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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간 트럼프 측근의 수모···'세균배양 접시' 취급 당했다

중앙일보 2020.11.27 19:18
최근 베트남과 필리핀을 순방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해당국에서 철저한 방역 조치와 '거리두기'의 대상이 됐다고 블룸버그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코로나19 유행 속 나흘 간 동남아 2개국을 방문했다. [AP=연합뉴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코로나19 유행 속 나흘 간 동남아 2개국을 방문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성파로 분류되는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미 대선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민감한 시기에 동남아를 방문했다가 수모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다는 것이다.  

 
오브라이언 보좌관 등 미국 대표단은 미·베트남 수교 25주년을 맞아 20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다. 이때 미 대표단을 맞이한 베트남 측은 과하다 싶은 수준의 방역 시스템을 가동했다고 한다. 미 대표단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호 장비를 착용한 관계자들 앞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또 베트남 측은 대표단이 머무는 공간을 호텔 한 층으로 제한하고, 룸서비스 식사는 호텔 방 문 앞에 남겨두고 갔다. 미 대표단이 타고 온 비행기와 승무원들은 베트남이 아닌 태국에 머물게 했다.  
 
블룸버그는 “베트남 당국자들이 오브라이언 보좌관 일행을 '인간 세균배양 접시(human petri dish)'로 여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 대표단에 강력한 방역 수칙을 요구한 건 필리핀도 마찬가지였다. 베트남만큼 엄격하지는 않았지만, 오브라이언 보좌관 팀이 실내 공공장소에 머물 땐 필리핀 정부의 방역수칙에 따라 마스크 위에 플라스틱 안면 보호대를 이중으로 착용하라고 요구했다.  
 
베트남과 필리핀 당국이 긴장한 건 백악관에서 대거 확진자가 나온 탓이다. 실제 미 대표단과 비행기에 동승한 승무원 한 명도 베트남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참모 2명 등이 필리핀 마닐라 호텔에 격리됐고, 미 대표단은 이들을 남겨둔 채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또 다른 승무원 2명이 추가로 확진됐다고 NSC 측은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블룸버그는 이런 수모와 함께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독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오브라이언의 언행도 눈길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이후 백악관 집무실 회의에서 “이번 대선 결과를 뒤집지 못할 경우 2024년 대선에 출마할 계획”이라고 말했는데,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우리는 당신과 100% 함께하겠다. 이 방에 있는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반면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었다고 한다.
   
이런 행보에 그가 트럼프의 후계자 자리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나는 현재 내 직책에 만족한다. 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민간인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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