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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주호영 “안철수 앞장서는 야권통합 가능하겠나”

중앙일보 2020.12.02 00:49 종합 24면 지면보기

내년 4월 선거전 야권 재편 현실성 있을까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야권의 혁신과제’를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야권의 혁신과제’를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11년 정계에 입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9년간 당을 5번 만들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창당 기록이 같다. 그런 안 대표가 지금의 국민의당을 만든 지 반년 만에 또다시 신당 창당을 얘기하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중심이 아닌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장이든 대통령이든 관심이 있다면 입당해서 경선을 하라’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신경전을 만들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
아직 열린 카드라고 듣고 있어
야권, 결국 통합후보 내겠지만
홍준표 복당은 상당기간 어렵다”

조경태·장제원 의원 등 김종인 비대위에 불만을 보이는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귀를 기울인다. 김세연 전 의원은 “힘을 보태겠다”고 안 대표를 거들었다. ‘국민의힘은 지금이 몰락의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게 이유다. 중요한 건 홍준표·유승민 등 야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힘을 합칠 때’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거다. 물론 이들 모두 뉘앙스와 취지는 제각각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폭주와 맞물려 야권재편론은 스멀스멀 반향을 만드는 중이다.
 
물론 거대 야당인 국민의힘이 안 대표가 제안한 헤쳐모여식 야권 통합에 참여할 까닭을 찾긴 어렵다. 게다가 내년 4월 예정된 서울시장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시기적으로도 야권재편론에 힘이 실리기 어렵다. 후보 단일화 방식의 연대라면 모를까 야권 통합 같은 거대 담론을 논의하기엔 시간도 에너지도 부족하다. 문제는 곧 닥칠 선거전에서 인지도 높은 후보군이 국민의힘 밖에 여럿 존재한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4연패 했고 대선을 앞뒀다. 지면 안되는 선거다.
 
국민의힘은 일단 미스터 트롯 방식의 후보 선출로 경쟁력을 높여볼 생각이다. 당심보다 민심이 더 많이 반영되는 개방형으로 경선을 치른다. 전문가 패널과 시민평가단을 동원하고 인지도 낮은 후보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정치 신인 중 최다 득표자를 와일드카드로 본 경선에 보낸다. 그렇다 해도 국민의힘이 단독으로 경선을 흥행시킬 수 있을 지엔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다. 두드러진 주자도 드물고 경선 과정에 활력을 불어넣을 페이스 메이커도 뚜렷하지 않다.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물었다.
 
안철수 대표의 야권통합론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
“야권 통합에 반대하는 의원은 없다. 문제는 안 대표가 앞장서는 야권 연대가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거다. 안 대표는 대선을 염두에 둔 야권 연대를 얘기하지만 우린 아직도 안 대표가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를 거부할 생각이 없다고 듣고 있다. 야권 통합 후보를 보장해 달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우리 당에 입당하면 불쏘시개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 모양인데 그렇다고 경선 승리를 보장해줄 방법은 없다. 우린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높이는 식으로 경선 방식을 바꿨다.”
 
안 대표의 야권연대론은 결국 서울시장 선거용이란 뜻인가.
“아니다. 야권 후보가 되자면 국민의힘 후보로 뽑히는 원샷 경선도 있지만 당 경선 후보가 무소속 후보와 합치는 2011년 박원순·박영선 모델도 있다. 후자의 방식이라도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먼저 국민의당 후보가 돼야 할 텐데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그의 핵심 참모들은 ‘길이 열려 있다’고들 하니 그렇게 보는 것이다.”
 
이태규

이태규

안 대표의 핵심 참모인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을 찾았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할 가능성이 아직도 있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 지금은 모든 걸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막고 있다. 그런 부분이 해소되고 중도 성향 야권통합 후보에 대한 강한 여론이 만들어지면 가능성이 있다. 정권 교체가 중요하고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더 절실해져야 한다.”
 
그런 야권연대가 가능하다고 보나.
“김종인 체제에선 어려울 거다. 실제로 야권 연대에 대한 어떤 논의도 없다. 하지만 국민의힘도 내부에선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런 식이면 좋은 기회 다 놓친다. 야권이 뭉칠 때’라고들 한다. 임계점이 오지 않겠나.”
 
