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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콘텐트 경험 살려 거침없이 ‘피보팅’ 나서라

중앙선데이 2020.12.05 00:21 714호 22면 지면보기

세컨드 라이프

그래픽=전유리 jeon.yuri1@joins.com

그래픽=전유리 jeon.yuri1@joins.com

매일 아침 나는 종이 신문을 펼친다. 코로나가 터진 이후 저절로 생긴 ‘생존형 습관’이다. 이미 큐레이션이 끝난 인터넷 뉴스에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뉴스들이 생략돼 있다. 종이 신문을 펼쳐야 나에게 꼭 필요한 뉴스를 골라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요즘은 연말이다 보니 신문사마다 한 해를 결산하고 내년을 예측하는 소식들로 분주하다. 그런데 최근, 나는 한 가지 중요한 ‘변화’를 발견했다.
 

급격한 디지털 진화 겁먹는 세대
e커머스의 큰손으로 자리잡아
유튜브 등 생산자 활동도 가능

소비자와 직거래 ‘D2C’ 적극 활용
나만의 스몰 비즈니스 도전해야

언론들이 모두 2021년을 ‘코로나 시대’라고 부른다는 사실이다. 언뜻 당연한 얘기 같지만, 올해 내내 이토록 당연하게 쓰인 말은 아니다. 2020년은 ‘코로나 시대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낸 1년’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렇게 오래갈 줄 예측하지 못했다. 끝날 것이라 믿었기에 더 우왕좌왕했다. 그러나 3차 대유행이 온 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예외 없이 내년을 ‘코로나 시대’라고 부른다. 이것은 일종의 ‘각오’다. 코로나가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인정하고 나는 과연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패션·부동산 등 유튜버로 나선 5060
 
지난 한 해 동안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나를 먹여 살리던 비즈니스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코로나로 인해 28년 차 강사에서 갑자기 직원 50여 명을 책임져야 하는 스타트업 회사의 CEO가 됐다. 회사가 커지니 트렌드에 더 민감해진다. 코로나 시대의 급물살은 도대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 세상은 어떻게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나. 연말마다 숙제처럼 새해 트렌드를 공부했지만 내년의 각오는 남다르다. 58세를 맞이하는 김미경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수많은 트렌드 책을 읽던 중 가슴에 와닿는 몇 가지 키워드가 보였다.
 
첫 번째는 피보팅(Pivoting)이다. 피보팅은 원래 ‘축을 옮긴다’는 뜻의 스포츠 용어다. 최근 스타트업계에서 사업 전환을 일컫는 경제 용어로 쓰이는데, 경영의 모든 면에서 급속도로 달라지는 외부 환경에 맞춰 방향성을 상시로 수정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트렌드 분석가들은 내년에 피보팅을 얼마나 빠르게 하느냐가 생존을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고 말한다. 예전 같았으면 경제경영서의 뻔한 잔소리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 보니 2021년은 거침없이 피보팅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뼛속까지’ 실감 간다.
 
우리는 바이러스로 인해 인위적인 진화를 하고 있는 중이다. 적어도 5~10년은 걸렸을 디지털 진화를 2~3년 안에 끝내야 한다. 이렇게 시대가 급격한 진화를 요구받을 때 가장 겁먹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5060들이다. 뱃속부터 디지털 네이티브인 자녀 세대와 비교하면 자꾸 위축되고 이번 생은 이미 늦은 것 같다. 디지털에 대한 피해의식까지 생겨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피보팅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일상 속에서 수많은 피보팅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밖에 못 나가니 TV만 보는 게 지겨워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마트 가는 게 무서워 온라인 쇼핑을 하고, 장례식장 가는 게 어려워지자 모바일 뱅킹 앱을 깔고 조의금을 스마트폰으로 송금한다.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게 시작하게 된 것들이 어느새 작은 일상의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한다.
 
온라인 식품배송회사인 마켓컬리에 따르면,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5060 회원은 2배 이상 증가했으며 50대 이상 회원의 매출은 120%, 60대 회원은 160%로 늘어났다 한다. 특히 5060들은 3040에 비해 매출 비중이 훨씬 더 높았다. 디지털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e커머스 업계의 큰손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구매력을 갖춘 5060들의 ‘소비 피보팅’은 다시 코로나 시대의 시장 파괴를 가속화시킨다. 그렇게 보자면 5060들은 더 이상 디지털 기술의 피해자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비즈니스 진화를 주도하고 있는 핵심 동력이다. 디지털 소비자로 살아간다는 얘기는 생산자로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 시대, 5060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생산자로서의 피보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D2C(Direct-to-Consumer) 시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내년에 핫한 키워드로 떠오른 ‘D2C’ 는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패션 유튜버로 활동하는 내 동생 뽀따는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직접 제작한 의류와 액세서리를 판다. 매번 500~1000개 정도만 소량 생산하는데 뽀따의 취향을 좋아하는 팬덤 덕에 대부분 품절된다.  
 
