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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스트레스 받은 뇌에 활력 불어넣어 심신 안정 이끄는 귀한 약재

중앙일보 2020.12.07 00:04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침향

침향

침향의 다양한 효능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겨울엔 몸이 움츠러들면서 활력이 떨어지기 쉽다. 특히 요즘같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때엔 기력이 쇠하고 체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면역력이 떨어지고 잔병치레도 잦아지는 탓이다.
 

쥐 실험서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
항산화·항균 작용하는 성분 함유
식약처가 입증한 배합 제품 안전

 한의학에서는 기력이 쇠하고 활력이 떨어진 몸을 보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약재로 침향(沈香)을 즐겨 사용했다. 침향은 침향나무가 각종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외력이나 벌레 등에 의해 침향나무가 상처를 입으면 스스로 끈적끈적한 액체인 수지(樹脂, 나무 기름)를 분비한다. 수지는 나무의 상처를 치유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굳으면서 덩어리가 된다. 이것이 바로 침향이다.
 
 수지가 침향이 되기까지 길게는 수백 년에 달하는 인고의 시간이 응축된다. 역사 속에서 침향이 귀한 대접을 받아온 이유 중 하나다. 침향나무 목재는 색이 연하고 하얗지만, 침향은 단단하고 색깔이 어둡다. 열을 가하면 향기가 난다. 침향은 향유고래의 용연향, 사향노루의 사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으로 꼽힌다.
 
 
한·중 전통 의학서에 각종 쓰임새 기록
 
한국·중국 전통 의학서에 침향은 신체 기운의 소통을 돕는 귀한 약재로 소개돼 있다. 왕실에서 귀한 약재와 향료로 사용했다. 『동의보감』에는 침향에 대해 ‘성질이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다.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적혀 있다.
 
 중국 명나라의 이시진이 지은 약초학 연구서인 『본초강목』에는 ‘침향은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준다.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하며 간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해 주며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제거한다’고 적혀 있다.
 
 이처럼 침향은 예로부터 귀한 재료로 여겨지며 약재로 많이 활용됐다. 기의 순환을 원활히 해주는 데 도움을 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두루두루 영향을 미치는 효능 덕에 여러 질환과 증상에 쓰였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과 변비를 다스리고, 구토·기침·천식·딸꾹질을 멈추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처방됐다
 
 과거 누렸던 영광과 달리 침향은 그동안 가치에 비해 인지도가 낮았다. 하지만 침향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침향의 약리 작용이 전통 의학을 넘어 현대 과학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최근 밝혀진 침향의 효능은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과 뇌의 퇴행성 변화를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국제분자과학회지 온라인판에 실린 쥐 실험 연구에서는 침향 추출물을 높은 농도(80㎎/㎏)로 투여한 그룹에서의 뇌 활성산소가 현저하게 줄었고 혈중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도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동서생명과학연구원 이진석·손창규 교수팀은 쥐를 대상으로 침향이 스트레스로부터 뇌를 얼마나 보호하는지 비교 관찰했다. 그 결과, 인위적인 스트레스 환경에서 뇌의 코르티코스테론 농도가 5.2배 증가한 쥐에게 침향을 투여했더니 코르티코스테론 농도가 실험 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과도한 스트레스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에 관여하는  ‘미세아교세포’를 활성화한다. 이로 인해 생성된 염증이 신경세포를 죽이는 등 뇌의 산화적 손상을 일으킨다. 하지만 침향 추출물이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억제했다는 것이다.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침향의 약리 활성 성분이 밝혀지면 알츠하이머성 치매,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의 치료에 유효한 약물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이전에도 항염증·항박테리아와 신경 전달 조절 같은 침향의 약리 작용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꽤 있다. 침향의 독특한 향을 구성하는 성분인 ‘아가로스피롤(Agarospirol)’은 천연 신경안정제로 불린다. 스트레스로 예민해진 신경을 이완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현대 과학이 새로운 효능 속속 밝혀내
 
침향의 또 다른 주요 성분은 ‘베타셀리넨(β-Selinene)’이다. 베타셀리넨은 식물에서 추출되는 항산화 성분으로 신장에 기운을 불어넣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된다. 침향의 유황 성분은 항균 작용으로 염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혈액순환을 개선해 신진대사를 촉진하기도 하고 설사 증상을 완화하는 등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침향을 먹을 땐 소량씩 다른 재료와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지금도 한방에서 침향은 알레르기성 질환, 신장·간 기능 강화, 천식·변비·위경련, 위장 통증 같은 증상에 두루 쓰이고 있다. 심혈관을 강화하는 한약재인 우황·사향·산수유·당귀 등과 함께 침향을 가감해 약효를 높이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전신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침향을 활용해 일정 비율로 배합한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을 입증한 침향 배합 제품도 나오고 있으므로 이를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도움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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