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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출전 신청 종목 취소로 헛걸음한 전국체전 댄스대회

중앙일보 2020.12.04 09:30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43)

댄스를 배우게 되면 언젠가는 경기 대회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골프, 당구 등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경기 대회에 나가려면 어느 정도 기량이 올라가야 한다. 그러고 나면 남들과 경쟁해 내가 어느 정도 위치인가 확인하고 싶어진다.
 
라틴댄스와 모던댄스는 경기 진행 방식이 다르다. 대회는 한 장소에서 함께 한다. 라틴댄스는 어느 정도 댄스에 알맞은 옷을 입고 나가면 되지만, 모던댄스는 엄격하게 남자는 연미복, 여자는 드레스를 갖춰 입어야 한다.
 
라틴댄스는 어느 정도 댄스에 알맞은 옷을 입고 나가면 되지만, 모던댄스는 엄격하게 남자는 연미복, 여자는 드레스를 갖춰 입어야 한다.[사진 flickr]

라틴댄스는 어느 정도 댄스에 알맞은 옷을 입고 나가면 되지만, 모던댄스는 엄격하게 남자는 연미복, 여자는 드레스를 갖춰 입어야 한다.[사진 flickr]

 
처음 모던 댄스 대회에 나갈 때 급하게 연미복과 드레스 셔츠를 샀다. 원래 리허설 때는 제대로 된 옷을 입고 해야 한다. 그런데 번거롭고 동작도 불편하기 때문에 안 입고 있다가 경기 30분 전에야 입기로 한 것이다. 탈의실이 제대로 갖춰진 대회장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화장실이나 복도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한창 더위가 심할 때라 옷을 갈아입으면서 땀을 비 오듯 흘렸다.
 
먼저 드레스와 셔츠를 입는데 시간이 너무 걸렸다. 단추 하나하나를 끼우는 데도 불편하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소매 단추는 커프스 버튼이라 소매를 접고 버튼을 끼워야 한다. 목의 깃도 처음이고 허리 벨트도 생소했다. 형식을 제대로 갖춘다는 것이 그만큼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경기 시간에 거의 촉박하게 겨우 옷을 입고 나갔다. 그다음부터는 정식 드레스 셔츠는 처박아두고 일반 플라스틱 단추가 달린 간편한 드레스 셔츠를 입고 나갔다. 겉보기로는 별 차이도 없다.
 
내가 주로 출전한 것은 모던 5종목이다. 왈츠, 탱고, 퀵스텝, 폭스트로트, 비에니즈 왈츠로 구성된다. 한번은 지방에서 오후 벌어진 모던 5종목 대회에 나갔는데, 내 등 번호를 안 부르는 것이었다. 순간 당황해 어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오전에 벌어진 예선 대회에 내가 안 나갔기 때문에 출전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지방까지 당일 아침 일찍 내려가야 하는데 오전에 예선을 치른다면 당연히 타임 테이블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따졌다. 팸플릿 타임테이블에도 모던 5종목이 아니고 4종목 예선만 있었다. 그러나 대회 관계자는 그게 모던 5종목 예선이었다고 우겼다. 다행히 추가로 출전을 받아줘 대회를 뛸 수 있었다. 작은 대회는 출전 선수가 많지 않아 예선 없이 곧바로 결승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선 경기도 모던 5종목이면 5종목 모두를 봐야 하는데 4종목만 본다는 것은 원래 4종목 출전 선수도 있어 헷갈리는 일이다.
 
모던 5종목 순서가 달라 당황했던 적도 있다. 보통은 왈츠, 탱고 다음에 퀵스텝을 하는데, 그대회는 세 번째 종목을 폭스트로트로 진행한 것이다. 내가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폭스트로트의 시작점이 오른쪽 상단이 아니라 하단이었다. 다른 종목은 오른쪽 상단부터 시작하지만, 모든 선수가 처음부터 엉킬 수 있기 때문에 루틴을 다르게 짠 것이다. 퀵스텝 음악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폭스트로트 음악이 나오자 부랴부랴 오른쪽 상단에서 하단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시간을 까먹었으니 감점당했을 것이다. 다른 선수들은 이미 진행하고 있는데 그때야 자리를 잡아야 했으니 손해를 본 것이다. 그다음부터는 반드시 음악 나오는 순서를 미리 대회 측에 확인하고 나갔다.
 
