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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아 형님도 이름 바꾼다...현대차그룹 '자동차' 떼나

중앙일보 2020.12.02 08:00
현대자동차그룹은 2011년 CI 작업을 통해 현재의 엠블럼과 사명을 확정해 사용했다. 내년 기아자동차가 사명과 엠블럼을 교체하는데 이어, 현대자동차와 그룹명 역시 변경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는 정식 명칭에는 '자동차(Motor)'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지만 영문 표기에는 '현대'라는 이름만 쓰고 있다. 사진은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전경. 뉴스1

현대자동차그룹은 2011년 CI 작업을 통해 현재의 엠블럼과 사명을 확정해 사용했다. 내년 기아자동차가 사명과 엠블럼을 교체하는데 이어, 현대자동차와 그룹명 역시 변경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는 정식 명칭에는 '자동차(Motor)'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지만 영문 표기에는 '현대'라는 이름만 쓰고 있다. 사진은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전경. 뉴스1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룹명과 현대자동차의 사명(社名) 변경 검토에 착수했다. 핵심은 이름에서 ‘자동차(motor)’를 떼는 방안이다.  
 

사명 변경 검토 돌입

1967년 그룹의 주력인 현대자동차 설립 이후 그룹명이나 사명에서 ‘자동차’가 빠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더는 내연기관 자동차만 만들지 않는 데다, 모빌리티(이동성)·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는 상황이라는 게 논의의 출발이다. 사업의 영역을 제한하는 이름을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기아차 이어 현대차도 사명 변경 검토 

1일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룹 기획조정실 중심으로 그룹명 변경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기획조정실은 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정의선 회장은 수석부회장이던 지난해 10월 임직원과의 대화(타운홀 미팅)에서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개인용 항공기(PAV·Private Air Vehicle)가 30%, 로보틱스가 20%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명 변경에선 기아차가 한발 앞서 있다. 기아차는 올 초 발표한 중장기 전략 ‘플랜S’에서 기업 정체성(CI)과 브랜드 정체성(BI), 디자인 정체성(DI)까지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기아차는 기존 타원형 엠블럼 대신 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이매진 바이 기아’에 달렸던 새 엠블럼을 내년부터 적용한다.
기아자동차는 기존 타원형 엠블럼 대신 새 엠블럼 적용을 확정했다. 내년 3월 출시하는 준대형 세단(프로젝트명 GL3)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 공개한 콘셉트카 '이매진 바이 기아'에 달린 로고.

기아자동차는 기존 타원형 엠블럼 대신 새 엠블럼 적용을 확정했다. 내년 3월 출시하는 준대형 세단(프로젝트명 GL3)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 공개한 콘셉트카 '이매진 바이 기아'에 달린 로고.

이와 함께 기존 사명인 기아자동차(KIA Motors) 역시 ‘기아(KIA)’로 바꿀 방침이다.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이 남아있지만 이미 변경 작업은 본격화했다. 내년부터 거점 대리점을 중심으로 새 엠블럼과 사명을 적용할 예정이며, 내년 3월 출시하는 준대형 세단(프로젝트명 GL3)부터 새 엠블럼을 단다.  
 
GL3는 기존 K7의 후속 모델이지만, 이름을 K8으로 바꾸는 방안도 거의 결정 단계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따로 없는 기아차가 플래그십(최고급) 세단 K9과 함께 ‘프리미엄 라인업’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GL3는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그랜저보다 고급 사양을 장착하고 4륜구동 시스템도 선보일 예정이다.
 

“미래 방향성 담는 이름 고민 중” 

대표적인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초기 '테슬라 모터스'라는 사명을 썼지만 지금은 '테슬라'라는 이름만 사용한다. 사업 영역이 확대된 상황에서 굳이 회사의 정체성을 자동차에 한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초기 '테슬라 모터스'라는 사명을 썼지만 지금은 '테슬라'라는 이름만 사용한다. 사업 영역이 확대된 상황에서 굳이 회사의 정체성을 자동차에 한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기아차가 사명을 ‘기아’로 바꾸는 상황에서 ‘형님’인 현대차가 ‘자동차’라는 이름을 유지하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캐딜락 같은 자동차 회사들도 사명에 ‘자동차’가 없다. 전기차의 대명사인 테슬라 역시 초기 ‘테슬라 모터스’에서 현재는 사명을 ‘테슬라’로 바꾼 상황이다.
 
큰 변화 없이 사명을 바꿀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금도 현대차 대리점 등엔 영문으로 ‘HYUNDAI’라는 이름만 달려 있다. 기아차처럼 대규모의 CI 교체 작업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현재 사용 중인 ‘H로고’는 국내외에서 인지도가 높고 호감도가 높아 유지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그룹 명의 변경은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하는 단계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 계열 분리 이후 현대·기아차그룹 등 명칭을 혼용하다 2011년 CI 변경을 통해 ‘현대자동차그룹(HYUNDAI MOTOR GROUP)’으로 확정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11년 기업 정체성(CI) 작업을 통해 현재의 이름을 쓰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은 2011년 기업 정체성(CI) 작업을 통해 현재의 이름을 쓰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정의선 회장 부자(父子)는 ‘범(凡) 현대가의 적통’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계열 분리 당시에도 명칭을 놓고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과 신경전이 있었다. 현재도 대표 홈페이지 주소의 경우 현대차는 ‘현대 닷컴(www.hyundai.com)’이다. 현대그룹은 ‘현대그룹 닷컴(www.hyundaigroup.com)’을 사용한다.
 
아직 논의 초기 단계지만 ‘현대그룹’ 명칭을 사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관련 논의에 정통한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갈등의 소지가 있는 명칭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현대 모빌리티 그룹’처럼 미래 사업의 정체성을 담은 이름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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