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성균관 스캔들' 등의 한복 의상을 맡았던 디자이너 이진희씨가 최근 진주 실크와 협업해 패션쇼를 개최하고 영화, 드라마 속 의상을 전시한 '한복극장전'도 열었다. 장진영 기자
브랜드 ‘하무’를 운영하는 디자이너 이진희씨의 말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한 그는 23년째 무대의상과 영화·드라마 의상을 만들어왔다. 우리에게 친숙한 작품으로는 영화 ‘간신’,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구르미 그린 달빛’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 6월 있었던 제56회 대종상 영화제에선 ‘안시성’으로 의상상을 수상했다.
이진희 영화·무대의상 감독 겸 디자이너 인터뷰
영화 '안시성', 56회 대종상 영화제 의상상 수상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구르미 그린 달빛' 의상 감독

이진희 디자이너가 예술감독과 의상을 맡은 패션쇼 '2020 진주 실크 패션쇼-물의 춤, 생명과 환희의 색’ 무대 모습. 사진 하무

이진희 디자이너가 예술감독과 의상을 맡은 패션쇼 '2020 진주 실크 패션쇼-물의 춤, 생명과 환희의 색’ 무대 모습. 사진 하무

이진희 디자이너가 예술감독과 의상을 맡은 패션쇼 '2020 진주 실크 패션쇼-물의 춤, 생명과 환희의 색’ 무대 가운데 선보인 '하무' 의상. 사진 하무
“중국 실크도 많이 써봤지만 몇 번 빨면 힘이 없어지는 반면, 진주 실크는 늘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죠. 옷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진주 실크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소명의식이 생기더라고요.”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성균관 스캔들' 등의 한복 의상을 맡았던 디자이너 이진희씨가 최근 진주 실크와 협업해 패션쇼를 개최하고 영화, 드라마 속 의상을 전시한 '한복극장전'도 열었다. 장진영 기자
“영화나 드라마 속 한복들이 예전에는 역사적 고증에만 매어 있었다면, 이제 관객들도 영화 속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리얼리티를 더 높이 평가해주는 것 같아요.”
영화적 리얼리티란 이런 것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주인공인 이영 세자는 조선의 왕세자다. 예전 같으면 왕세자에게 핑크 등의 파스텔 톤 의상을 입히는 일은 불가능했다.
“스태프들은 발칵 뒤집혔죠. 핑크 옷을 입은 왕세자는 고증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격 떨어져 보인다는 거예요. 남자한테 파스텔 톤이 왠 말이냐는 거죠. 그런데 이영 세자는 예술적 감성과 섬세함, 청년의 풋풋함까지 가진 아름답고 총명한 캐릭터였고 그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색은 파스텔 톤이었죠. 1020세대의 심리적 정서를 못 건드리면 이 작품은 성공할 수 없다고 끝까지 싸웠어요.”

이진희 디자이너가 제작한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속 이영(박보검) 세자의 의상. 총명하고 아름다운 왕세자의 캐릭터를 위해 파스텔 톤의 실크를 사용했다. 사진 서정민
“박보검이라는 배우가 이영 세자 그 자체라 해도 좋을 만큼 완벽하게 캐릭터와 옷을 표현해준 덕분이기도 해요. 저한테는 참 기억에 남는 배우인데, 군 입대하기 한 시간 전에 전화를 걸어 ‘구르미 때 참 행복했다’며 ‘제대 후 다음 작품에서도 감독님과 꼭 다시 작업하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마음 씀씀이가 참 예쁜 친구예요.”
이 디자이너는 23년 간 무대와 스크린에서 선보였던 의상 3만 벌을 창고에 차곡차곡 보관하고 있다. “한국의 무대·영화 의상 역사가 짧기 때문에 기록해둬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있다”고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극적 리얼리티를 만들 때도 우리 복식에 대한 미학과 양식을 알고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는가 아닌가는 큰 차이가 있죠. 동시대적인 감각과 고증이 결합된 패션이라는 점에서 옷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