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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불 꺼진 서울 밤…주말 홍대는 낮부터 이미 인적 끊겼다

중앙일보 2020.12.07 17:33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거리가 한산한 모습.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거리가 한산한 모습. 연합뉴스

 
서울 종로에 있는 한 여행사에 다니는 7년 차 직장인 A씨(33·여). A씨는 7일 "회사에서 올해 연차를 이 달 안에 무조건 다 쓰라는 공지를 돌렸다"며 "벌써 연말인데 올해는 이렇게 직장생활이 날아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정부 지원금으로 지난 6개월간 단축근무를 실시하며 버텼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되자 더 버티기 힘들자 모두 쉬라고 조치한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 학교도 학원도 못 가 울상 

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한 학원에 붙어있는 고3 논술 수업 일정. 채혜선 기자

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한 학원에 붙어있는 고3 논술 수업 일정. 채혜선 기자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되면서 직장인은 물론 자영업자, 학생, 일반 시민들의 일상이 멈춰서고 있다. 8일부터 서울·인천·경기에서는 50명 이상의 모임·행사가 금지된다. 또 마트·PC방·오락실·미용실·영화관·독서실·스터디카페 등 일반관리시설은 대부분 오후 9시면 문을 닫는다. 헬스장·당구장 등 실내체육시설과 학원의 운영은 전면 중단된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불은 오후 9시부터 꺼지지만 낮부터 도심에 인적이 끊긴다며 울상이다.  
 
당장 학생들은 기말고사가 걱정이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18일까지 서울 시내 중·고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원격 수업을 시행한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고등학생들은 "다음주부터 기말고사인데 내일(8일)부터 학원에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고1 임모(17)양은 “학교도 못 가는데 학원마저 문을 닫아 걱정이 크다”며 “기말고사 일정을 조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학생만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곤란한 상황인 건 공무원시험·취업 준비생도 마찬가지다. 서울 A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날 “오후 9시가 지나면 코로나19에 더 잘 걸린다는 건지. 밤 독서실엔 오히려 사람이 더 없다” “새벽 공부가 잘 맞는데 앞으로 막막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오후 9시에 불꺼지지만 낮부터 인적 드물어   

7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영화관의 영화 상영 시간표. 정부지침에 따라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중단해야 해 오후 7시 이후 상영이 예정되어 있던 영화를 모두 내렸다. 이가람 기자

7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영화관의 영화 상영 시간표. 정부지침에 따라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중단해야 해 오후 7시 이후 상영이 예정되어 있던 영화를 모두 내렸다. 이가람 기자

 
일반관리시설의 불이 오후 9시면 꺼지게 되면서 시민들의 일상도 멈춰설 판이다. 직장인 임모(29·여)씨는 “코로나 시대에 퇴근 후 필라테스를 배우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며 "날이 추워 야외 운동도 못하고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다"고 낙담했다. 퇴근 후 마트 쇼핑이나 심야 영화 관람도 어려워졌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손님이 없는데 오후 9시부터 문을 닫아야돼 걱정이 크다"고 했다. 
 
영화관 역시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중단한다. 이날 오후에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영화관은 오후 6시 40분 시작하는 영화가 이 영화관이 상영하는 마지막 영화였다. 영화관 안에 설치된 상영시간표에는 오후 9시 이후 일정이 모두 빈칸이었다. 이 영화관 관계자는 “오후 7시 이후 시작하는 영화를 예매한 고객에게 모두 양해를 구하고 취소와 환불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며 “하루 평균 15% 정도 상영 회차가 줄어 들었다”고 말했다. 
 
7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역 인근에 위치한 한 옷가게 출입문에 '임시 영업시간 안내문'이 붙어있다. 오후 10시30분까지 영업하는 이 옷가게는 정부지침에 따라 영업 종료 시간이 오후 9시로 앞당겨졌다. 이가람 기자

7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역 인근에 위치한 한 옷가게 출입문에 '임시 영업시간 안내문'이 붙어있다. 오후 10시30분까지 영업하는 이 옷가게는 정부지침에 따라 영업 종료 시간이 오후 9시로 앞당겨졌다. 이가람 기자

 

주말 홍대 노래방엔 손님 6명이 전부  

생계에 직격탄을 맞게된 자영업자들은 또다시 울상이다.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 위치한 상점들은 저마다 가게 출입문이나 유리창에 정부지침에 따른 영업단축을 안내하는 ‘임시 영업시간 안내’ 를 붙여놨다. 홍대 입구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점주 조모(46)씨는 “9시면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야 돼 홍대 같은 번화가에도 손님들 발길이 뚝 끊긴다”며 “밤 장사가 문제가 아니라 낮부터 길거리에 아예 사람들이 사라졌다"고 답답해 했다.   
 
홍대 거리에서 20년간 노래방을 운영해온 점주 김모(64)씨는 “한동안 거리 두기가 완화돼 손님이 조금 있었는데 이제 어떻게 버틸지 엄두가 안난다"며 “서울시의 ‘밤 9시 이후 멈춤’이 시작된 지난 5일 이후 주말에 손님은 3팀(6명)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채혜선·이가람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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