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기숙 "호텔형 임대주택 찬양 수준, 낯 뜨겁다"

중앙일보 2020.12.03 19:21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연합뉴스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연합뉴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3일 정부의 ‘호텔형 임대주택’ 정책을 겨냥해 "일부 찬양의 수준이 낯 뜨겁다"며 "국민 세금을 축내는 나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암생활을 찬양해선 곤란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창해 온 호텔형 임대주택인 종로구 숭인동의 '영하우스'에 이은 두 번째 결실, '안암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가능하면 침묵하려다 일부 찬양의 수준이 낯뜨거워 굳이 평가하게 된 점 양해바란다"고 운을 뗐다.
 
‘안암생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학생·청년의 주거 안정을 위해 역세권·대학가 인근에 청년 맞춤형으로 공급하는 맞춤형 공유주택으로, 장기간 공실 상태로 있던 도심 내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조 교수는 '안암생활'과 관련해 "122명의 청년이 리모델링된 공동주택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거주하게 된 사실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결과 자체는 칭찬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좋은 정책은 투입 대비 산출이 효과적이어야 한다”며 "'안암생활'은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해 국민 세금 축내는 나쁜 정책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조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이 정책으로 혜택을 보는 연간 122명을 위해 투입된 비용이 적절했는지 ▶앞으로도 이런 사업이 지속 가능한지 ▶향후 LH에서 지속해서 투입될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이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될 지방이나 다른 지역 거주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없는지 ▶주변에서 원룸 사업을 하는 민간임대사업자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은 없는지 등 고려할 변수가 수없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소규모의 공동주택 관리비용은 더 많이 들 것"이라며 "주변 시세 절반도 안 되는 월세를 받으며 LH공사의 자회사가 관리한다면 지속적으로 공금이 투입되어야 유지가 된다는 말"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 혜택은 특정 지역의 극소수에게만 돌아간다. 현 정부가 입만 열면 말하는 공정의 가치에도 어긋난다"며 "다른 지역에서 두 배의 액수를 내며 원룸에 사는 청년과의 불공정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조 교수는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을 정부가 하는 건 세금 낭비"라면서 "정부가 이렇게 호텔 매입과 리모델링을 직접 해서 극소수 운 좋은 사람에게 혜택을 몰아줄 게 아니라, 민간 임대사업자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정책의 최대수혜자는 망해가는 호텔을 LH에 팔아넘길 수 있었던 호텔의 소유자라고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더 나은 복지, 더 나은 삶을 위해 국민 세금 쓰는 것 찬성한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쓰기 바란다"며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은퇴 후 다수 국민의 유일한 수입원이 월세가 될 터인데, 정부가 나서서 엄청난 세금 쏟아부어 원룸을 공급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정부가 일을 잘 못 하는 데에는 야당과 언론의 무능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기숙 교수 페이스북 글 전문
〈안암생활을 찬양해선 곤란한 이유〉
 
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창해 온 호텔형 임대주택인 종로구 숭인동의 '영하우스'에 이은 두번째 결실, '안암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각에서는 세탁기와 주방이 없는 게스트하우스에서 과연 몇 년을 살겠느냐는 주장부터, 멋진 계획이 현실화됐다는 찬양에 이르기까지... 가능하면 침묵하려다 일부 찬양의 수준이 낯뜨거워 굳이 평가를 하게 된 점 양해바란다. 
 
나는 개인적으로 '안암생활'은 중앙정부가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해 국민 세금 축내는 나쁜 정책으로 평가하고 싶다. 물론 122명의 청년이 리모델링된 공동주택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거주하게 된 사실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혜택을 받은 사람을 그렇지 못한 사람이 부러워하다못해 질투하는 게 현실이니 그 정도면 훌륭한 시설이라 결과 자체는 칭찬하고 싶다.
 
〈좋은 정책은 투입 대비 산출이 효과적이어야〉
 
2.
그러나 정책 평가는 산출(output)만 보는 게 아니라 향후 사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투입(input)대비 효과를 계산해야 한다. 이 정책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연간 122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연간 122명을 위해 투입된 비용이 적절했는지, 앞으로도 이런 사업이 지속가능한지, 향후 LH에서 지속적으로 투입될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이 혜택을 보지못하게 될 지방이나 다른 지역 거주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없는지, 주변에서 원룸 사업을 하는 민간임대사업자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은 없는지 등 고려할 변수가 수 없이 많다. 임대주택의 경우에는 세입자가 자신의 집을 책임 지고 있고, 전체적으로는 관리사무소에서 공동 관리를 하므로 비용절감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임대주택이 슬럼화되는 이유는 쾌적하게 유지하는 관리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소규모의 공동주택 관리비용은 더 많이 들 것이다. 주변 시세 절반도 안되는 월세를 받으며 LH공사의 자회사가 관리를 한다면 지속적으로 공금이 투입되어야 유지가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 혜택은 특정 지역의 극소수에게만 돌아간다. 현 정부가 입만 열면 말하는 공정의 가치에도 어긋난다. 다른 지역에서 두 배의 액수를 내며 원룸에 사는 청년과의 불공정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을 정부가 하는 건 세금 낭비〉
 
