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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엄지원 “엄마된 모습 상상…여성 서사 사명감”

중앙일보 2020.11.28 10:00
드라마 ‘산후조리원’ 종영 후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엄지원.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산후조리원’ 종영 후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엄지원.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동시대에 살고 있는 평범한 여자의 성장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제가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 기쁘고, 함께 공감하며 울고 웃어주셔서 감사해요. 바로 내 옆에, 그리고 내 삶 속에 있는 이야기지만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이야기라 친근하게 느끼신 것 같아요.”
 

최고령 워킹맘 산모 역 실감나게 표현
“시의적절한 주제 코미디로 풀어내 끌려
출산·육아 경험 없지만 다큐 보면서 준비
엄마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위로됐으면”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에서 딱풀이 엄마 오현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엄지원(43)이 밝힌 종영 소감이다. ‘산후조리원’은 그간 드라마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공간이 전면에 등장해 임신과 출산을 둘러싼 고충을 가감 없이 그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27일 서면으로 만난 그는 “조리원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드라마틱한 감정들을 겪어내는 게 마음에 들었고, 출산을 통해 한순간에 최연소 상무에서 최고령 산모로 사회적 위치가 확 대변되는 설정이 좋았다”고 밝혔다.  
 

“출산으로 한순간에 사회적 위치 바뀌어”

엄지원은 ‘산후조리원’에서 딱풀이 엄마 오현진 역을 맡아 호평받았다. 출산 후 정작 주인공은 기쁘지 않지만 시댁 식구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파티를 벌이는 장면을 삼바춤으로 표현한 모습. [사진 tvN]

엄지원은 ‘산후조리원’에서 딱풀이 엄마 오현진 역을 맡아 호평받았다. 출산 후 정작 주인공은 기쁘지 않지만 시댁 식구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파티를 벌이는 장면을 삼바춤으로 표현한 모습. [사진 tvN]

조리원에서는 최고령 산모지만, 회사에서는 최연소 상무로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선보인다.[사진 tvN]

조리원에서는 최고령 산모지만, 회사에서는 최연소 상무로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선보인다.[사진 tvN]

극 중 일에 전념하기 위해 결혼·임신·출산은 남 일처럼 미뤄온 오현진처럼 엄지원도 2014년 건축가 오영욱씨와 결혼했지만 자녀는 없다. 2016년 인터뷰에서도 “일 욕심이라기보다는 지금의 삶이 괜찮다. 아직은 계획이 없다”고 밝힌 터. 그는 “지금까지 했던 연기는 대개 보는 사람도 겪어보지 않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번엔 많은 분이 경험한 과정을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했다.  
 
“산모처럼 보이기 위해서 어느 정도 살을 찌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4kg 증량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는데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놀랐어요. 아무래도 출산 장면이 가장 힘들었는데 다큐멘터리를 참고하기도 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자문을 많이 구한 게 도움이 됐어요. 실제 출산 경험이 있는 분들이 출산할 때 감정을 똑같이 표현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이 많아서 안도했습니다.”
 

“엄마 된다면 두 번째 출산처럼 편안할 듯”

조리원 동기로 만난 사랑이 엄마 박하선과 베이비시터를 두고 경쟁하는 모습. [사진 tvN]

조리원 동기로 만난 사랑이 엄마 박하선과 베이비시터를 두고 경쟁하는 모습. [사진 tvN]

조리원 원장 장혜진과 영화 ‘설국열차’를 패러디한 모습. 워킹맘은 꼬리칸으로 표현됐다. [사진 tvN]

조리원 원장 장혜진과 영화 ‘설국열차’를 패러디한 모습. 워킹맘은 꼬리칸으로 표현됐다. [사진 tvN]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내가 만약 엄마가 된다면 어떨까’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처음이지만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고 경험했던 사람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육체적인 고통을 제외한 감정적인 면에서 두 번째 출산하는 것처럼 덜 낯설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들에게 장혜진 선배의 대사처럼 “좋은 엄마가 완벽한 게 아니다. 이기적인 게 아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리원에서는 늦깎이 엄마로 정보 빈곤에 허덕이는 것과 달리 회사에서는 최연소 상무로 활약하는 모습도 화제가 됐다. 그는 “집, 회사, 조리원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매 작품 인물에게 맞는 스타일링에 대한 의견을 많이 내는 편인데 스타일리스트와 회의 끝에 회사에서는 블랙 앤 화이트 의상과 레드 립으로 포인트를 주고, 조리원에서는 최대한 내추럴함을 살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한 작품 중 제 실제 모습과 가장 싱크로율이 높았던 것 같아요. 하하.”
 

