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박3일 방한 동안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여권 실세를 두루 만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이해찬·박병석 등 2박3일 여권 실세만 만나
"운명은 남북 손에" 대북 강경 블링컨·설리번 견제
일대일로 동참, 5G·첨단산업 협력 요구 숙제 남겨
새로운 바이든 행정부는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제외하곤 북한을 처음 다뤘던 트럼프 행정부 북핵 외교 라인과 차원이 다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오바마 정부 시절 북핵개발 자금줄을 차단하는 금융·석탄·철광석 등 부문별 제재를 직접 설계했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핵합의 협상 대표도 지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외교가 주도하는 상황은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환담을 갖기 전 손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더 나아가 왕이 부장은 미·중이 첨예하게 대결하는 민감한 분야에서 무더기로 한국의 협력을 요구했다. 중국 주도로 체결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조기 발효, 한·중 및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조속 추진 등 역내 경제통합도 서둘렀다. 경제통합을 가속화해 미·중 대결 국면에서 중국 편에 설 수밖에 없도록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의전계획에 없던 악수라 왕이 외교부장이 잠시 머뭇거리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28/c88c37d6-db1a-4dc9-9bd1-4a51996cc714.jpg)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의전계획에 없던 악수라 왕이 외교부장이 잠시 머뭇거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외교부가 별도 공개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의 10개 합의사항에는 한·중 외교·안보 '2+2' 대화 가동, 일대일로와 연계 일환으로 제3국 시장과 신흥·첨단산업 분야의 협력이 포함됐다. 한국 외교부 발표에는 없던 내용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을 통제하는 가운데 한국과의 첨단산업 협력을 돌파구로 삼겠다는 의미다. 중국 외교부는 10개 항 합의엔 포함하지 않았지만, 강경화 장관이 미국의 '클린 네트워크' 구상에 대항해 "중국 측이 제안한 '글로벌 데이터 보안 구상' 참여를 적극 검토하기로했다"라고도 공개했다.
미국은 세계 각국에 중국 화웨의 5G 네트워크 장비는 물론 모바일 앱, 해저 케이블 및 클라우드 컴퓨터를 사용할 경우 개인정보·데이터 보안과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며 중국산 장비를 배제하는 '클린 네트워크'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이 자체 기준을 만들겠다고 나선 게 글로벌 데이터 보안 구상이다.
한·중 2+2 외교안보 대화도 한·미 '2+2(외교·국방장관) 대화'가 트럼프 행정부 4년 동안 안 열린 상황에서 미국으로선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앞서 바이든 대선캠프 자문위원이 다수 포진한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지난 16일 '21세기 한미동맹의 청사진'이란 제목의 정책 보고서를 통해 "중국·사이버 등 새로운 안보 도전에도 한미동맹이 맞설 수 있도록 2+2 장관급 대화와 실무협상을 활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또 "5G네트워크, 인공지능(AI) 연구, 사이버보안 등 새로운 영역에서 협력을 증진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에 "데이터 보안 구상은 중국의 제안을 연구해보겠다는 것일 뿐"이라며 "한·중 2+2 대화는 국장급 대화로 과거에 열린 적 있고 계속 열자고 논의해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중국의 이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일방 선포, 2016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중단됐던 대화를 재개하는 뜻이란 의미다.

26일 세종로 외교부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회담전 팔꿈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왕이 부장과 접촉한 여권 관계자는 "최근 상하이협력기구·브릭스(BRICS)·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G20 정상회의에 이어 한·일 순방까지 광폭 행보를 한 것"이라며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 미국과 안보 갈등은 피하는 대신 경제협력 외교로 선제적으로 주도권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