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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타트업’의 샌드박스···CG 섬 아니다, 한강에 있다

중앙일보 2020.12.04 05:00

백종현의 여기 어디?

'스타트업' 속 인물들이 자주 어울리고 모이던 야외 스탠드는 서울 노들섬에 있다. 산책로 너머로 한강이 보인다. [사진 tvN]

'스타트업' 속 인물들이 자주 어울리고 모이던 야외 스탠드는 서울 노들섬에 있다. 산책로 너머로 한강이 보인다. [사진 tvN]

“CG야, 진짜 있는 섬이야?”

tvN 드라마 ‘스타트업’을 본 시청자 사이에서 자주 나왔던 질문이란다. ‘스타트업’의 주 무대는 ‘샌드박스’라는 이름의 가상 회사다. 스타트업 창업자 또는 가능성 있는 젊은 인재를 지원하는 공간으로 그려지는데, 한강에 있는 외딴 섬에 자리해있다. 이 섬은 실재할까?  
'스타트업' 속 노들섬. [tvN]

'스타트업' 속 노들섬. [tvN]

결론부터 말하면, 섬은 진짜다. 샌드박스 공간은 서울 한강의 노들섬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노들섬을 아실는지. 용산구와 동작구 사이, 더 정확히는 이촌동과 노량진을 잇는 한강대교 아래에 자리한 9747㎡(약 3000평) 규모의 섬이다. 50년가량 방치돼오다, 지난해 9월 이른바 ‘음악섬’으로 정식 개장했다. 대중음악 공연장, 도서관, 음식 문화 공간 등을 갖춘 3층 규모의 ‘음악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섰다. 3000㎡(약 907평) 넓이의 잔디마당과 야외 스탠드, 산책로 등등 곳곳이 샌드박스의 무대이자, 도달 커플(남주혁, 배수지)의 데이트 장소로 나온다. 노들섬 어디에서든 한강이나 63빌딩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특히 일몰 즈음의 풍경이 빼어나다.  
 
드라마에서 샌드박스는 한국의 실리콘 밸리로 통하지만, 실제 노들섬의 역사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원래부터 섬도 아니었다. 본디 용산 끄트머리 강변의 너른 백사장으로, 신초리라는 마을이 있던 곳이다. 1917년 일제가 이 땅 위로 한강 철제 인도교를 놓고, 땅을 다지면서 ‘중지도(中地島)’라는 새 이름이 생겼다. 60년대 후반 ‘한강개발계획’의 일환으로 백사장의 모래를 대거 퍼간 뒤 현재의 꼴을 갖추게 됐다. 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낚시터이자 스케이트장으로 유원지 노릇을 했지만, 강 한복판의 고립무원이 된 뒤로는 사람의 발길이 뚝 끊겼다.  
지난해 9월 '음악섬'으로 재탄생한 노들섬의 서쪽 전경. 한강대교를 통해 걸어서 드나들 수도 있다. [사진 서울시]

지난해 9월 '음악섬'으로 재탄생한 노들섬의 서쪽 전경. 한강대교를 통해 걸어서 드나들 수도 있다. [사진 서울시]

지금의 ‘노들섬’이란 이름이 붙은 건 95년 김영삼 정부가 일본식 지명 개선사업을 추진하면서다. 노들섬은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이라는 뜻이다. 노들섬 개발 사업은 부침의 연속이었다. 2005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같은 대규모 공연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래 ‘예술섬’ ‘주말농장용 텃밭’ 등으로 서울시장이 바뀔 때마다 개발 방향이 바뀌었다. 지난해 9월 우여곡절 끝에 정식 개장했다.  
 
노들섬은 주차가 금지돼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용산에서 노들역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지하철 9호선 노들역에서 걸어선 10~15분 거리다.   
상암동 '문화비축기지'는 샌드박스 외관으로 등장했다. 커뮤니티센터(사진)는 석유 탱크를 해체하는 과정에서는 나온 철판을 활용해 세운 건물이다. 백종현 기자

상암동 '문화비축기지'는 샌드박스 외관으로 등장했다. 커뮤니티센터(사진)는 석유 탱크를 해체하는 과정에서는 나온 철판을 활용해 세운 건물이다. 백종현 기자

샌드박스 외관으로 등장한 멋스러운 건물도 서울에 있다. 상암월드컵경기장 맞은편에 자리한 ‘문화비축기지’가 샌드박스 본관으로 등장한다. 바로 옛 마포석유비축기지다. 73년 ‘석유파동’ 뒤 비상사태를 대비해 정부가 석유를 보관하던 장소다. 아파트 5층 높이 탱크 5개에 약 7000만ℓ의 석유를 보관하다 2000년 시설을 폐쇄했다.  
 
기존 탱크는 현재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공연장, 전시관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타트업’에 나온 ‘커뮤니티센터’는 탱크 두 개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나온 철판을 활용해 세운 건축물이다. 내부 생태 도서관과 카페 등을 갖췄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부 실내 시설이 문을 닫긴 했지만, 야외 산책로 주변으로 억새가 한창이어서 운치가 남다르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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