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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독과 약 두 얼굴 가진 과일,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

중앙일보 2020.11.30 07:00

[더,오래] 박용환의 면역보감(89)

보통 과일이라고 하면 건강한 음식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비타민이 풍부하고, 많은 수분에 과일이 주는 상큼함과 다양한 색깔은 신선함을 상징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의외로 과일이 몸에 나쁠 수도 있다. 이 말은 과일이 몸에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몸에 나쁠 경우가 있다는 뜻이다. 과일 탓이 아니라 과일을 먹는 몸 탓이다. 몸이 나쁜 사람이 과일을 먹었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먹는 방식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과일이 많이 개량되면서 당도가 굉장히 많이 높아졌다. 야생의 배는 그냥은 못 먹을 맛이라 소주를 부어 술을 담아 먹는다. 개량을 많이 거친 배는 다디달아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거의 모든 과일이 그렇다. 복숭아, 참외, 수박, 사과…. 많은 과일이 예전 어릴 때 먹던 시큼한 신맛이 많이 사라지고 단맛이 강화되었다. 당도가 높아진 때문에 이런 단 맛의 과일을 조심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지방간, 내장지방이 많은 비만한 사람과 당뇨인이다.
 
당도가 높은 과일은 살을 잘 안 빠지게 한다. 게다가 과일을 갈아 마시면 섬유질이 줄어들고, 당분 흡수율이 높아져서 당이 급격히 올라간다. [사진 pxhere]

당도가 높은 과일은 살을 잘 안 빠지게 한다. 게다가 과일을 갈아 마시면 섬유질이 줄어들고, 당분 흡수율이 높아져서 당이 급격히 올라간다. [사진 pxhere]

 
다이어트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살이 안 빠진다는 사람의 식단을 보면 과일을 챙겨 먹는 경우를 보곤 한다. 그것도 많이. 과일을 줄이라고 하면 반문이 돌아온다. “과일은 몸에 좋은 거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당도가 높은 과일은 살을 잘 안 빠지게 한다. 게다가 십중팔구는 과일을 갈아 마신다. 갈아서 마시면 섬유질이 줄어들고, 당분 흡수율이 높아져서 당이 급격히 올라간다. 일반적인 다이어트의 경우 과일을 줄이지만, 지방간과 내장지방이 있다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당뇨인은 알 것이다. 아침 공복에 과일주스가 얼마나 혈당을 높이는지.

 
질환이 없는 일반인이 아침 식사로 과일을 먹는 것이 나쁘지 않다. 다만 이때 꼭 씹어서 먹어주면 좋겠다. 갈아서 준비하는 시간이나 씹어먹는 시간이나 아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바쁜 아침이라도 잠깐 짬을 내 꼭꼭 씹어 주면 좋겠다. 살을 빼고자 하거나, 지방간과 내장지방이 심한 사람, 혈당을 관리해야 하는 당뇨인은 과일 중에서 당도가 높은 과일은 피해야 한다. 과일을 포기 못하겠다면 당도가 낮고 신맛이 주로 나는 과일로 대체하는 것이 현명하다.
 
신장기능이 약화된 신부전 환자도 과일을 삼가야 한다. 신부전의 경우 체내의 칼륨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채소와 과일에 풍부한 칼륨은 보통 몸속의 나트륨양을 조절해 주어 붓기를 줄이고, 특히 여름에 활력을 주는 아주 중요한 영양소다. 하지만 신부전증에 걸리면 칼륨조절이 안 된다. 이런 사람이 과일로 주스를 만들어 마신다면? 고칼륨혈증에 빠져 아주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렇게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과일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은 가급적 통째로 먹기를 권한다. 건강을 위한 영양소는 과일의 껍질에 많기 때문이다. [사진 pxhere]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은 가급적 통째로 먹기를 권한다. 건강을 위한 영양소는 과일의 껍질에 많기 때문이다. [사진 pxhere]

 
다음으로 과일을 먹는 방법이다. 같은 과일이라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득이 되기도 하고 해가 되기도 한다. 식사 후 곧바로 디저트로 먹는 과일은 최소화해야 한다. 과일은 공복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식사하면서 혈당이 올라있을 건데, 곧이어 과일을 먹으면 혈당이 더 많이 높아진다. 적당하게 먹고 난 후에 과일을 먹고 배가 갑자기 빵빵하게 불러 오르는 경험을 자주 해 봤을 것이다. 이렇게 더부룩한 상태를 만들어 버리면 장 상태, 장의 환경을 나쁘게 만들고 만성 소화불량을 일으킨다.
 
다음으로는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은 가급적 통째로 먹기를 권한다. 보통 껍질은 맛이 없다. 질기고 떫은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너무 강한 껍질까지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지만, 얇은 껍질은 가급적 같이 먹는 것이 좋다. 과일을 먹을 때 건강을 위한 영양소는 이 껍질에 많기 때문이다. 과일이 자연환경과 곤충, 새에 대항하기 위해 뿜어내는 독소는 사람에게는 항산화 물질로 귀하게 돌아온다. 이 항산화 물질은 과일의 보호막인 껍질에 집중되어 있다. 만약 겉껍질이 질겨서 못 먹는다면 속껍질이라도 챙겨 먹도록 하자.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과일은 주스 형태로 갈아 마시기보다는 잘라 꼭꼭 씹어 먹는 것이 더 좋다. 주스는 먹기 편하고 맛도 높아지지만, 혈당관리가 안 되는 단점이 있다. 꼭 당뇨인이 아니더라도 혈당이 급격히 높아져 좋은 경우는 없다. 어쩌다 과일 주스를 마시는 것은 상관없지만 매일 주스를 꼭 챙겨 마실 이유는 없다.
 
잘라 먹을 때는 미리 깎아두는 것 보다는 먹기 직전에 자르는 것이 좋겠다. 과일 속 비타민과 미네랄은 껍질이 없는 상태에서는 산화가 빠르게 일어난다. 물론 여건이 안 되거나 미리 도시락을 싸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할 수 있다면 껍질에 둘러싸인 상태가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기왕에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다면 영양소가 풍부해야 하니까.
 
 
마지막으로 과일을 먹을 때 기왕이면 여러 색깔별로 다양하게 먹어보자. 과일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깔은 저마다의 항산화 물질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붉은색의 라이코펜, 주황색의 카르티노이드, 초록색의 루테인, 보라색의 안토시아닌 등 영양소의 종류마다 다른 색깔을 나타낸다. 그러니, 한 가지 색깔이나 한 종류의 과일을 먹는 것보다 여러 종류의 과일을 먹는 것이 좋다. 항산화 성분, 파이토캐미컬을 다양하게 섭취해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분명 과일은 몸에 좋다. 아침에 사과 한 쪽은 의사를 멀리하고,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갈 때 의사의 안색은 파랗게 변한다는 서양 속담은 과일이 건강에 미치는 좋은 효능을 말해주는 것이다. 좋은 것을 나쁘게 작용하도록 먹지 말고, 몸에 좋게끔 현명하게 먹어서 과일처럼 싱싱한 몸을 만들도록 하자.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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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필진

[박용환의 면역보감] 동의보감을 연구하는 한의사다. 한국 최고의 의학서로 손꼽히는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제시하는 노년의 질환에 대비하는 방안을 질환별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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