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신동빈의 선택은 의료...캐논과 의료기기 회사 세운다

중앙일보 2020.11.30 05:00 경제 2면 지면보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 롯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 롯데

롯데그룹이 일본 캐논과 손잡고 의료기기 합작회사 설립에 나선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캐논은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일본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1위,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상위권을 다투고 있는 기업이다.
 

캐논, CT 등 일본서 의료기기 1위
롯데는 불·충격에 강한 소재 기술
두 회사 “상호보완적 시너지 기대”

이를 위해 롯데와 캐논은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양사의 합작 비율, 인력 채용 등 합작사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안을 함께 논의 중이다. 합작사 회사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롯데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합작 법인의 목표 매출액은 연간 1조원 수준으로 작지 않은 규모가 될 것”이라며 “학계 출신 전문가를 합작사 임원으로 모시기 위해 사전 인터뷰도 진행한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롯데의 화학 부문과 캐논의 의료기기가 상호 보완적이라 시너지가 있을 것이란 게 양사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캐논이 생산하고 있는 MRI 장비. 캐논은 MRI 시장에서 세계 4위를 달리고 있다. 사진 캐논

캐논이 생산하고 있는 MRI 장비. 캐논은 MRI 시장에서 세계 4위를 달리고 있다. 사진 캐논

의료기기용 플라스틱은 범용 제품과 달리 불에 타지 않으면서 충격을 견딜 수 있는 특수 소재가 필요하다. 롯데케미칼은 주사기 등에 쓰이는 멸균용 의료 소재 등을 만들고 있다. 롯데첨단소재도 의료기기 외장재에 적용할 수 있는 난연 및 고충격 소재를 생산하는 중이다.  
롯데케미칼이 생산한 멸균용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의료기기.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이 생산한 멸균용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의료기기. 롯데케미칼

의료기기, 신동빈의 분골쇄신 전략

재계에선 롯데의 의료 시장 진출이 신동빈 회장의 분골쇄신(粉骨碎身)에서 나왔다는 평가다. 4년 넘게 이어진 경영권 분쟁에서 탈출하면서 들고나온 카드가 바로 의료다. 합작사 설립을 기점으로 신 회장이 의료 부문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유통・호텔, 화학에 이은 차세대 먹거리로 의료 산업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특히 롯데는 현재 위기다. 유통 분야는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늦었고, 호텔분야는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신 회장의 결단으로 3조600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완공한 미국 루이지애나주 에틸렌 공장은 손실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등 화학분야도 부진하다. 롯데가 지난 26일 그룹 내 임원을 100여명 이상 줄이는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한 것도 이런 위기감이 반영됐다. 롯데 관계자는 “그룹 전체적으로 ‘돈맥경화’(자금 흐름이 안 좋아지는 것을 일컫는 말)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대략 3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위기를 쇄신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첨단소재가 생산한 소재로 만든 의료장비. 불에 잘 견디고 충격에도 강한 소재를 사용한다. 롯데첨단소재

롯데첨단소재가 생산한 소재로 만든 의료장비. 불에 잘 견디고 충격에도 강한 소재를 사용한다. 롯데첨단소재

캐논, CT 및 MRI 시장 2, 4위

롯데가 의료기기에 주목하는 건 코로나19 이후 관련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전 세계적으로 진단 및 치료ㆍ예방까지 각종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이를 충족하기 위해 첨단 소재와 정보기술(IT) 등을 활용한 각종 의료 시스템이 증설되고 있다. 또 인구 고령화와 만성 질환자가 증가로 모니터링을 위한 의료기기 수요도 늘고 있다.  
 
세계 4대 화학 기업 사빅(SABIC)의 리 레이 북아시아 부회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의 1등 공신은 의료용 플라스틱이었다”며 “포스트 코로나 이후 화학 산업계 화두는 의료와 친환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으로 3899억 달러(430조원, 피치 솔루션) 수준이다. 1930년대 의료기기 사업에 뛰어든 캐논은 고가 의료기기 시장의 강자다. 세계 CT 시장에서 캐논은 지멘스에 이어 GE헬스케어와 2위를 지키고 있다. 자기공명영상(MRI) 시장에선 지멘스ㆍGE헬스케어ㆍ필립스에 이어 4위다. 캐논의 지난해 의료기기 부문 매출은 4385억엔(4조6468억원)이다.  

관련기사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