전국체전 장애인 댄스 대회에 모던 5종목으로 출전 신청을 했다. 5종목을 다 출 수 있는 경쟁자는 별로 없을 것 같아 경쟁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회장에 가보니 모던 5종목 경연이 아예 안 보였다. 어찌 된 일인가 알아보니 3개 시도 이상이 출전해야 경기가 가능한데 2개 시도만 신청해 모던 5종목 부문이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일 년을 준비했던 일인데 부득이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우리 외에 역시 같은 처지가 되었던 다른 시도 팀과 다음 해에는 한 개 시도를 더 부추겨 같이 출전하자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한번 당하고 나니 또 그런 일을 당할까 봐 다음 해에는 아예 모던 5종목 출전은 포기했다.
 
우리가 보여줄 왈츠와 탱고는 제대로 추려면 농구장만 한 면적이 필요한데 그에 비하면 너무 작은 공간이었다. 루틴을 수정해 겨우 맞췄다. [사진 pixabay]

우리가 보여줄 왈츠와 탱고는 제대로 추려면 농구장만 한 면적이 필요한데 그에 비하면 너무 작은 공간이었다. 루틴을 수정해 겨우 맞췄다. [사진 pixabay]

 
국립극장 한가람홀이라는 작은 홀에서 ‘전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가 열린 적이 있다. 왈츠와 탱고를 이어서 하는 루틴으로 출전했다. 그런데 가 보니 댄스 외에도 성악, 기악 등 여러 종목이 같이 사용하는 홀이라 댄스 전용 홀이 아니었다. 전 부문 같은 조건이므로 불평해봐야 소용없다고 했다. 바닥은 마루가 아니고 플라스틱 고무판. 그나마 면적이 가로와 세로 6m에 불과했다. 우리가 보여줄 왈츠와 탱고는 제대로 추려면 농구장만 한 면적이 필요한데 그에 비하면 너무 작은 공간이었다. 라틴댄스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지만, 모던댄스는 공간을 줄이면 회전 각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어렵다. 루틴을 그것에 맞게 수정해 겨우 맞췄다.
 
청주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서울 양재동에서 새벽 4시에 파트너를 만났다. 원래는 전날 가서 1박 하는 게 정상이지만, 청주는 서울과 가까우니 당일치기로 가자고 한 것이다. 파트너는 직장에서 밤을 새워 일하고는 곧장 달려왔다고 했다. 청주까지 가는 것은 문제가 없었으나 둘 다 새벽부터 움직였으므로 오전에 예선 몇 번을 치르고 나니 거의 탈진 상태였다.
 
파트너는 경기가 끝나면 대회장 한구석에 처박혀 잠자듯 쓰러졌다. 그러다 나까지 긴장을 풀고 있다가 잠이라도 들면 우리 순서가 지나가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 눈을 부릅뜨고 견뎠다. 다른 사람이 남기고 간 포도송이가 보여 체면 불고하고 몇 알 먹었더니 다시 기운이 나는 것이었다. 포도가 피로 해소에 탁월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겨우 나머지 결승전까지 뛰고 나니 자정이 다됐다. 부랴부랴 서울로 차를 몰고 오니 출출했다. 해장국으로 배를 채우고 보니 새벽 4시였다. 24시간을 보낸 것이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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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필진

[강신영의 쉘 위 댄스] 댄스 동호인으로 시작해 30년간 댄스계에 몸담았다. 댄스에 대한 편견 때문에 외면하고 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댄스스포츠 세계는 문화, 역사, 건강, 사교,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고 알수록 흥미롭다. 30년 댄스 인생에서 얻은 귀중한 지식과 경험을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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