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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기업의 책임

중앙일보 2020.12.04 00:09 종합 33면 지면보기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미국 스포츠용품 기업 나이키는 20여년 만에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1996년 ‘라이프’잡지에 12살짜리 파키스탄 소년이 축구공을 꿰매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개발도상국 어린이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업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나이키는 회사 내에 ‘지속가능성 비즈니스&혁신’ 팀을 가동하고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에어 조던’ 같은 스타 마케팅으로 성공했던 기업답게 수단은 마케팅이었다. 중산층 백인 남성이 신는 러닝화 이미지에서 마이클 조던과 함께 흑인 문화의 중심으로 지평을 넓혔다.
 
‘저스트 두 잇(Just Do it)’같은 광고 카피는 10대 청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저탄소·친환경 같은 ‘지속가능성’에 집중했다. 스포츠가 가진 평등과 자유의 이념을 투영해 이젠 각종 차별과 젠더 문제에까지 개입한다.
 
2018년엔 미국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에 반대하며 경기 시작 전 국가(國歌) 제창을 거부하고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했던 미국 프로풋볼 선수 콜린 캐퍼닉을 모델로 기용했다. 정치적 올바름을 넘어 진보 이미지로까지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선보인 ‘누구도 우릴 멈출 수 없어(You Can’t Stop Us)’ 캠페인도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선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를 모델로 기용했다. 최근 나이키 일본법인이 선보인 새 캠페인에선 인종차별 문제를 직접 겨냥해 일부 일본인의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한국 기업 역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관심이 많다. 어찌 보면 나이키가 ESG 경영의 원조인 셈인데, 마케팅의 대가답게 때로는 논란을 불사하며 이미지를 구축한다. 최근 중국 소수민족 착취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나이키의 이미지 역시 결국은 고도로 계산된 마케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중요하다. 사회의 고용을 창출하고 부(富)를 늘리기 때문이다. ‘올바른’ 기업활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다만 한발 늦게 ESG 경영에 눈을 뜬 우리 기업들도 마케팅보단 진심을 보였으면 좋겠다. 수익의 극대화는 기업의 존재 이유지만, 결국 소비자도 바르게 경영하는 기업에 마음의 문을 열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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