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공, 직업의 세계
![반려동물 전문 미용사. 1마리당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 4만원에서 10만원선으로 미용 외에도 마사지 등 다양한 서비스가 늘고 있다. [사진 라이프앤도그]](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012/05/b1d08bc0-4c44-45e3-9cf3-7c9cb5f7aae9.jpg)
반려동물 전문 미용사. 1마리당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 4만원에서 10만원선으로 미용 외에도 마사지 등 다양한 서비스가 늘고 있다. [사진 라이프앤도그]
떠오르는 반려동물 관련 직업
출산율 저하로 자녀 교육비 줄고
반려동물 케어 늘어 돈 쏟아부어
개·고양이 관련 ‘펫잡러’ 전망 밝아
시장 초기 단계, 가능성 무궁무진
정부, 내년 중 국가자격증 시행
하지만 꿈꾸던 직업을 가진다는 게 꼭 행복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악명높은(?) 패션업계, 밥 먹듯 반복되는 야근과 기센 사람들이 벌이는 신경전 사이에서 나의 몸과 마음 모두가 서서히 지쳐 가고 있었다. 주변을 가득 에워싼 예쁘고 멋진 것들에게서 더는 어떤 감흥도 느낄 수 없게 된 어느 날, 나는 무작정 차를 끌고 길을 나섰고 운명처럼 유기견 한 마리를 만나게 됐다. 그리고 많은 반려인이 그렇듯 내 인생은 ‘개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취업 수월, 실력자들 러브콜 경쟁 치열
![최근에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화식. 영양 습식사료. 반려견들과 함께 입장이 가능한 카페, 식당이 또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사진 라이프앤도그]](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012/05/e0dc5ea1-5abe-4f86-a9a7-674e0e8b069b.jpg)
최근에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화식. 영양 습식사료. 반려견들과 함께 입장이 가능한 카페, 식당이 또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사진 라이프앤도그]
매거진 발행인 대신 ‘개 셰프’라고 불리는 요즘 반려동물을 위한 수제요리를 주제로 한 외부 특강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들의 연령대는 안전칼을 줘야 하는 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은퇴자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선생님처럼 개 셰프가 될 수 있나요”다.
![최근에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화식. 영양 습식사료. 반려견들과 함께 입장이 가능한 카페, 식당이 또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사진 라이프앤도그]](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012/05/8b9472bc-5e87-4a34-8205-f5bae7076456.jpg)
최근에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화식. 영양 습식사료. 반려견들과 함께 입장이 가능한 카페, 식당이 또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사진 라이프앤도그]
실제로 미국에서는 앞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보다 반려인 대신 개를 산책시켜 주는 ‘도그워커’가 더 유망한 직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소비자 수요변화를 분석한 ‘컨퍼런스 보드’ 보고서를 인용해 “2025년이 되면 미국 가정 내 반려동물을 위한 소비가 자녀 교육을 위한 지출보다 세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출산율이 저하되면서 자녀 대신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경우가 많아졌고,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가 반려동물 케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리라는 전망 덕분이다. 반대로 5~24세의 학령인구는 점점 감소해 관련 지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급속도로 노령화되는 국내 사정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머지않은 미래에 배우자의 직업으로 교사 대신 펫 관련 직종을 더욱 선호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도그 워커. 매일 산책을 시킬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로 하루 1시간 2만원 선에서 이용할 수 있다. [사진 라이프앤도그]](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012/05/d7f81b46-5ffd-4a9c-84b5-00bcefeef5c9.jpg)
도그 워커. 매일 산책을 시킬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로 하루 1시간 2만원 선에서 이용할 수 있다. [사진 라이프앤도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조사한 수의사의 직업 만족도는 75%로 직업 평가 순위 5위에 해당한다. 개와 10분만 함께 놀아 줘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떨어지는 과학적 연구가 있을 정도이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살아 있는 생명을 상대로 하는 만큼 로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분야이니 장래성도 밝은 편이다.
이에 발맞춰 정부 또한 미래유망직업인 ‘펫잡러’들을 위한 지원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일자리 확산에 나섰다. 올 초 서울시에서는 ‘애견용품 디자이너’를 여성 유망직종 20개 중 4위로 선정해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했다.
경기도의 경우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반려동물산업 분야 기술 창업 프로그램을 실시해 창업공간 무상 지원과 3200만원의 지원금 등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시장 초기도입 단계인 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꿈을 찾는 청년들, 펫잡 고려해 볼만

반려동물 新직업
이처럼 성장산업임에도 아직까지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 발급은 협회나 민간 사설단체 위주로, 국가 공인 자격증은 전무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중 국가자격증을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려동물 관련 취업을 꿈꾼다면 미리 체크해 두고, 기회를 놓치지 않길 권한다.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던 어린 시절, 예쁜 드레스 대신 바지 두 벌로 개들과 뒹굴며 겨울 한 철을 나는 어른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꿈을 이룬다는 건 단순히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가장 나답게 키워 가는 일이란 걸 개를 키우며 뒤늦게 깨달았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반려견과의 만남이 나에게는 원효대사의 ‘해골물’이었던 걸까. 두 마리의 개와 아들, 사랑하는 내 가족에게 손수 밥을 해먹이는 게 가장 행복한 지금, 나의 직업은 ‘개 셰프’다.

패션 에디터를 거쳐 매거진 회사 대표를 지내다가 반려견 ‘우연’이와 ‘봉구’를 만나며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현재 반려동물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라이프앤도그’의 발행인이자 푸드 브랜드 ‘키친앤도그’ 대표로 개와 함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