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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항공사 출범, 첫 고비 넘었다지만…해결할 과제 산더미

중앙일보 2020.12.01 17:20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KCGI 측이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했다. 이 결과에 따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은 순조롭게 진행되게 됐다.   사진은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 여객기들이 주기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KCGI 측이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했다. 이 결과에 따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은 순조롭게 진행되게 됐다. 사진은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 여객기들이 주기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첫 고비를 넘었다. KCGI(강성부 펀드) 측이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1일 기각하면서다. 이로써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은 일단 탄력을 받게 됐지만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법률 분쟁 ▶LCC(저비용항공사) 통합 ▶공정거래위원회 승인 및 해외 기업결합 심사 ▶노조 갈등과 같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한진그룹

초대형 국적 항공사 출범 시동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1일 KCGI가 한진칼에 대해 청구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유상증자 일정에 따라 2일 500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한다. 유상증자 절차가 완료되면 산은은 한진칼 보통주 706만여주를 취득해 10.66%의 지분율을 갖게 된다. 나머지 3000억원은 향후 한진칼이 보유할 대한항공 주식으로 교환할 권리를 가진 교환사채(EB)를 인수한다.   
서울 강서구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비행기 모형이 놓여 있다. 뉴스1

서울 강서구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비행기 모형이 놓여 있다. 뉴스1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은 1조 8000억원이다. 대한항공은 이를 위해 내년 초 2조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별도로 실시한다. 이 중 7300억원은 한진칼이, 나머지 1조 7700억원은 기관 투자자 등 민간에서 끌어와 중도금(4000억원)을 납부한다.  
 
내년 6월엔 아시아나항공이 진행하는 1조 50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확보하면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한진그룹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이번 인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주주가치 제고 및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갖는 큰 의미와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대한민국 항공산업 구조 재편의 당사자로서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일자리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연합뉴스

여전히 살아있는 법률 분쟁 불씨

법원의 결정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맞서고 있는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ㆍKCGIㆍ반도건설)은 경영권 확보 동력을 사실상 잃게 됐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산은의 한진칼 지분율이 10.66%, 조 회장 측(현재 41.04%)은 36.66%, 3자 연합(현재 45.23%)은 40.41%가 되기 때문이다. 산은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돼 3자 연합이 주도권을 잡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법적 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3자 연합이 이번 결정에 불복해 신주발행 취소와 같은 본안 소송으로 들어갈 가능성 때문이다. KCGI는 또한 한진칼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면서 반격도 준비하고 있다. KCGI가 신규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을 임시 주총 안건으로 한정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주총에서 무산될 가능성은 작지만, KCGI측 이사가 선임된다면 이사회에서 인수 문제가 재논의 될 수도 있다.  
 
한진그룹 측이 1일 입장문을 통해 “3자 연합도 책임 있는 주주로서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뜻을 함께 모아주길 바란다”며 3자 연합 달래기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본안소송 가면 최종 판결까지 수년 걸릴 듯 

한 재계 관계자는 “본안 소송의 경우 최종 판결까지 길게는 수년이 걸리고 가처분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향후 본안 소송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줘 뒤집기가 쉽지는 않다”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주주총회가 열리더라도 산은이 한진칼 주주로 있는 상황에서 3자 연합에 우호적인 신규 이사 선임 등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 사실을 밝히고 있다. 사진 산업은행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 사실을 밝히고 있다. 사진 산업은행

독과점 문제도 해결 과제다. 지난해 말 수송객 점유율을 기준으로 국내선의 경우 대한항공이 22.9%, 아시아나항공은 19.3%를 차지한다. 양사의 3개 LCC(진에어ㆍ에어부산ㆍ에어서울) 점유율까지 더하면 62.5%에 달한다. 다만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여객 수송 점유율은 각각 19.3%, 14.1%로 50%를 넘지 않았다. 같은 기간 국제화물 수송 점유율의 경우 대한항공은 30.2%, 아시아나항공은 17.5%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가 범정부 차원의 결정인 것을 고려하면 공정위의 결합 승인을 얻어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해외에서의 허가다. 공정위에 따르면 양대 항공사의 합병은 미국과 유럽연합, 중국, 일본의 경쟁 당국으로부터 사전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지난 2011년 그리스의 1위와 2위 항공사 통합을 두고 합병 시 그리스 항공시장의 90%를 점유하는 회사가 탄생한다며 승인하지 않았다.   
대한항공노조와 아시아나열린조종사노조 관계자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와 관련해 고용 안정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대한항공노조와 아시아나열린조종사노조 관계자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와 관련해 고용 안정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최대 1000명 중복 인력 어쩌나

합병 후 경영 효율화 과정에서의 인력 구조조정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한진그룹과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은 없다”라고 못 박았지만, 양사의 중복 인력과 노선 등을 고려하면 조정을 피할 수 없다는 게 항공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두 항공사의 국제선 노선 중 중복 노선은 48개로 대한항공 전체 노선(115개)의 42%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LCC 3사 통합의 경우 노선 상당수가 중복돼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업계에선 두 항공사 통합 시 중복 인력은 800~1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 4개 노조로 구성된 공동대책위는 “고용안정을 위한 세부적인 계획을 마련해 달라”면서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요구한 상태다.
 
한편 두 회사의 부채도 숙제다. 현재 아시아나가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 부채만 4조 7979억원이며, 대한항공은 14조원 이상의 금융 부채 가운데 5조원이 1년 내 만기가 도래한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항공사의 출범에 대해 '승자의 저주'나 '독이 든 성배'라는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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