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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이다" "공사절차 적법했다"…광화문광장 논란 법정간다

중앙일보 2020.12.01 16:18
서울시가 추진 중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해 시민단체가 '위법'을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냈다.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논란이 법정 공방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광화문 공사, 상위계획에도 없어 국토계획법 위반”

 경실련, 도시연대 관계자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강당에서 광화문광장 사업 관련법 위반 무효소송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실련, 도시연대 관계자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강당에서 광화문광장 사업 관련법 위반 무효소송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도시연대 등 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는 1일 서울시를 상대로 도시관리계획 무효확인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고 밝혔다. 원고는 경실련과 광화문광장 인근에 8~10년간 거주한 주민 2명이다. 무효확인소송은 행정청의 처분이 적법한 효력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소송이다.
 
이들은 크게 5가지 이유를 들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법률사무소 율선 소속 백혜원 변호사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 제25조1항에 따르면 도시관리계획은 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해야 하지만 최상위 도시기본계획인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한 내용은 제시돼 있지 않아 위법하다”고 말했다.
 

“790억원 사업에 실시계획 없어…표현의 자유도 침해”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형 굴착기 등이 동원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형 굴착기 등이 동원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법에 정해진 '실시계획'이 없다는 것도 소송의 이유가 됐다.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 국토계획법 제88조1항에 따라 실시계획을 작성해야 하지만 서울시가 약 79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광화문광장 공사를 진행하면서 이 과정을 건너뛴 건 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백 변호사는 "도시계획 시설 결정, 실시계획 인가, 건축허가 등 정해진 절차가 단계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 의견이 표출되는 상징적 공간인 광화문광장을 제대로 된 의견수렴 없이 이용할 수 없게 한 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경실련 측은 “광화문광장은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집회,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집회 등이 이뤄진 곳”이라며 “기습적으로 공사를 강행해 민의 표출의 상징이 되는 광화문광장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건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을 비롯한 9개 시민단체가 1일 제기한 행정소송 내용 중 일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을 비롯한 9개 시민단체가 1일 제기한 행정소송 내용 중 일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 외에 국가재정법에 따라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의 경우 예산 편성 이전에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거쳐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서울시의 2021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월대 복원사업은 506억원, 광장조성사업은 534억원으로 모두 500억원 이상이지만 예타 조사를 거쳤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 “실시계획·예타 대상 아니다” 반박

그러나 서울시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임창수 서울시 광화문광장사업반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도시기본계획은 기본적인 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할 뿐 모든 사업계획을 일일이 열거하는 성격이 아니다”며 “더군다나 도시기본계획의 하위계획인 역사 도시 기본계획 등에 이미 광화문광장 공사에 대한 근거가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광화문광장 조감도 모습. [서울시]

광화문광장 조감도 모습. [서울시]

또 “과거 계획대로 정부서울청사 뒤쪽의 사유지(경비대, 방문안내실, 어린이집, 남쪽 조경사무실 건물 등)를 철거, 보상해야 한다면 이는 실시계획이 필요한 것이 맞다”며 “그러나 현재 광장 서측 도로를 줄이고 동측 도로를 넓히는 등에 관한 사항은 '변경계획'에 해당해 실시계획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예타 조사를 건너뛰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임 반장은 “광화문광장 사업 중 시민광장사업은 전액 시비(市費) 사업으로 예타 및 중앙투자심사 대상이 아니다”며 “역사광장 사업의 경우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5대5로 매칭해 진행하는 '문화재 복원 사업'에 해당해 국가재정법 제38조 2항의 2에 따라 예타 조사가 면제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의 소송 제기에 법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중 시민광장사업(광장을 세종문화회관 방향으로 확장하는 것)은 전액 시비로 진행되며 문화재 복원사업은 예타면제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중 시민광장사업(광장을 세종문화회관 방향으로 확장하는 것)은 전액 시비로 진행되며 문화재 복원사업은 예타면제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

그러나 시민단체는 “그간 서울시의 여론수렴 과정 일체가 일방적이었다”고 주장한다. 김은희 도시연대 센터장은 “GTX-A 광화문역 신설안 폐기, 혼잡 통행료 등 교통수요 방안 도입, 젠트리피케이션 대응방안 모색 등 그간 다양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지만 서울시의 논의는 일회성에 그쳤다”며 “서울시가 300회가 넘는 소통 노력을 강조하지만 공론화 방식과 논의 내용이 모두 일방적이고 형식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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