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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 한비야, 남편과 떨어져 있어야 행복해지는 이유

중앙선데이 2020.12.05 00:21 714호 20면 지면보기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한비야·안토니우스 반 주트펀, 푸른숲
지난 2017년 11월 결혼한 '바람의 딸' 한비야(오른쪽)씨와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이 2020년 여름 네덜란드 순례길을 걷고 있다. 안토니우스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한비야씨가 구호활동을 할 당시 '보스'였다. [사진=푸른숲]

지난 2017년 11월 결혼한 '바람의 딸' 한비야(오른쪽)씨와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이 2020년 여름 네덜란드 순례길을 걷고 있다. 안토니우스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한비야씨가 구호활동을 할 당시 '보스'였다. [사진=푸른숲]

몇 년 전 산에서 스치듯 만난 사람은 분명 그녀, 한비야였을 게다. 이렇게 확실과 불확실의 모순적 문장을 제시한 이유는, 부조화해 보이는 요소들도 훌륭하게 조화할 있고, 정(正)과 반(反)이 사이좋게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의 딸’ 한비야와 ‘보스’ 안톤의 3년간 신혼 생활처럼 말이다.

 
이 60대 신혼부부는 이미 연애라는 교두보에서, 그리고 결혼이라는 야전에서 스스로 원칙을 세우며 조화롭게 살고 있다. 때문에 7살 차이, 한국과 네덜란드라는 8500㎞의 거리는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 이 원칙들은 2주 전부터 짐을 싸는 ‘안 서방(한국에서 안톤을 부르는 호칭)’ 안톤과, 당일 아침 시간을 살라미식으로 쪼개 출장가방을 꾸리는 ‘서울댁(네덜란드에서 한비야를 부르는 호칭)’ 비야라는 부조화가 함께 사는 법이기도 하다. 
 
한비야는 2002년 아프가니스탄 구호현장에서 상관인 안톤을 처음으로 만난 뒤 2017년 11월 결혼했다. 한비야가 5년 9개월 만에 낸 신작인 이 책은 일기를 쓰듯 지난 18년간의 에피소드를 봉인해제 시킨다. 남의 일기를, 그것도 연애담을 들여다보는 건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ABC(안톤·비야 커플)가 정한 연애 당시의 원칙은 ‘최소기준’에 따른 ‘우선순위’다. 이 두 가지는 구호현장에서 내세우는 원칙이기도 하다. 최소 크리스마스, 둘 중 한명의 생일에는 함께 한다는 우선순위를 매겼다. 
지난 2017년 11월 결혼한 '바람의 딸' 한비야(오른쪽)씨와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이 2020년 여름 네덜란드 순례길을 걷고 있는 장면을 그림으로 옮겼다. 안토니우스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한비야씨가 구호활동을 할 당시 '보스'였다. [그림=푸른숲]

지난 2017년 11월 결혼한 '바람의 딸' 한비야(오른쪽)씨와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이 2020년 여름 네덜란드 순례길을 걷고 있는 장면을 그림으로 옮겼다. 안토니우스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한비야씨가 구호활동을 할 당시 '보스'였다. [그림=푸른숲]

결혼 후의 ‘336 타임’은 1년 중 네덜란드와 한국에서 3개월씩 함께 지내고 나머지 6개월은 각자의 고국에서 따로 지낸다는 것. 현재 둘은 336중에 혼자인 '6'의 상태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6'은 불안하거나 위험하다. 하지만 ABC는 이 책에서 ‘혼자 있는 힘’을 강변하며 ‘결혼이란 불완전한 반쪽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혼자라도 이미 완전체가 돼 있어야 완전하게 살 수 있다(268쪽)’고 적고 있다. 서로 다른 과일이 섞였을 때 고유함을 유지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과일 칵테일식' 공동생활이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부부의 세계에서 갈등이 없을 수 없다. ABC는 싸움 방지 시스템을 만들어 놨다. 최후의 싸움 방지 방법은 아침에 하는 통성기도. ‘안톤은 오늘도 젖은 수건을 침대 위에 올려놨습니다. 부디 제가 인내심을 갖게 해주시옵소서.’ 하느님 아니라 남편이 들으라는, 이런 식이다.

 
50:50. 집을 살 때도, 음식 계산을 할 때도 적용하는 이 룰은 책에 나오는 한비야의 유언장에도 기록돼 있다. 유골의 반은 한국에, 반은 네덜란드에 뿌려달라는 것이다. 이 책의 인세 수입도 50:50으로 나눴다. 절반은 기부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생활 원칙을 그대로 따라갈 수 없지만, 나름의 ‘최소기준’과 ‘우선순위’만 선택해 보는 것도 가화만사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분명 안톤도 북한산에서 본 것 같다. 이들의 한국 신혼집은 북한산 밑 불광동 어드메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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