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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전5기 나선 차별금지법

중앙선데이 2020.11.28 00:20 713호 1면 지면보기

시험대 오른 소수자 인권 

21대 국회 개원 직후인 지난 6월 29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을 동료 의원 9명과 함께 공동발의했다. 성별, 장애, 나이, 인종 등 신체조건과 혼인 여부, 종교·사상 등 정치적 의견은 물론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건강 상태 등을 이유로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예방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에 차별금지법안이 제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회(17대)에 ‘평등 및 차별금지법’(평등법)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당시 참여정부가 마련한 법안은 보수 기독교계 등의 반대에 부딪혀 일부 내용을 삭제하는 등 수정을 거쳤지만 본회의에 오르지도 못하고 폐기됐다. 이후 18~20대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유야무야됐다.
 

17대 국회부터 좌절 뒤 다시 발의
찬반 극명하게 갈린 ‘뜨거운 감자’

차별금지법은 그 어떤 사안보다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헌법 제11조에 있는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 법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하거나 법 제정에 신중한 측은 “우리 헌법이 이미 기본권에 대해 보호를 천명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옥상옥”이라고 주장한다.
 
보수 성향의 기독교계가 특히 문제 삼는 지점은 ‘성적 지향’에 대한 부분이다. 동성 간의 결합 등을 합법화해 건강한 가정을 해체하고, 잘못된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의 폐해를 가르치는 비판의 자유를 억압해 오히려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선진국에선 이미 20~40년 전 다양한 이름의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법제화했다. 차별금지법 반대 측에선 “해외에서도 법 시행 이후 사회적 논란을 빚고 있다”며 “자녀의 성전환 수술을 반대한 부모가 법원으로부터 양육권을 빼앗기거나 목회 때 동성애가 죄악이라는 설교를 했다가 성직자가 체포됐다”는 등 부작용을 지적한다.
 
유엔인권이사회 등 국제인권기구는 10여 년 전부터 한국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보수 기독교계 등의 강한 반대를 의식해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며 소극적인 입장이다. 15년 만에 정가 안팎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차별금지법이 이번 국회에서는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고성표·김나윤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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