부동산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또 다른 지인은 유튜브에서 1만2000원짜리 멤버십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500여 명이 가입해 매달 구독료를 낸다. 회원들만을 위한 생방송을 따로 해 주는 조건인데 입소문이 나서 점점 회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코로나 시대는 내 콘텐트를 좋아해 주는 몇백 명만 있어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 5060은 젊은 세대보다 콘텐트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거침없는 피보팅으로 새해에는 ‘나만의 스몰 비즈니스’ 만들기에 도전해 보자.
 
또 하나, 이 나이쯤 되니 신문을 볼 때마다 자꾸 눈길이 가는 키워드가 보인다. 바로 ‘코로나 블루’와 ‘코로나 레드’다. 초반에는 코로나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가 오더니, 이제 우울감이 쌓이다 못해 분노가 폭발하는 코로나 레드가 사회적 문제다. 수많은 사람이 블루와 레드 사이를 오간다. 특히 이제 막 자신의 꿈을 펼쳐야 할 우리 자녀들의 좌절감과 상실감이 너무 크다. 동창들 얘기를 들어보면 집집마다 재난 상황이다. 독립하겠다며 오피스텔 얻어서 당당히 나갔던 아이들이 죄다 돌아왔단다. 지난해 아들이 식당을 차렸다며 자랑하던 친구는 목소리가 다 죽어 갔다.
 
“말도 마. 코로나로 식당 문 닫고 아들 녀석이 집에 들어왔는데, 유튜브 한다고 방에 틀어박혀서 뭘 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다 화병 걸릴 지경이야.”
 
다 큰 아들딸이 집안에서 무기력하게 있는 것을 보는 것만큼 5060들에게 무서운 일이 또 있을까. 나 역시 개성 강한 세 아이를 키우며 블루와 레드의 사이에서 수많은 고비를 넘겨 봤다. 자식을 키운 부모들은 누구나 감당해 온 일들이다. 그래도 우리는 코로나 같은 전대미문의 재난을 우리 아이들처럼 겪진 않았다. 우리 집 막내처럼 마스크 벗은 친구 얼굴을 모르고 지나치는 시대를 살아 내진 않았다. 첫째처럼 코로나 방역 1단계에 결혼하는 친구를 부러워해 보지도 않았다. 이들은 한창 꿈을 펼쳐야 할 나이에 공부, 취업, 사업, 인간관계 모든 것이 막히는 위기를 겪고 있다.
  
집안 분위기 살릴 긍정 리더십 보여야
 
이럴 때야말로 집안의 어른이 필요하다. 2021년을 견디려면 제일 필요한 것이 집안 분위기를 밝혀 줄 긍정의 리더십이다. 집안에서 누군가 한 명은 가족들 마음을 안정시키고 위로하고 따뜻하게 지원해야 한다.
 
특히나 이럴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창의적 열등감’이다. 아직 경험이 없고 마음이 여린 아이들은 앞뒤 상황을 분석하지 않고 자기 문제에만 빠져 열등감과 좌절감에 쉽게 빠진다. 자녀가 깊고 어두운 터널에 들어가 있을 때 이 상황을 어른답게 해석해 주고 카운슬링하는 것이 바로 5060의 의무다. 혹시라도 가족 중 누군가 코로나에 걸렸다면, 열심히 살려다 그런 거니까 힘내자고 서로를 위로해 주자. 필요하다면 자체적으로 ‘가족 재난지원금’이라도 만들어서 도와야 한다. 자녀가 가장 힘든 시기를 잘 버텨 내도록 지원해야 코로나 이후에 찾아올 도약기에 다 함께 신나게 뛸 수 있다.
 
우리 5060들에게는 힘겨운 시간을 이겨 내고 쌓아 온 저력이 있다. 코로나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간의 살아 낸 시간이다. 비록 바이러스는 어쩌지 못하더라도 집안의 위기만큼은 반드시 기회로 바꾸자. 〈끝〉
 
김미경 유튜브 김미경TV 대표
사람들의 꿈과 성장을 응원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50대 중반부터 유튜브 채널 ‘김미경TV’ 크리에이터이자 국내 최초 유튜브대학인 ‘MK유튜브대학’ 학장으로 활동하며 세컨드 라이프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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