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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로 다리 놓으려 할까···中·인도 사로잡은 ‘인구 50만’ 소국

중앙일보 2020.12.01 05:00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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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트리플로 가!

OCN 디지털 스튜디오 '뭅뭅'이 유튜브에 올린 '철용 명대사 모음' 동영상. 영화 '타짜' 1편에서 곽철용(김응수)이 ″묻고 더블로 가″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유튜브 캡처]

OCN 디지털 스튜디오 '뭅뭅'이 유튜브에 올린 '철용 명대사 모음' 동영상. 영화 '타짜' 1편에서 곽철용(김응수)이 ″묻고 더블로 가″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유튜브 캡처]

지난 8월 인도가 통 크게 쐈다. 이웃 나라 몰디브에 말이다. 다리를 지어주기로 했다. 길이 6.7㎞로 수도 말레와 주변 3개 섬을 잇게 된다. 그런데 왜 트리플이냐. 몰디브에 있는 한 다리보다 세 배 길기 때문이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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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다리 건설을 선언한 지 정확히 2년 전. 그러니까 2018년 8월. 몰디브에 다리 하나가 개통했다. 벨라나 국제공항과 수도 말레를 잇는 다리다. 길이는 2.1㎞. 이름은 ‘중국·몰디브 우정의 다리’다. 중국이 2억 달러(약 2200억원)의 돈을 들여 지어줬다.
중국이 몰디브에 지은 중국·몰디브 우정의 다리(오른쪽 붉은실선)와 인도가 건설할 다리(왼쪽 붉은 점선). [CNN 캡처]

중국이 몰디브에 지은 중국·몰디브 우정의 다리(오른쪽 붉은실선)와 인도가 건설할 다리(왼쪽 붉은 점선). [CNN 캡처]

이에 인도가 자극받아 다리 건설에 나선 거다. 중국 다리보다 길이도 세배 길고, 투입 예산도 세배에 육박(5억 달러)한다. 그러기에 “묻고 트리플로 가” 다. 

인도는 왜 몰디브에서 중국과 경쟁할까.

[CNN 캡처]

[CNN 캡처]

몰디브가 인도의 전통적 ‘우방’ 이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양국은 오래전부터 친밀했다. 1965년 몰디브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 국가로 가장 먼저 인정한 나라가 인도다. 몰디브 인구는 50만 명이 안 되고, 면적도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작다. 산업도 관광업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인접 ‘대국’ 인도에 정치·경제적으로 많이 의지해왔다.
2017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압둘라 야민 몰디브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2017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압둘라 야민 몰디브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달라졌다. 압둘라 야민 대통령(2013~2018년 집권) 시절에 친(親)중국 정책을 펼쳤다. 정확하겐 중국의 러브콜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정상으론 처음으로 몰디브를 방문했다. 2011년까진 중국 대사관도 없던 몰디브였는데 말이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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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 방문 이후 중국은 적극적으로 몰디브를 지원한다. 2016년에 800만 달러를 들여 벨라나 국제공항 확장 공사를 진행한다. 훌루말레 섬에 7000채의 아파트도 지었다. 2018년 ‘중국·몰디브 우정의 다리’ 건설로 정점을 찍는다.

중국은 왜 몰디브에 공을 들였나.  

몰디브 공사현장에서 중국인 인부가 일하는 모습. [중국 신화망 캡처]

몰디브 공사현장에서 중국인 인부가 일하는 모습. [중국 신화망 캡처]

시 주석이 열망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중요 거점이기 때문이다. 몰디브는 1200개의 섬으로 이뤄진 데다, 인도양 한복판에 있다. 중국이 바다로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진출하려면 여길 거쳐야 한다. CNN은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인도 주변 남아시아 항구 등을 잇달아 개발하는 이른바 ’진주 목걸이‘ 전략을 펼쳐왔다”며 “몰디브는 스리랑카와 함께 ‘진주 목걸이’ 전략의 중요 거점”이라고 전했다. 
몰디브 해변의 모습. [사진 셔터스톡]

몰디브 해변의 모습. [사진 셔터스톡]

하지만 몰디브는 빚더미에 올랐다. 중국이 인프라를 건설해 준 많은 나라들(아프리카 등)처럼 말이다. CNN은 “중국에 교량, 주택 등 인프라 건설을 맡기는 과정에서 몰디브가 15억~30억 달러(약 3조3000억원)의 빚을 진 거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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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 정부는 중국에 부채 재협상을 요구했고, 이에 중국이 일부 부채를 탕감해줬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에 국한됐다. 중국 공기업과 몰디브 기업 간 부채는 그대로다. 

이에 인도가 움직였다.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몰디브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몰디브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8년부터 몰디브에 적극적으로 구애한다. 마침 야민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몰디브 정부는 친인도 성향이다. 솔리 대통령 취임 한 달 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4억 달러 규모의 몰디브 재정 지원 정책을 발표한다. 이후에도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다. 중국보다 낮은 이율을 적용했고,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 몰디브 측에 재량을 많이 줬다. 그리고 올해 8월 다리 건설 계획까지 발표한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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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안보에 대한 고민이 깊다. 지난 6월 카슈미르 지역에서 인도군 20여 명이 중국군에 숨진 사건은 우려가 현실이 된 사례다.
지난 5월 인도 해군의 군함이 몰디브 말레항을 출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5월 인도 해군의 군함이 몰디브 말레항을 출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인도의 앞마당을 자신의 세력권에 두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정책, 당연히 위협적이다. 인도가 안보 차원에서 몰디브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이유다. 마노지 조시 인도 옵서버 연구재단 선임연구원은 “몰디브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은 (몰디브를 통해) 인도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작은 나라 몰디브다.

지난 10월 28일 몰디브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몰디브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CNN 캡처]

지난 10월 28일 몰디브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몰디브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CNN 캡처]

중국과 인도. 한쪽에 '몰빵'할 순 없다. CNN은 “전문가들은 몰디브 정부가 친인도 성향이어도 자국 관광 산업의 최대 고객인 중국과 멀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대신 대안 세력을 늘리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몰디브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몰디브에 미국 대사관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일본은 코로나19로 몰디브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50억엔의 긴급대출을 해줬다.
몰디브에 중국이 다리를 건설할 당시 모습. 현장에 ″여기, 우리는 중국을 대표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몰디브에 중국이 다리를 건설할 당시 모습. 현장에 ″여기, 우리는 중국을 대표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두 나라. 인도와 함께 중국에 대항하는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 연합체) 소속이다. 중국은 몰디브와 계속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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