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명동의 스파오 매장. 스파오의 지난해 매출은 3200억원이었고, 올해 35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노재팬’ 덕에 국산 브랜드 급성장
1위 유니클로 불매운동으로 비틀
자라·H&M은 뻔한 디자인 피로감
코로나에도 패스트패션 수요 회복
가격 거품 덜한 신토불이 옷 인기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다른 하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른 반사이익이다. 코로나19 탓에 외출·치장이 줄면서 전반적인 패션 시장은 위축된 반면, SPA 브랜드 수요는 회복되고 있다. 국내 SPA 브랜드 시장 규모는 지난 2006년 2000억원에서 2010년 1조2000억, 2014년 3조4000억, 2018년 5조원으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급성장했다.
해외에선 통상 ‘패스트패션’이라 칭하는 SPA 브랜드는 디자인 등 기획부터 생산과 제조, 유통과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의 기업이 맡는다. 이 때문에 따로 제조·유통되는 일반 의류에 비해 가격 경쟁력으로 우위를 점할뿐더러,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거나 유행이 지난 디자인도 빠르게 교체할 수 있는 이점을 지닌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하지만 올 들어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 등의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외출복 수요와 달리 내의 등 일상복 수요는 오히려 증가했다. SPA 브랜드가 강점을 지닌 분야다. 여기에 실내 운동이나 사람 접촉을 최소화한 등산·캠핑이 인기를 끌면서 일상복 느낌의 가벼운 스포츠웨어 ‘애슬레저(애슬레틱+레저)’도 인기다. SPA 브랜드가 많이 만드는 일명 ‘후리스(fleece)’나 레깅스가 대표적이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1조5000억원이던 국내 애슬레저 시장 규모는 올해 3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토종 SPA 브랜드는 이렇게 달라진 시장을 글로벌 브랜드에 비해서도 제대로 공략하고 있다는 평가다. 스파오는 지난 2월 레깅스 등 40종으로 구성된 ‘액티브’ 라인을, 탑텐은 같은 달 요가·필라테스용 ‘밸런스’ 라인을 각각 새로 선보이면서 애슬레저 라인업 강화에 힘썼다. 이들은 비대면 온라인 쇼핑 시장 공략의 중요성이 커진 것에도 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그 결과 에잇세컨즈는 올 1월부터 이달 현재까지 온라인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약 26% 증가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일부 명품 외에는 가성비를 더 깐깐하게 따져보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가격 거품이 상대적으로 덜하면서 한국인 체형에 잘 맞는 사이즈 등으로 무장한 토종 SPA 브랜드의 인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