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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드론 공격에 이란 고위 장성 폭사…일촉즉발의 중동

중앙일보 2020.12.01 17:56
이란 혁명수비대의 사령관급 장성 한 명이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드론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외신이 보도했다. 공격 배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란 핵과학자 피살로 이란과 이스라엘이 일촉즉발의 갈등에 빠진 상황이라 중동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하레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과 아랍권 매체에 따르면 드론 공격을 받아 폭사한 이란의 장성은 무슬림 샤단이다. 그는 경호원들과 함께 무기가 실린 차를 타고 이라크에서 시리아로 넘어가던 중 공격당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라크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과 경호원 3명이 드론 공격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파흐리자데의 장례식.[AP=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파흐리자데의 장례식.[AP=연합뉴스]

공격은 지난달 28일 늦은 오후나 29일 새벽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핵과학자 모센 파흐리자데가 총격을 받고 사망한 직후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이란 관련 시설을 지속적으로 공격해왔다. 시리아 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이 이라크를 경유해 시리아와 레바논으로 무기를 밀반입하려 했다고 비난해왔다. 때마침 29일 아비브 코하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란의 시리아 주둔에 대해 필요한 만큼 단호한 조처를 계속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 테헤란 거리에 걸린 파흐리자데의 추모 사진. [AFP=연합뉴스]

이란 테헤란 거리에 걸린 파흐리자데의 추모 사진. [AF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란을 겨냥한 공격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전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란과 미 차기 정부 간의 핵 합의 등 화해 분위기를 저지하기 위해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 전까지 이란을 자극하는 크고 작은 공격들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공동 행동계획(JCPOA)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경제 제재에서 풀려난 이란이 힘을 키워 몰래 핵 개발을 가속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바이든 정부 출범 전까지 이스라엘은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할 것"이라면서 "이란의 고위급 표적을 제거함으로써 이란이 핵 협상을 하거나 핵 개발에 나설 경우 언제든지 이런 일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장을 날리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테헤란에서 진행된 파흐리자데의 장례식. [AP=연합뉴스]

테헤란에서 진행된 파흐리자데의 장례식. [AP=연합뉴스]

보수 성향 매체 이스라엘 하욤은 이번 드론 공격 배후에 미국이 주도하는 이라크 주둔 연합군이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 주도 연합군은 과거 시리아와 이라크 국경지대에서 친이란 전투원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바 있다.    
 
갈등이 격화되면서 이스라엘은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외무부 고위 관계자는 재외 공관에 보안 절차 강화 등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또 이스라엘 당국은 아랍에미리트(UAE) 등 최근 수교를 맺은 국가에서 자국민을 겨냥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수교에 합의한 UAE 등에 대해 이란은 "배신자"라며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곧바로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스라엘 본토 공격은 피하면서 이스라엘과 UAE 등에 동시에 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 IRNA통신에 따르면 마무드 알라비 이란 정보부 장관은 30일 "치안 당국이 파흐리자데 암살에 대한 많은 단서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선 당분간 자세한 사항을 언급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보복에 나서더라도 바이든 정부와의 협상 여지를 남겨 놓기 위해 수위는 조절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란이 공격받을수록 이란 내 반미 강경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핵협상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JCPOA에 탈퇴한 이후 이란 내에선 이 합의를 주도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 등 온건파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로하니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8월에 끝난다. 지난 2월 치러진 총선에서 강경파가 압승하면서 대통령 선거에서도 강경파가 승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장지향 센터장은 "가뜩이나 강경파는 핵 합의를 해도 제재는 서서히 풀려 실익이 작다고 주장한다"면서 "이란이 잇따라 공격받으면서 이런 목소리가 커지면 핵협상이 순탄하게 이뤄지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1일 이란 언론 IRNA통신 등에 따르면 사이드 카티브자데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 장성이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폭사당했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 "지금까지 이와 관련해 어떤한 보고도 받지 못했다"고 부인하면서 "가짜뉴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만약 사실이라고 해도 이란 정부가 공식적으로 시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분석도 나온다. 보도대로라면 폭사당한 장성은 시리아에 무기를 밀반입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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