국민의힘 경선전에 참여하면 인지도 높은 안 대표가 유리하지 않을까.
“국민의힘이 야권을 대변할 절대적 권위와 신뢰를 받는 건 아니다. 확실한 혁신의 길로 가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정권 폭주에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는 게 아니다. 들어갈 이유도 없지만 ‘그런 국민의힘에 들어가면 결국 불쏘시개 된다’는 말을 안 대표는 듣고 있다.”
 
현실적으로 야권통합은 서울시장 선거 전엔 어렵다는 뜻이다. 그럼 서울시장 선거가 끝나면 어떨까. 김종인 위원장의 거취와 관련 있지만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대선까지 이어질 거란 전망도 많다. 21대 대통령 선거일은 2022년 3월 9일이다. 일정만 놓고 보면 6개월 전인 내년 9월 초까지 당의 대선 후보를 뽑아야 한다. 국민의힘은 7월쯤 새 당 대표를 뽑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들어가야 하는데 4월 선거 후 전당대회를 하자면 시간이 빠듯하다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다시 질문했다.
 
서울시장 선거 후에도 김종인 비대위가 이어질까.
“그런 일은 없을 거다. 선거에 이긴다면 혹시 그런 얘기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어차피 비대위 임기가 그때까지다. 진다면 후폭풍이 엄청날 텐데 누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나. 대선 관리는 전적으로 다음 지도부 몫이다.”
 
야권이 통합하자면 홍준표 의원 복당도 이뤄져야 하지 않나.
“상당 기간 어렵다. 반대하는 의원이 많고 30~40대 여성이나 화이트칼라 층의 비호감도가 높아 복당은 당의 분열로 연결된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그런 모습은 곤란하다.”
 
판세는 좋지만 이대로 가면 내년 보궐선거도 힘들 거란 위기감이 야권 전체에 퍼져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당장 비대위를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젠다를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존재감이 없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 “사람을 전부든 일부든 바꿔 2기 비대위로 당의 총력을 모아야 한다”고 말하는 데에는 그런 불만이 반영돼 있다. 비대위와 원내 간 엇박자에 대한 우려도 많다. 조해진 의원은 “비대위가 당의 주력인 의원총회와 별개로 움직이는 별동대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정권 폭주에도 당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니 김종인 비대위를 향해 불안한 시선이 커지는 국민의힘이다. 하지만 김종인 위원장은 “국민의힘 외에 확고한 야권 세력은 없다”고 ‘야권연대론’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오히려 “일부 사람들이 개인적 입지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안철수 대표를 겨냥했다. 또 “과거부터 야권은 연대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20대 총선 결과가 과연 그랬느냐”고 되물었다. 야권내 기반이 약한 안 대표의 ‘정계 재편’ 제안은 제1야당 지도부의 싸늘한 반응에 동력을 잃어버린 모양새다.
 
선거판 단골 메뉴, 야권 후보 단일화
선거판에 후보간 연대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나온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 간의 DJP연합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대세론이 한창이던 때다. 기본적으론 안티에서 시작된 반이회창 연대다. 한나라당 쪽에선 안티에서 또 안티로 달린 반 DJP연대의 움직임도 있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2012년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를 거쳐 2016년 총선 과정에서 더욱 확산됐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때는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당 경선에서 이겼지만 시민단체 지지를 받던 무소속 박원순 후보와의 단일화로 야권 단일 후보를 뽑았다. 국민의힘이 80% 국민여론조사, 20% 당원 투표로 당 후보 경선 방식을 바꾼 건 당 밖 제 3지대 후보와의 2단계 단일화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란 얘기가 나온다. 당내 경선을 100% 국민 여론조사로 치르면 그 자체가 시민 후보가 된다. 이렇게 선출된 당 후보가 ‘또 무슨 단일화’냐고 반발할 소지를 막기 위해 당원 투표 20%를 섞어 그런 주장에 대비했다는 것이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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