3.
나는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돼 현정부에서 확대된 주택임대사업자 제도가 월세만 대상으로 했다면 매우 훌륭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전세를 포함하면서 갭투자를 부추겨 투기 광풍이 불었던 게 문제였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대안으로 주임사제도를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제도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디테일만 바꾸면 나쁜 제도도 훌륭한 제도가 될 수 있는데 여나 야나 생각이 없기는 마찬가지여서, 하나가 만들면 다른 하나는 없애고, 반대쪽에서는 다시 살리는 양극단을 오가며 국민을 고통에 빠뜨린다. 
 
정부가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이유는 시장에서 민간의 횡포를 막는 견제작용을 하기 위해서이지, 공산주의가 아닌 한 백퍼센트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아파트에서만 폐지되었지 주임사제도는 아직 유효하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렇게 호텔 매입과 리모델링을 직접 해서 극소수 운좋은 사람에게 혜택을 몰아줄게 아니라, 민간 임대사업자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호텔은 공공택지가 아니라 매입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이 정책의 최대수혜자는 망해가는 호텔을 LH에 팔아 넘길 수 있었던 호텔의 소유자라고 생각된다.
 
〈지역편차 가중시키는 사업에 LH개입 자제해야〉
 
4.
우선 이렇게 지역별 공급에 편차가 날 수밖에 없는 정책에는 LH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 LH가 동원되면 지역 불균형을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서울로 서울로 몰리는 이유는 온갖 편의시설이 서울에 몰려 있고, 혜택도 서울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대도시 어르신의 지하철 무료탑승제도는 합리적 정책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면 상상하기 어렵다. 농어촌 지역 어르신에 대한 제도적 차별이기 때문이다. 모든 어르신에게 교통비를 제공하고 지하철은 자기돈 내고 타는 게 정책적 합리성을 지닌다.
 
따라서 관건은 민간임대사업자가 수익구조를 만들어가도록 지방정부가 어떻게 정책적 도움을 줄 것인지에 있다. 정부는 임대사업자 세제혜택과 리모델링 비용 저리 융자 등의 기존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민간임대사업자의 주택관리가 훨씬 경제적이다. 그럼에도 수익확보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방정부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민간 건물을 사들이기보다는 민간임대사업자가 일정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임차인에게 바우처를 제공하면 된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청년 임차인에게 바우처를 제공하는 게 목표이지만 당분간 그것이 어렵다면 지방정부가 지정하는 숙소를 임차하는 청년부터라도 바우처를 제공하면서 초기 임대료를 민간임대사업자와 협상하는 권한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렇게 힘들게 임대차3법 통과시켜 국민들에게 온갖 불편을 겪게 했으면 기존에 만들어놓은 제도라도 잘 활용해야하지 않겠는가.
 
〈언론이나 야당 타당한 비판해야 정부도 유능해져〉
 
5.
더 나은 복지, 더 나은 삶을 위해 국민 세금 쓰는 것 찬성한다. 하지만 국민세금을 쓸 데에는 투입대비 산출 뿐 아니라 기회비용, 매물비용까지 계산해가며 효율적으로 쓰기 바란다. 원룸은 비싸서 문제였지 공급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은퇴후 다수 국민의 유일한 수입원이 월세가 될 터인데, 정부가 나서서 엄청난 세금 쏟아부어 원룸을 공급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전세난의 진앙지가 원룸도 아닌데 말이다.
 
내가 더 화가 나는 건 어떤 언론이나 야당도 합리적인 비판은 못하고 멀쩡하게 리모델링된 호텔을 게스트하우스라고 깎아내리거나, 세탁실과 부엌이 없어서 불편하다는 점만 부각시킨다는 점이다. 월세가 싸다면 그 정도 불편은 누구라도 감수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저렴한 월세를 보조하는 비용을 지속적으로 우리가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느냐, 특정 소수만 이런 혜택을 누리는 게 과연 공정한 정책인가에 있다. 정부가 일을 잘 못하는 데에는 야당과 언론의 무능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