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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37만 아이슬란드는 어떻게 코로나19 모범국이 됐나

중앙일보 2020.11.27 16:41
지난 4월말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 있는 할그림스키르크자 교회 광장. 코로나19 영향으로 텅 비어있다. 아이슬란드는 이때 직후부터 이미 학교 문을 다시 여는 등 정상생활에 가까운 생활을 해왔다 [AP=연합뉴스]

지난 4월말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 있는 할그림스키르크자 교회 광장. 코로나19 영향으로 텅 비어있다. 아이슬란드는 이때 직후부터 이미 학교 문을 다시 여는 등 정상생활에 가까운 생활을 해왔다 [AP=연합뉴스]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처를 하는 가운데, 반대로 문을 활짝 개방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북유럽 아이슬란드다. 아이슬란드는 최근 연봉 약 1억원 이상(8만8000달러) 고소득자가 비자 없이 최대 6개월간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비자 변경안을 내놨다. 관광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인구 37만 소국이 내놓은 자구책이다. 고소득자로 대상을 한정해 방역과 경제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다.  
 
아이슬란드의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이에 대해 ‘과학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네이처는 25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는 어떻게 코로나19와 과학을 결합했나”라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면서 “과학적으로 코로나19를 억제하고 연구하는 데 많은 힘을 쏟은 덕분”이라며 아이슬란드의 방역에서 배울 점을 소개했다.
 
 아이슬란드 남서부의 얼음으로 덮인 호수의 모습 [AFP=연합뉴스]

아이슬란드 남서부의 얼음으로 덮인 호수의 모습 [AFP=연합뉴스]

 
현재까지 아이슬란드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323명(27일 기준)에 그친다.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7명 미만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 인구 10만명당 약 80명이 사망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인구 약 55%가 코로나 검사

일단 아이슬란드는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공격적인 검사를 시행했다. 시민들은 가벼운 증상만 있어도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의 민영기업인 디코드 제네틱스(deCode Genetics)는 20년 이상 사용하던 유전학 연구실을 재빠르게 코로나19 테스트 센터로 변경했다. 디코드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카리 스테판슨은 네이처에 “전염병을 이해하고 아이슬란드 사람들을 보호하려면 광범위한 과학적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코로나19 이전의 24년은 훈련기간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37만 인구의 약 55%가 검사를 받았다.
 
정부도 발빠르게 대처했다. 유럽에 코로나19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두 달 전인 1월 초, 아이슬란드는 이미 국가 전염병 대비 계획을 제정했다. 그 계획의 일환으로 대학 병원의 미생물학 실험실은 2월 초에 시민들을 검사하고 실험을 시작했다. 아이슬란드 보건 당국의 수석 역학조사관인 오로푸르 구나손은 “우리는 처음부터 격리와 접촉 추적 방식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무증상 감염 밝혀내고 유전 추적 발판 마련 

이는 코로나19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발판이 됐다. 아이슬란드 연구팀은 코로나19 초기부터 의미 있는 연구 자료를 제공하고 그 결과를 발 빠르게 내놨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꼽히는 ‘무증상 감염’에 대한 연구도 아이슬란드가 제공한 자료에서 비롯됐다. 디코드는 3월부터 한 달간 9199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이 중 13.3%가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 중 43%는 검사 당시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이는 미국 UC버클리 팀의 연구 자료로 쓰였고, 연구팀은 무증상 감염을 입증할 수 있었다. 또한 진단 후 4개월 동안 감염자 91%의 혈액에서 코로나19 항체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과학자가 코로나바이러스 DNA 염기서열의 그래픽을 보여주는 컴퓨터 화면을 가리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 과학자가 코로나바이러스 DNA 염기서열의 그래픽을 보여주는 컴퓨터 화면을 가리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또한 디코드 연구팀은 모든 양성 사례의 바이러스 유전 물질을 분석해 각 변종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퍼졌는지 추적했다. 분자 역학(molecular epidemiology)이라 불리는 유전 추적(genetic-tracing)은 뉴질랜드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돼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뉴질랜드 오타고의 미생물학자 젬마 게헤간은 “유전체학이 뉴질랜드에서 코로나19 재유행을 추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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