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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히 할일 해라" 재판장 당부에 삼성 '12월 인사' 택했다

중앙일보 2020.12.02 11:5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뇌물공여 등 파기환송심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뇌물공여 등 파기환송심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삼성이 전자 계열사 위주로 2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반도체 사업부장 두 명을 새로 선임하고, 삼성SDS·삼성디스플레이의 대표 이사를 교체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일정 때문에 삼성이 임원 인사를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삼성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전처럼 12월 첫째 주에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는 스케줄을 지켰다.
   

반도체 사업부장 두명, 계열사 사장 두명 새로 선임 

사실 삼성은 최근 5년 간 2018년을 제외하곤 12월 정기 임원 인사를 한 적이 없었다. 이 부회장뿐 아니라 고위임원 상당수가 검찰에 기소돼 형사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12월 첫째 주에 삼성이 사장단 인사를 실시한 배경에는 이 부회장 사건의 파기환송심 재판장을 맡은 정준영(53·사법연수원 20기) 부장판사의 소신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파기환송심 첫 공판 때부터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이재용 피고인에게 당부드린다.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 총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기 바란다.”

 
정 부장판사의 발언과 달리 삼성이 올해 임원 인사를 늦췄을 경우, 이 부회장의 양형에 도리어 불리한 요소가 된다. 재판장의 발언 취지가 삼성의 경영 활동에 공백을 두지 말고,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5년 간 삼성 사장단 인사 시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최근 5년 간 삼성 사장단 인사 시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날 사장 인사를 발표한 직후 삼성전자는 “미래를 대비한 새로운 혁신과 도전을 이끌 세대교체 인사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에선 김기남(62) 대표이사(부회장)를 유임하면서도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에서 각각 사업부장 한 명씩을 새로 선임했다.

 

삼성 "미래를 대비한 세대교체 인사"  

1967년생인 이정배(사진) 신임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낸드플래시·D램 등 메모리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고, 1964년생인 최시영(사진) 신임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를 좁히는 데 주력한다. 최근 미국 마이크론이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발표함에 따라 삼성은 적층 기술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넘겨줬다. 이 사장과 최 사장은 각각 전임자와 비교해 5살, 4살 젊다. 
 
삼성전자가 2일 2021년도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에 DRAM개발실장 이정배 사장, Foundry사업부장에 글로벌인프라총괄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 최시영 사장.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일 2021년도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에 DRAM개발실장 이정배 사장, Foundry사업부장에 글로벌인프라총괄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 최시영 사장. [사진 삼성전자]

현재 메모리사업부장인 진교영(58) 사장은 연구·개발 파트인 종합기술원장, 파운드리사업부장인 정은승(60) 사장은 신설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자리를 옮긴다. 두 사람 모두 고문으로 위촉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영 일선에서 계속 활동한다. 
 
3일 사장으로 승진한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진 삼성전자]

3일 사장으로 승진한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세트 사업부에선 이재승(60·사진) 생활가전사업부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1969년 삼성전자가 창립한 이래 생활가전 출신으로는 첫 사장 승진자다. 올 1월 생활가전사업부장으로 선임된 이 부사장은 '비스포크' 냉장고를 비롯해 개인 맞춤형 가전을 선도했다. 사내에선 최근 LG에 기세가 밀렸던 생활가전(냉장고·세탁기 등)에서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 사업화에 고삐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사업화추진단장인 최주선(57·사진) 부사장을 사장 승진과 동시에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최 신임 대표는 QD 사업화추진단장으로 부임하기 전에는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미주총괄로 재직했다. 삼성 반도체 특유의 '1등 DNA'로 이재용 부회장이 13조원 투자를 발표한 QD 디스플레이 양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포석이다. 내년 3월에 임기(3년)를 마치는 이동훈(61) 현 대표는 고문으로 위촉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신임 대표로 내정된 최주선(왼쪽) 신임 사장과 삼성SDS 신임 대표로 내정된 황성우 사장. [사진 삼성]

삼성디스플레이 신임 대표로 내정된 최주선(왼쪽) 신임 사장과 삼성SDS 신임 대표로 내정된 황성우 사장. [사진 삼성]

고려대 교수(전기전자전파공학부) 출신으로 2012년에 경력 입사한 황성우(58·사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사장)은 삼성SDS 대표로 전진 배치됐다. 황 사장은 승진한 지 1년도 안돼 삼성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삼성SDS 대표이사로 일하게 됐다. 이밖에도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스포츠마케팅 연구담당(사장)은 글로벌전략실장으로 이동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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