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상 첫 2700 이끌어
9개월 버텼다면 20%가량 수익
한국 수출 회복 상징, 외국인 밀물
“내년 반도체 영업익만 35조원대”
업황 전망 밝아 ‘10만전자’ 기대도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맞은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짧게 보유했다가 파는 ‘단타’보다 오래 보유하는 ‘장투’ 때 수익률이 높았다. 장기 가치투자 전략이 유효한 종목이란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예컨대 올 3월 4일 삼성전자 주가는 5만7400원이었다. 이때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가 3월 폭락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1개월 만인 4월 3일 팔았다고 가정하면 수익률(거래세·수수료 별도)은 -22.13%였다. 3개월 보유 땐 -5.13%, 6개월은 -3.24%였다. 이와 달리 9개월간 버텨 이달 4일 팔았다면 19.72%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실제로 성공한 개인 투자자들도 미국의 전설적 투자가인 워런 버핏이 말한 것처럼 가치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술적으로 분석한다 해도 정확히 언제가 저점이고 고점일지 알기 어려워서다. 삼성전자 주가가 지금 가치로 2000원일 때부터 약 20년간 계속 투자해 인생 역전에 성공한 사례로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전직 택시기사 최원호(63)씨는 한 방송에 출연해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는 시점을 개미가 한두 번 맞힐 수 있어도 계속 맞힐 순 없다”며 “1등 종목과 명품 주식을 골라 부동산처럼 장기 투자해야 수익이 껑충 뛰는 복리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비결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 상승이 내년 한국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상징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의 85.2%인 196조2205억원을 해외에서 거두는 등 한국 전체 수출액의 5분의 1가량을 책임졌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바이(Buy) 코리아’ 행진이 다시 시작됐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10월부터 이달 2일까지 삼성전자 주식 1조942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약 427조원으로 코스피 전체의 23%대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4일 삼성전자가 7만원선을 돌파하면서 코스피도 사상 처음으로 2700포인트를 넘어섰다.
다만 국내 다른 우량주들과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최근 주가 상승률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삼성전자 주가가 9개월에 걸쳐 19.72% 오를 동안 SK하이닉스(18.00%) 정도를 뺀 LG화학(53.66%)·카카오(53.92%)·셀트리온(54.08%)·현대차(42.49%)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의 주가 상승률은 삼성전자보다 높았다.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성장성 부각(LG화학),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열풍(카카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셀트리온) 같은 대형 호재 덕에 고공비행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2000년 이전엔 연간 40~60%였던 삼성전자의 주가 변동률이 이후 꾸준히 낮아져 오랜기간 20~30% 수준이었다”며 “단기 수익성보다 장기 안정성에서 더 높은 점수를 줄 종목”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수익률만 따지면 탁월하진 않지만 일각에선 ‘10만전자’ 등극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주가수익비율(PER)은 16~17배로 글로벌 주요 경쟁사인 애플(37배)이나 TSMC(30배)와 비교할 때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인데, 높을수록 종목이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PER 수준 등까지 고려하면 주가가 지금보다 20%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은 감안해서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