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尹의 징계위 기피신청…적법절차·공정성 따진 판례있다

중앙일보 2020.12.05 07:00
추미애(左), 윤석열(右)

추미애(左), 윤석열(右)

2일→4일→10일.

연거푸 두 차례나 미뤄진 검사 징계위원회는 ‘적법절차와 공정성’을 잘 갖추기가 얼마나 까다로운 일인지 보여준다. 원칙 없이 이뤄진 국가기관의 처분은 언제든 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서울행정법원도 결정에서 “윤 총장에게 출석권, 진술권, 특별변호인 선임권, 증인신문 등 증거조사 요구권 등의 방어권이 보장돼 있다”며 적법절차의 중요성을 짚었다.
 

윤 총장, '기피신청' 꺼낼까

법무부 징계위 일정 그래픽[연합뉴스]

법무부 징계위 일정 그래픽[연합뉴스]

 이에 더해 윤 총장의 ‘기피 신청’카드도 징계위의 적법성을 따져볼 수 있는 하나의 수다. 검사징계법 제17조 3항은 “위원장 또는 위원에게 징계 결정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는 위원회에 그 사실을 서면으로 소명해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한다.
 
 윤 총장측은 “징계위 명단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법무부가 거절했다. 이에 윤 총장측은 “현장에 종이를 들고가 손으로 써서라도 기피 신청을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징계위는 재적 위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위원 과반 찬성으로 기피 인용 여부를 의결한다. 위원장이 장관이고 위원 구성이 장관의 지명 또는 위촉으로 이뤄지는 징계위 구성상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은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기피 인용ㆍ기각이 제대로 진행됐는지 정당성을 따져 볼 방법은 있다. 실제 법원에서 인정된 비슷한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해 10월 서울고법 행정6부가 심리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징계조치처분 취소 소송이다.
 

 기피 신청 기각 후 징계받자 소송 내

 2018년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에서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열렸다. 이 위원회에서 징계처분을 받은 A군은 법원에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내면서 “위원회에서 기피신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
 
 학교폭력예방법과 그 시행령은 학폭자치위원에 대한 기피제도를 만들어 뒀다. “위원에게 공정한 심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분쟁 당사자는 서면으로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기피 신청이 있으면 자치위가 의결해 기피 여부를 결정한다. 검사징계법의 기피 조항과 상당히 유사하다. 학폭자치위를검사징계위로, A군을 윤 총장으로 바꿔 읽으면 그 구조가 같게 된다.
 
 위원회가 열리기 전 A군측은 서면으로 B교감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다. B교감이 A군에 대한 앞선 처분에서 부정적인 진술서를 쓴 적 있고 A군 부모로부터 고발당한 상태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심사한 자치위원들은 기피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군측이 낸 기피 신청서를 읽어본 뒤 기피 대상으로 지목된 B교감의 소명만 들었다. 위원들은 “A군측 일방적인 주장이다” “반대편을 제거하려는 것”이라고 기피 신청을 배척했다. 심의에서 A군에겐 징계처분이 내려졌다.
 

法 "절차뿐 아니라 '심의 주체 공정성'도 제대로 갖춰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오는 10일로 연기됐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오는 10일로 연기됐다. [연합뉴스]

 법원은 이 심의의 절차가 잘못됐다며 징계처분 자체를 취소했다. 재판부는 “심의 절차의 공정성뿐 아니라 심의 주체의 공정성도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B교감에게 공정한 심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음에도 기피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다.
 
 법원은 “우리 사회 일반 평균인의 관점에서 볼 때 자치위원과 사건 사이의 관계, 자치위원과 가해 학생 사이의 특수한 관계 등으로 인해 불공정 심의를 의심할 객관적 사정이 있다면 실제 위원에게 편파성이 존재하지 않거나 법률에 따라 공정한 심의를 할 수 있는 경우에도 기피가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자치위 위원은 현재 한쪽과 대립 또는 친분이 있어서는 안 되고, 과거에도 그런 관계가 있었으면 안 된다고도 했다. 또 “자치위에서 기피 사유를 심사숙고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실제 대법원도 기피 인용 범위를 점차 넓히는 추세다. 지난해 1월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 사건 중 임 전 고문이 낸 기피 신청에 대해 인용 취지의 파기환송을 했다.  
 
 당시 대법원은 “평균적인 일반인으로서의 당사자 관점에서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는 때에는 실제로 법관에게 편파성이 존재하지 않거나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경우에도 기피가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윤 총장에게 징계 처분이 내려지고, 이에 대한 취소 소송이 진행된다면 징계 절차에서 방어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점을 하나하나 지목해 처분 취소의 근거로 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