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을 사이에 놓고 포즈를 취한 오빠 박지원(아래)과 동생 박지현. 동생은 ’오빠도 나처럼 신인왕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상조 기자
남녀 프로농구 차세대 에이스
동생, 3년 전 1순위에 신인왕까지
오빠, 올해 대학 MVP 거쳐 2순위
허웅-허훈처럼 나란히 태극마크 꿈
남매는 둘 다 남녀 프로농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에이스다. 프로 데뷔를 앞둔 박지원은 대학농구 최고 가드다. 올해 U-리그에서 연세대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돌파와 리딩이 뛰어난 정통 포인트가드로, 키까지 큰 편이라 여러 팀이 탐냈다. 가드가 많지 않은 KT에선 에이스 허훈(23)과 시너지를 기대한다. 허훈은 연세대 4학년 시절, 신입생 주전 박지원과 전국대회 3관왕을 일궜다.
박지현은 여자농구 신인왕 출신이다. 3년 만에 에이스급 선수로 올라섰다. 시즌 초 다친 간판스타 박혜진(30)을 대신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부천 하나원큐전에선 29득점, 16리바운드를 쓸어 담았다.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과 리바운드다. 우리은행은 3연승으로 2위다. 박지현은 “우리 남매는 같이 하는 것은 뭐든 다 잘했다. 내가 프로에 잘 적응했으니, 실력이 훨씬 좋은 오빠는 더 빨리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왼쪽), 박지현 남매가 26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농구팀 체육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했다. 우상조 기자
동생은 오빠 슈팅 폼을 빼닮았다. 박지원은 “같은 종목 운동을 한 게 도움이 많이 됐다. 서로 훌륭한 연습 파트너이자, 고민을 털어놓는 상대”라고 꼽았다. 박지현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오빠와 1대1 대결을 했다. 진 사람이 딱밤 한 대를 맞았는데, 내가 승리욕이 강해 이마가 퉁퉁 부어도 계속했다. 그때 농구가 엄청 늘었다”며 웃었다.
남매는 평소에도 붙어 다닌다. 매일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시간이 맞으면 밥도 같이 먹고 노래방도 간다. 박지원은 “나는 임창정 발라드를, 동생은 아이유 노래를 즐겨 부른다. 서로 상대 노래는 듣지 않는다. 각자 다음 부를 곡을 고르는 현실 속 남매”라고 소개했다.

박지원(왼쪽), 박지현은 허웅-훈 형제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남매 선수를 꿈꾼다. 우상조 기자
두 사람은 같은 꿈을 꾼다. 농구 국가대표 형제 허웅(25·원주 DB)-허훈처럼, 농구 국가대표 남매가 되는 거다. 박지원은 “동생은 지명 1순위에 신인왕이고, 지금 잘하고 있다. 나만 잘하면 된다. ‘코트 위 남매는 용감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게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지현은 “주변에서 ‘오빠가 지명 2순위라서 섭섭하지 않냐’고 묻는다. 내 대답은 ‘전혀 아쉽지 않다’다. 대신 ‘신인왕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려는데 박지현은 “중요한 말을 빠뜨렸다”며 붙잡았다. “농구는 팀 스포츠잖아요. 오빠가 신인왕이 되려면 동료들 도움이 정말 중요하죠. 그래서요. (허)훈이 오빠, 우리 오빠 잘 부탁해요.”(웃음)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