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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서 6.5m 떨어졌는데도 감염…거리두기 2m 실효성 논란

중앙일보 2020.12.01 12:34
실내에서 2m 이상 떨어져 있는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에어컨 바람에 침방울(비말)이 공기 중에 떠다니며 감염시킨 게 원인이었다.
방역당국이 2m 정도의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내에 에어컨, 온풍기가 있을 때는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대 의대 이주형 교수팀, 전주 확진자 추적 결과
"거리두기 2m 불충분 할 수도, 역학조사시 고려해야"

 
1일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이주형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 6월 확진된 전북 전주시 확진자 A씨는 한 식당에서 6m 이상 떨어진 확진자와 5분 정도 같이 머물렀다가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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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6월 16일 최초 증상을 보였고, 17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명확한 감염원을 찾을 수 없었다. 교수팀은 잠복기를 고려해 A씨가 같은 달 2~15일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한 뒤 동선을 따졌다. A씨는 해외나 전주시 이외 국내 지역을 여행한 이력이 없었다. 당시 전주는 직전 2주간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지역사회 감염이 거의 없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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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팀은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경우는 전주를 방문했던 대전 확진자 B씨와 한 식당에 머물렀던 5분 정도의 순간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의아한 점이 있었다. A씨와 B씨는 6.5m가량 떨어져 있었고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사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교수팀에 따르면 A씨가 6월 12일 오후 4시에 먼저 식당에 들어왔고, B씨는 한참 뒤인 5시 15분에 들어왔다. 이때는 A씨가 식사를 거의 마쳐 B씨가 들어오고 약 5분 만에 식당을 나섰다고 한다. 
 
이주형 교수는 “B씨는 식당 뒷문으로 들어왔는데 5분 뒤에 A씨는 앞문으로 나가 서로 직접 접촉하지 않았다”며 “B씨가 들어왔을 때 A씨는 식사가 끝난 상태라 서빙하는 종업원이 A씨 테이블로 가지도 않았고, 손잡이 등을 만지지 않은데다 화장실도 쓰지 않아 B씨와 접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접촉 또는 공용품에 의한 전파 가능성을 낮게 보고, 공기 흐름을 측정했고 거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식당에는 창문과 환기 시스템 없이 출입문만 두 개 있었고, 천장의 에어컨 두 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A씨와 B씨 사이의 공기 흐름은 초속 1.0m로 나왔다. 
이 교수는 “바람이 안 불 때는 비말이 1~2m 이내에서 가라앉지만 바람이 불면 원거리 전파가 가능하다”며 “선풍기 바람은 초속 5m 정도로 1초 만에 5m도 날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식당에서 B씨와 4.8m 정도 떨어진 채로 식당에 약 20분간 머무른 C씨도 감염됐다. 이 교수는 “A씨와 C씨는 앉은 방향이 B씨와 마주 보고 있었다”며 “당시 식당에서 B씨와 등지고 있던 사람은 감염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즉 확진자(B씨)의 비말이 에어컨 바람을 타고 이동할 환경이 조성되자 짧은 시간이었지만 코로나19 전파가 이뤄진 것이다. 겨울철에도 난방기를 가동하면 공기 흐름이 생기는 만큼 역학조사와 접촉자 분류 시 이런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교수팀은 강조했다. 
 
식점이나 카페 등에서 고정용 비말 차단 가림막을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청주시가 개발한 가림막인 '비채'(비말 차단 부채). 연합뉴스

식점이나 카페 등에서 고정용 비말 차단 가림막을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청주시가 개발한 가림막인 '비채'(비말 차단 부채). 연합뉴스

이 교수는 “A씨를 통해 공기 흐름에 따른 원거리 전파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라며 “식당 등에서 2m 이상으로 거리두기를 더 하거나 바람 칸막이를 설치해 바람 흐름을 통제하면 전파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파주 스타벅스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을 때도 매장 내 에어컨의 강한 바람이 전파를 확산시켰을 가능성이 언급된 바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 호에 실렸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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