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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는 먹어도 빵은 안된다" 이상한 거리두기 기준

중앙일보 2020.12.05 06:00
수도권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격상 사흘째인 2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카페 테이블에 고객들의 취식을 막는 테이프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격상 사흘째인 2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카페 테이블에 고객들의 취식을 막는 테이프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샌드위치는 안에서 먹을 수 있는데 왜 빵은 안되나요.”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이모(47)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된 이후 “매일 매일 적자”라고 한탄했다. 이씨가 운영 중인 카페에서는 토스트, 팬케이크 등 간단한 빵과 커피 등 음료를 판매한다. 지난달 24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되고 포장ㆍ배달만 할 수 있게 되면서 카페 내 홀 영업이 불가능해졌다. 
 
이씨는 “평소에 홀 이용 손님이 90%가 넘는데 매장 내 취식 금지를 하는건 사실상 문 닫으란 얘기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방역 정책을 잘 따라왔지만 모든 카페를 다 막는 것도 아니라서 억울하다는 생각도 든다. 근처 샌드위치 카페나 브런치 카페는 일반 음식점이라면서 전부 정상 영업을 하는데 왜 빵과 커피는 못 먹게 하는건지 모르겠다. 샌드위치 먹으면 코로나 안 걸리고 빵 먹으면 걸린다는 건지….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다는게 너무 절망적이다”라고 하소연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애매모호한 생활방역 기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똑같은 카페라도 어떤 곳은 매장 내 취식이 가능하고 어떤 곳은 금지되는 등 기준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어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카페를 구분지을 기준을 묻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청원 작성자는 “음식점과 카페의 차이가 무엇이냐. 현행법상 카페를 구분지을 만한 어떤 법적 근거도 없다. 카페는 휴게음식점으로도 일반음식점으로도 영업허가가 가능하다”라며 “피자집에서 피자먹고 커피마시면 괜찮으나 카페에서 커피마시고 빵먹는건 안된다는 논리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느냐. 토스트 가게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괜찮고 커피집에서 판매하는 토스트는 안된다는 기준은 누구의 판단이냐”고 호소했다.  
 
실제로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ㆍ중구 일대를 취재해본 결과 ‘브런치 카페’를 표방하는 카페 상당수가 매장 내에 손님을 받아 영업을 하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의 A카페의 경우 “매장 내에서 먹고 가도 되느냐”는 질문에 “커피나 디저트만 주문하면 안되고 1인당 1개의 브런치 메뉴를 주문하면 매장 내에서 먹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서울 중구의 B카페는 “샌드위치랑 커피를 함께 주문하면 테이블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이 식당은 빼고 카페를 콕 집어 취식 금지 조치를 한건 커피라는 품목이 생계와 직적접인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확산 상황이 심각해진 만큼 사회적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김정숙 중앙사고수습본부 생활방역팀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다 같은 카페라도 주 종목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중수본 측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커피나 음료를 주로 판매하는 경우에는 카페에 해당하므로 취식 금지, 브런치나 샌드위치 등 식사용 메뉴가 주를 이루는 곳은 일반음식점으로 보고 취식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렸다. 김 팀장은 “밥은 생계에 필수적이지만 커피는 그렇지 않다. 또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장소라기보다 사람을 만나는 장소로 활용된다. 코로나 확산 상황에 사회적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취식 가능한 카페를 찾거나 패스트푸드점 등 한 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커피까지 마실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카페를 틀어막으니 다른 곳으로 몰려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장기화에 대비해 합리적인 생활방역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별 조치는 몇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첫째는 코로나 감염이나 집단발생을 막는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목욕탕 이용은 가능하게 해주고 한증막이나 사우나는 가지말라는 조치를 보면 온ㆍ냉탕이나 탈의실 하고 사우나가 감염 일으키는데 차이가 없다. 과학적으로 실효성 있는 조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두번째 조건은 현장에서 적용 가능하고, 계속 모니터링을 해서 실행이 잘 되는지 점검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장에서는 안 지키게 된다.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서 제대로 지킬 수 있게 해야 한다. 세번째가 형평성 문제인데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 카페는 (매장을) 닫고 포장만 되는데 브런치카페나 베이커리 카페가 열린다 하니 불만이 많다. 이렇게 형평성에 안 맞으면 수용성이 떨어지고 신뢰가 떨어지고 조치에 대한 불신이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여러가지 거리두기 조치를 안 따라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불만만 많아진다. 거리두기는 수용성이 있어서 잘 이행돼야 효과가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조치에 따라 이건 합리적이다 싶어야 환자도 줄고 또 힘들더라도 참자고 받아들여야 한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은 그런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다”라며 “카페를 닫으니 베이커리 카페가 와글와글하는 풍선효과는 감염 위험을 개선보다 밀접도를 높여서 위험하게 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스더ㆍ황수연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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