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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희토류법' 시행하자…미국은 中 '아킬레스건' 때렸다

중앙일보 2020.12.08 07:00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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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에 쓸 중국의 새로운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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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잡지 디플로맷의 평가다. 1일 중국에서 시행된 법을 이렇게 봤다. ‘수출통제법(중국명 : 출구관제법)’이다. 10월 17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킨지 1달 반 만의 시행이다.
 
이게 왜 중국의 신무기인가. 법안 내 조항 하나를 읽으면 바로 파악된다. 
 
“수출통제 조치를 남용해 중화인민공화국의 안보와 이익을 해치는 어떤 국가나 지역에 대해서도 대응 조처를 할 수 있다.(수출통제법 48조)”

1일 발효한 중국 수출통제법의 조문. 전인대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다.[중국 전인대 홈페이지 캡처]

1일 발효한 중국 수출통제법의 조문. 전인대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다.[중국 전인대 홈페이지 캡처]

누가 봐도 미국을 노렸다. 화웨이와 틱톡 등 중국 기업을 제재하니 우리도 보복 조치하겠다. 이 같은 중국의 생각을 실천하기 위한 근거 법안인 거다. 
중국 수출통제법 48조 조항.[중국 전인대 홈페이지 캡처]

중국 수출통제법 48조 조항.[중국 전인대 홈페이지 캡처]

구체적으로 ▶국가안전·개발이익 침해 ▶대량파괴무기 및 운반수단 설계·개발·생산·사용 ▶테러 목적 사용 가능성 등에 수출허가제가 도입된다. 원자재와 완제품, 서비스, 기술 모두 해당된다. 군사용이든 민간용이든 상관없다. 허가 없이 수출하면 기업은 경영 금액의 5∼10배를 벌금으로 내거나 업무정지를 당한다.
 
중국 정부는 수출 통제 대상이 되는 물품이나 기술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래도 기대(?)하는 물품은 하나다.

희토류다.

시진핑 주석(오른쪽 두번째)이 지난해 5월 장시성 간저우의 희토류 생산 공장을 방문한 모습. 시 주석은 희토류를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주석(오른쪽 두번째)이 지난해 5월 장시성 간저우의 희토류 생산 공장을 방문한 모습. 시 주석은 희토류를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신화=연합뉴스]

IT 제품, 탱크나 미사일 등에 중국산 희토류를 쓰는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속내도 안 숨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기업인을 인용해 “중국산 희토류를 많이 수입하는 일본, 미국과 유럽 등이 수출통제법 시행 후 희토류를 사기 어려울까 걱정한다”며 “중국은 미국이 화웨이의 반도체 공급선을 막은 것과 관련 희토류를 보복 카드로 삼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한 희토류로 반도체를 만들고는,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반도체 수출을 막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수출통제법이 ‘희토류법’이란 평가를 받는 건 이런 이유다. 화웨이·반도체 제재 안 풀면 우리도 가만히 안 있겠다는 엄포다.

미국은 어떻게 생각할까.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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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으로 답했다. 미 국방부는 수출통제법 시행 사흘 뒤인 4일(미국시간 3일)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 SMIC(中芯國際)와 석유 대기업 중국해양석유(CNOOC), 중국국제전자상무중심그룹(CIECC), 중국건설기술(CCT)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이 리스트는 중국군이 소유하거나 통제한다고 미국 정부가 의심하는 기업 리스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021년 11월부터 미국 투자자는 이들 기업의 주식을 사지 못한다. 중국 수출통제법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재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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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안 끝난다. 미 국무부는 같은 날 중국 공산당원 비자제한 조치를 내놨다. 중국 공산당원이나 직계 가족이 받을 수 있는 미국 방문 비자(B1·B2 비자)의 유효기간을 10년에서 1개월로 단축했다. 방문 비자를 통해 입국할 수 있는 횟수도 1회로 제한했다. 약 9200만명인 중국 공산당원에 가족까지 포함하면 2억7000만명이 제한 조치의 영향권이다. 국무부는 “이번 결정은 중국 공산당의 해로운 영향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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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인원을 미국이 모두 파악할 수는 없다. 뉴욕타임스(NYT)도 “일반 공산당원은 인터뷰 등을 통해 걸러내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 간부는 다르다. 특히 많은 수의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유학 등으로 미국에 자녀와 가족을 보내놨다. 당장 미국 체류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중국 지도층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수 있는 셈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로이터=연합뉴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로이터=연합뉴스]

NYT가 “중국이 자국 지도층을 겨냥한 이번 미국 지침에 분노할 것”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실제로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 공산당에 대한 혐오와 비정상적 사고를 거두라”고 반발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한 일이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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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아직 트럼프의 대중국 기조와 다르지 않다. 바이든은 1일 토머스 프리드먼 NYT 칼럼니스트와 인터뷰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나 중국산 수입품 절반가량에 25% 관세를 부과한 조처를 즉각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가진 옵션을 훼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제 바이든의 민주당은 공화당과 함께 중국을 압박했다. 미국 회계감사 기준을 따르지 않는 외국 기업을 증시에 상장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2일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 통과했다. 사실상 중국 기업을 겨냥했다. 알리바바나 바이두 등 중국 대기업도 미 증시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  
 
수출제한법의 의도까지 언론에 공개해 미국에 으름장을 놓으려던 중국이다. 하지만 미국은 더 예리한 제재로 중국에 답했다. 현재로선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대중국 정책에 실용적으로 접근할 것”이란 인민일보나 신화통신의 기대 섞인(?) 보도보다는 “수년간 전개돼온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기술 갈등이 격화할 것(NYT)”이란 예측에 힘이 실려 보인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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