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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방역, 비접촉 체온계뿐인데..."추우면 열나도 정상체온"

중앙일보 2020.11.30 05:00
지난 21일 대구의 한 고등학교 입구에서 발열 측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대구의 한 고등학교 입구에서 발열 측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사흘 앞으로 다가온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응시생 간 감염을 막기 위해 시험장 입실 전 발열 확인을 하지만,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수능이 치뤄지는 다음 달 3일 응시자들은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체온 검사를 받는다. 이날 약 49만명의 수험생이 시험을 보기 때문에 혹시 모를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조처다. 기침 등 의심 증상이 있거나 체온이 37.5도 이상인 학생은 별도 시험실에서 시험을 봐야 한다.
 
하지만 영하권으로 떨어진 날씨의 영향으로 체온 측정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다음 달 3일 서울의 최저 기온은 영하 2도에 머무를 전망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온이 낮은 곳에 있다가 들어온 학생의 체온을 측정하면 오차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체에 직접 닿지 않는 비접촉식 체온계는 오차가 더 크다. 29일 상온인 실내에 머물며 기자가 직접 체온을 잰 결과 36.5도 내외의 정상 체온이었지만, 영상 3도의 야외에 10여분간 머물다 비접촉식 체온계로 잰 결과 35.5도 내외로 측정됐다. 기온의 영향으로 1도 정도 낮게 측정된 것이다.
 

수험생 확진자 속출…시험장내 감염 우려 커져

지난 24일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수능 디데이를 알리는 달력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수능 디데이를 알리는 달력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시험날 발열 확인을 통한 유증상자 격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능이 코로나19 재확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코로나19 확진 수험생은 21명, 자가격리자는 144명이다. 27일에는 전남 여수와 세종시에서도 고3 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시험장 감염에 대한 우려로 수능을 포기할지 고민하는 수험생도 늘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같은 시험장에 확진자가 나와 자가격리 될 경우 곧 다가올 대학별고사 응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수시를 앞두고 수능을 포기할지 고민하는 글이 매일 여러 건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접촉식 체온계 활용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비접촉식 체온계보다 외부 온도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같은 상황에서는 비접촉식 체온계보다 고막 같은 곳에 닿는 접촉식 체온계의 정확도가 더 높다"고 말했다.
 

"새로운 대책 이미 늦어…방역 수칙 지킬 수밖에"

지난 24일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고3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고3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전국 1100여개 시험장 가운데 대다수는 비접촉식 체온계를 사용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장 감독관들에게 비접촉식 체온계를 사용하라고 권고했다"면서도 "접촉식 체온계는 측정할 때마다 캡을 갈아 끼워야 하기 때문에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떤 체온계를 사용할지와 같은 구체적인 사항은 일선 교육청에서 정하고 있다"면서 "특정한 체온 측정 방식을 사용하라고 권하진 않았지만, 뚜렷한 대안은 찾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확진자 증가가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이제 와서 수험생들의 감염 가능성을 낮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새로운 대책을 찾기에는 이미 늦었기 때문에 시험장 내 책상 거리유지, 마스크 착용 같은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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