“8부작 너무 빨리 끝나…시즌 2 하고파”

엄지원은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며 ’엄마도 극중 현진이 엄마(손숙)처럼 딸이 하는 일을 존중해주는 분이다. 손숙 선배님께도 많이 기댔다“고 말했다.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엄지원은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며 ’엄마도 극중 현진이 엄마(손숙)처럼 딸이 하는 일을 존중해주는 분이다. 손숙 선배님께도 많이 기댔다“고 말했다.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1998년 데뷔해 어느덧 23년차가 된 그는 현재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타이틀롤을 맡고 있는 몇 안되는 여배우이기도 하다.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5)과 ‘미씽: 사라진 여자’(2016), 올 초 드라마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물에 도전하면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책임감보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여성이 극을 끌어나가는 이야기들이 생긴 게 정말 몇 년 되지 않거든요. 그 안에서 조금은 다르고 주체적인 작품을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늘 새롭고 재미있는 장르에 대한 갈증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방향이 맞는 작품을 만나면 하려고 했죠.”
 
이번 ‘산후조리원’을 택한 것도 “기존의 코미디가 아닌 스릴러, 누아르 등 다양한 장르적 재미가 있고 시의성 있는 작품으로도 재치있게 풀어낼 수 있는 점에 끌렸다”고. 사랑이 엄마 역을 맡은 박하선과 경쟁한 무협신을 가장 기억에 남는 신으로 꼽았다. “‘와호장룡’ ‘협녀’ 시안을 들고 감독님을 찾아가 어떻게 찍으면 멋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워킹맘이라 꼬리칸으로 쫓겨난 ‘설국열차’ 신도 장혜진 선배와 촬영하면서 너무 즐거웠고. 아이를 낳다가 생사의 경계에 놓였지만 불굴의 의지로 돌아오는 ‘저승사자’ 신도 대본 읽을 때부터 욕심났던 신이에요.”  
 
그는 “8부작은 처음이라 너무 빨리 끝나버려서 아쉬움이 컸다”며 “시즌 2를 통해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배우들끼리 모여서 영화도 보고 밥도 먹으면서 사석에서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덕분에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고 현장에서도 친근한 분위기가 나올 수 있었죠. 7회는 다 같이 방송을 보기도 하고. 이 작품의 리더로서 현장에서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시즌 2를 하게 되면 경험한 사람들만 공감하는 이야기가 아닌 모두가 공감할 만한 코드를 찾아내는 게 숙제인 것 같아요.”
 

“영화 ‘방법’ 시리즈 이끄는 여주인공 기대”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 이혼 후 육아와 생계를 책임지는 워킹맘 역을 맡은 엄지원. 헌신적으로 딸을 돌봐주던 보모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이들을 찾아 나선다.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 이혼 후 육아와 생계를 책임지는 워킹맘 역을 맡은 엄지원. 헌신적으로 딸을 돌봐주던 보모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이들을 찾아 나선다.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드라마 ‘방법’에서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 역을 맡은 엄지원. 영화도 제작 중이다. [사진 tvN]

드라마 ‘방법’에서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 역을 맡은 엄지원. 영화도 제작 중이다. [사진 tvN]

차기작은 영화 ‘방법: 재차의’를 준비 중이다. 드라마 ‘방법’의 3년 뒤를 그린 작품이다. 그는 “유니버스를 가지고 시리즈를 진행하는 최초의 여자 주인공이라는 메리트가 있었다”며 “드라마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할 예정이다. 이야기가 이미 나와있고 캐릭터가 살아있어서 촬영도 수월하다”고 밝혔다. “‘방법’을 찍을 때 차갑고 지적인 프레임 안에서 절제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약간의 답답함이 있었어요. ‘산후조리원’을 하며 정극과 코미디를 넘나들면서 배운 점이 많아 ‘방법’ 영화 촬영에도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조금 더 편안하게 리액션하고 연기하게 됐거든요.”  
 
그는 쉬지 않고 연기 생할을 이어온 원동력으로 “첫 번째는 재미, 두 번째는 아쉬움”을 꼽았다. “‘이번에 진짜 잘했다’라는 느낌을 스스로 받아본 적이 없어요. 늘 최선을 다하지만 만족할 만한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온 게 아닌가 싶어요. 데뷔 초엔 캐릭터 표현에 집중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면 설득력 있게 전달할지를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배우로서 지금껏 보여드리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다양하고 새로운 장르의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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