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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원더골 “미쳤다, 미쳤어…”

중앙일보 2020.12.08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손흥민(오른쪽)이 7일 아스널전에서 골을 넣은 뒤, 도움을 기록한 해리 케인과 어깨동무를 하며 서로 축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손흥민(오른쪽)이 7일 아스널전에서 골을 넣은 뒤, 도움을 기록한 해리 케인과 어깨동무를 하며 서로 축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법 같았다. 상대 페널티 아크 왼편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동안 아무도 손흥민(28·토트넘)을 막지 못했다. 공을 툭툭 차더니 벼락같은 슈팅이 이어졌다. 그를 둘러싼 아스널 수비수 5명의 타이밍을 빼앗는 오른발 감아 차기였다. 상대 골키퍼도 예상치 못했다. 뒤늦게 팔을 뻗었지만, 예리한 궤적을 그린 공은 골문 우측 구석에 꽂혔다. 불과 5초 만에 일어난 일이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9개월 만에 경기장을 처음 찾은 2000여 홈팬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눈 깜짝할 사이 터진 ‘원더골’에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미쳤다(crazy), 미쳤어”라며 감탄했다.
 

손흥민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
감아차기 결승골, 기립박수 물결
케인 추가골 도우며 31골째 합작
라이벌 아스널 꺾고 선두 등극

손흥민은 7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홈 경기 아스널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0-0으로 맞선 전반 13분 해리 케인의 패스를 받아 골망을 갈랐다. 올 시즌 리그 10호 골(시즌 13호). 이로써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모리뉴 감독

모리뉴 감독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토트넘 구단에서 5시즌 연속 10골 돌파는 로이 킨(은퇴), 케인(이상 6시즌)에 이어 세 번째다. 팀 레전드로 불릴 만한 성과다. 유럽 빅리그에서 뛴 한국 선수로는 차범근(분데스리가, 1981~86년)과 타이다. 손흥민은 리그 득점 선두 도미닉 칼버트-르윈(에버턴)에 1골 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자신의 한 시즌 리그 최다골(14골, 2016~17시즌) 경신도 유력하다.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후반 43분 루카스 모우라와 교체됐다. 토트넘은 2-0으로 이기고 선두를 탈환했다. 토트넘(골득실 +14)은 승점 24로 리버풀(골득실 +9)과 동률이지만, 골득실에서 앞선다. 평소 공을 동료에게 돌리던 손흥민도 이날 만큼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토트넘TV 인터뷰에서 “오늘만큼은 겸손하지 못할 것 같다. 만약 제가 ‘운이 좋았던 골’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아니라고 할 거다. 하지만 운 좋게 들어간 골이라고 생각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승점 3을 얻어 더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손흥민 프리미어리그 득점

손흥민 프리미어리그 득점

‘북런던 더비’(런던 북쪽 지역을 연고로 하는 토트넘-아스널의 라이벌전) 승리를 이끈 골이라서 의미가 더 크다. 현지 언론은 큰 경기에서 해결사 역할을 한 손흥민에게 찬사를 보냈다. BBC는 “월드클래스 선수가 끝내주는 마무리를 보여줬다. 아스널은 알고도 당했다”고 칭찬했다. BBC 라디오 해설자인 클린턴 모리슨은 손흥민 골이 터지자 “이게 바로 월드클래스다. 위대한 골”이라고 외쳤다. 토트넘 구단은 트위터에 손흥민 골 영상을 올리며 “절대 질리지 않을 골”이라고 자축했다.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은 “토트넘 골은 월드클래스 수준이다. 박수를 보낸다”며 손흥민의 실력을 인정했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온라인 팬 투표로 선정한 ‘킹 오브 더 매치’(KOM)로도 뽑혔다. 손흥민은 66.0%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2위 케인(28.2%)을 제쳤다. 축구 통계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양 팀 최고인 평점 8.07을 매겼다. 케인이 7.88로 그 뒤를 이었다.
 
손흥민과 케인의 ‘찰떡궁합’도 이어졌다. 손흥민은 팀이 1-0으로 앞선 전반 46분 아스널 페널티박스에서 현란한 발재간으로 상대 수비수를 유인한 뒤, 골문 왼쪽으로 파고들던 케인에게 패스했다. 케인은 강력한 왼발 슛으로 추가득점했다. 손-케인 콤비는 이날 나란히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리그 3도움(시즌 6도움), 케인은 리그 8골 10도움이다. 손-케인은 리그 통산 31득점(올 시즌 11득점)을 합작하며 이 부문 역대 단독 2위가 됐다. 역대 1위 프랭크 램퍼드-디디에 드로그바(이상 은퇴, 전 첼시) 콤비(36골)와 5골 차다.
 
케인은 스카이스포츠 인터뷰에서 “우리 둘의 콤비 플레이와 경기를 읽는 능력을 볼 때 손흥민과 나는 함께 전성기에 접어든 것 같다”며 더 많은 활약을 예고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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