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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공무원 구속, 도 넘었다?"…法 증거인멸은 안봐준다

중앙일보 2020.12.08 05:00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대전 고검을 방문해 이두봉 대전지검장(오른쪽)과 악수한 뒤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이 지검장은 현재 원전 수사를 이끌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대전 고검을 방문해 이두봉 대전지검장(오른쪽)과 악수한 뒤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이 지검장은 현재 원전 수사를 이끌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담한 범죄를 저질렀다"
 

정경심보석 전 증거인멸로 구속, 김경수는 재판서 불리하게 작용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중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지시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김경록PB에게 법원은 지난 6월 이같은 질책을 하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혐의를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했으며 반성까지 했지만 징역형을 피해가진 못했다. 
 
그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정 교수(본인은 혐의 부인)도 지난해 10월 영장심사에서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올해 5월 보석 전까지 200일간 구속돼 있었다. 23일 선고가 예정된 정 교수의 핵심 혐의 중 하나는 증거인멸 교사죄다. 
 
지난해 증거인멸 염려로 구속된 뒤 올해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있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모습. [뉴스1]

지난해 증거인멸 염려로 구속된 뒤 올해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있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모습. [뉴스1]

법조계 "증거인멸 엄벌 추세"

지난 4일 월성원전 자료 444건을 삭제한 혐의로 구속된 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해 여당에선 "법원이 도를 넘었다"는 격한 반응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5일 "대통령의 공약까지 사법적 대상으로 삼는 이 상황에 인내의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구속은 예상했던 결과로 오히려 법원에 대한 여당의 비판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한다. 형사전문 변호사인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는 "최근 수사 과정에서 증거 수집에 대한 적법절차가 강조되며 그만큼 증거인멸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의 모습. [중앙포토, 뉴스1]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의 모습. [중앙포토, 뉴스1]

공무원 구속한 檢, 윗선 노린다

4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산업부 국장급 간부 A씨와 B서기관 2명은 지난해 12월 감사원 감사를 하루 앞두고 2시간 동안 월성원전자료 444건을 삭제했거나 지시,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과 함께 영장이 청구된 산업부 과장 C씨의 경우 혐의를 인정해 구속되지 않았다. 
 
검찰은 이들이 공용물을 손상해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 자체도 중대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 윗선인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의 연루 의혹을 수사의 핵심으로 보고있다. 형법상 징역 5년 이하에 처할 수 있는 증거인멸죄에 대한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다수가 가담해 조직적으로 범행한 경우"는 양형 특별가중사유가 적용된다.
 
이번 산업부 원전 사건과 같이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한 혐의로 법원에서 실형이 나온 판결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법원은 공무원과 대기업의 조직적 증거인멸의 경우 특히 증거인멸을 지시한 윗선에겐 실형을 선고해왔다.
 
민간이 불법사찰 의혹으로 2012년 3월 검찰에 소환되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의 모습. [연합뉴스]

민간이 불법사찰 의혹으로 2012년 3월 검찰에 소환되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의 모습. [연합뉴스]

조직적 증거인멸 봐주지 않은 법원  

이명박 정부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당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에겐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적용돼 징역 1년 6월이 확정됐다. 당시 양심선언을 하며 검찰의 재수사를 이끌었던 장진수 당시 국무총리실 주무관도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집행유예를 받아 퇴직금과 연금이 박탈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증거인멸 사건과, 애경산업 가습기 살균제 증거인멸 사건에 연루된 기업 임원들도 실형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1심 법원은 회사 공용 서버를 공장 마룻바닥과 직원 집 등에 숨겼던 삼바 사건에 대해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은닉 방식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며 삼성전자 임원들에게 징역 2년~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가습기 살균제 자료를 인멸한 전 애경산업 대표의 경우 올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지난달 6일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던 김경수 경남지사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6일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던 김경수 경남지사의 모습. [연합뉴스]

김경수 지사 재판서 불리하게 작용  

1·2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된 김경수 경남지사도 드루킹 사건이 터진 뒤 드루킹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를 삭제한 점이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공용물 손상이 아닌 자기 자신의 증거를 인멸한 경우 법원은 피고인에게 죄를 묻지 않는다. 김 지사에겐 증거인멸죄가 적용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김 지사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4월 김 지사 재판 중 "피고인이 (드루킹과의 텔레그램·시그널 대화를) 삭제하지 않았다면 피고인의 주장이 진실에 더 가까웠을 것"이라며 결백함을 주장하던 김 지사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김 지사의 증거인멸 행위가 결국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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