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대학평가] 교수 연구
대학평가팀·‘클래리베이트’ 공동 분석
세종대, 세계 상위 1% 논문 3.5%
울산대·서울시립대도 알찬 성과
논문 양보다 질 추구 두드러져

나트륨 이차전지를 연구하는 명승택 세종대 교수의 연구실 모습. 신인섭 기자
명승택 세종대 나노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나트륨 이차전지’를 연구한다. 바닷물 속 나트륨을 이용한 전지는 원료가 저렴하고 구하기 쉬워 유럽·미국·중국 등에서도 연구가 한창이다. 명 교수는 “세계적으로 나트륨 전지 분야는 성장기에 있어 연구할 것이 무궁무진하다”면서 “나트륨은 고갈될 염려가 없고 우리나라가 수입해올 필요도 없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명 교수는 2018년 인체의 뼈를 모방한 소재로 나트륨 전지 용량을 40% 향상시키는 등 다수 연구 성과를 발표해 세종대가 자랑하는 대표 연구자로 꼽힌다. 일본 대학에서 연구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급하게 한국행 비행기를 탄 명 교수는 귀국하자마자 세종대에 스카우트됐다.
이처럼 유망한 연구자를 적극 발굴한 세종대의 노력은 괄목할만한 연구 성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상위 1% 논문(HCP) 비율이 최근 10년새 0.61%에서 3.49%로 뛰었다. 세계 1% 연구자로 꼽히는 한희섭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교수의 배경이나 출신보다 연구만으로 평가하고 지원하는 것이 세종대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선재 세종대 연구부총장은 “인용이 돼야 논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2016년부터 상위 학술지 논문만 인정하는 룰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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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재료과학 분야에서는 올해로 7년 연속 HCR로 선정되며 노벨상 후보로도 거론된 현택환 석좌교수를 비롯해 강기석(재료공학부), 김대형(화학생물공학부), 성영은(화학생물공학부) 교수 등 우수 연구자가 즐비하다. 현 교수는 “훌륭한 젊은 연구자를 특별 채용할 수 있도록 학교가 전폭 지원하고, 후배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선배들이 배려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젊은 과학자들이 함께 성장하는 토양이 마련된 덕분에 해외 유수 명문대 교수직을 마다하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10개 학문 분야의 세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는 ‘SNU 10-1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김용진 서울대 연구처장은 “연구의 양보다 질에 집중하면서 석좌교수제를 확대하고 우수 분야에 연구비 지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김진영 UNIST 연구처장은 “좋은 연구자를 많이 모셔와 연구를 잘 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해온 결과”라며 “고가의 첨단 연구 장비와 전담 인력을 갖춘 연구지원본부에 7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우리 학교에 오면 연구 아이디어를 구현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는 지난 10년간 세계 1% 논문 수(588편) 2위, 논문 영향력 지수(1.38)도 2위로 양과 질 모두 우수한 대학이다. 추현승 성균관대 산학협력단장은 “학교가 강제하지 않아도 교수들이 매년 국제과학기술논문색인(SCI)급 논문을 1편 이상 쓰지 않으면 불명예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세계 50위권 대학 진입과 국내 첫 노벨상 수상자 배출이 우리 학교의 목표”라고 말했다.
울산대는 10년간 논문 영향력 지수(1.27)가 5위로 지역 사립대 중 최고였다. 세계 1% 논문 수도 10년간 238편으로 국내 9위였다. 조홍래 울산대 산학협력부총장은 “전통적으로 강한 기초 연구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며 “다작(多作)보다는 심도 있는 연구를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업도시인 울산의 지역적 특색을 살려 기업과 협업을 활발히 하면서 화학이나 전기전자, 친환경 분야에서도 좋은 논문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립대도 작지만 알찬 연구 성과를 기록했다. 10년간 발행한 논문 수는 적지만 세계 1% 논문의 비율은 1.9%로 UNIST·세종대에 이어 셋째로 높았다.
국내 대학 연구성과는 10년간 양과 질 모두 발전을 거듭했다. 논문 수는 2010년 5만46편에서 2019년 7만8754편으로 늘었다. 논문 영향력 지수도 2010년엔 0.84로 세계평균 1에 미치지 못했지만 2016년부터 1을 넘기 시작해 2019년 1.05로 높아졌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안성식 클래리베이트 한국 대표는 “한국 대학이 세계적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논문의 질보다 양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신만의 분야를 파고들 수 있는 연구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대학평가원=남윤서(팀장), 최은혜, 문상덕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