판사 중 법관대표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125명이다. 전체의 4%도 되지 않는 수다. 이들의 의견이 모든 판사의 공통된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느냐는 대표성 논란은 2년 전부터 제기됐다. 이번 법관대표회의에서도 판사 정보 수집 문건에 대한 안건이 상정되자 현직 판사가 비판 글을 올렸다. 지은희 수원지법 판사는 7일 법원 내부망에 “당초부터 답을 정해두고 일선 법관들의 의사를 형식적으로만 물어본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각급 법원의 의견수렴 결과가 어땠는지 설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적었다.  
 
법관대표회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계기로 만들어진 기구인 만큼 반대 의견을 가진 판사가 소수일지라도 강한 발언권을 얻는다는 의견도 있다. 법관대표회의 안건 채택을 반대했던 지방법원의 판사는 “해당 문건이 판사 사찰이라고 한 판사들이 결국 소수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임 법관대표회의 의장인 최기상 전 부장판사가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것도 위상이 추락한 이유라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정욱도 대전지법 홍성지원 부장판사는 “법관의 정치성 자제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어떤 파국이 오는가를 우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안에서 똑똑히 목격했다”며 “법관의 정치성은 방향이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이 언제나 악덕”이라고 비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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