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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감독, DJ 연상 캐릭터 비판에 "다큐는 내 역할 아냐"

중앙일보 2020.11.27 10:00
25일 개봉하는 새 영화 '이웃사촌'. [사진 리틀빅픽처스, 트리니티픽쳐스]

25일 개봉하는 새 영화 '이웃사촌'. [사진 리틀빅픽처스, 트리니티픽쳐스]

“실제 이야기를 가져와 연출하는 분들은 계시잖아요. 제 역할은 그 시대에 벌어질 만한 이야기에 판타지와 새로움을 덧입히는 거에요. 다큐처럼 풀어주는 것은 제 역할이 아니죠.”

1980년대 시대상을 토대로 한 코미디 영화 ‘이웃사촌’(25일 개봉)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사 논란에 휩싸인 이환경(50) 감독의 항변이다. 18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자리에서다.
전작 ‘7번방의 선물’(2013)에서 교도소에 간 여섯 살 지능의 아빠와 어린 딸의 소동극을 그려 1281만 관객을 웃기고 울렸던 그다. 이번 영화에선 군부 독재 시기인 1985년 해외에서 입국하자마자 가택 연금 당한 야당 총재이자 차기 대권 주자 이의식(오달수)과 이웃사촌으로 위장해 그를 감시하던 도청팀장 유대권(정우)의 예상 밖 우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영화의 인물‧소재‧스토리 등은 모두 상상력을 바탕으로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유사한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힌다”는 안내 자막을 걸었지만 극 중 야당 총재는 영락없이 1985년 실제 미국에서 귀국해 가택연금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연상된다.

25일 개봉 '이웃사촌' 이환경 감독
김대중 전 대통령 연상 캐릭터 비판에
"가택연금 말곤 전부 허구적 상상"

 

김대중 전 대통령 토대? 왜 전라도 사투리 뺐나

천만영화 '7번방의 선물'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을 지난 18일, 7년만의 신작 '이웃사촌'으로 만났다. [사진 리틀빅픽처스]

천만영화 '7번방의 선물'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을 지난 18일, 7년만의 신작 '이웃사촌'으로 만났다. [사진 리틀빅픽처스]

예고편 공개에 이어 11일부터 열린 시사회 이후엔 “누가 봐도 고 김대중 대통령 이야기”란 반응이 적지 않다. 대구 출신인 배우 오달수가 캐스팅된 이후 초고에 있던 김 전 대통령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가 영화에서 빠졌다는 점에 불만도 쏟아졌다. 언론 인터뷰에서 오달수는 “정치영화가 아니라 휴먼 드라마인데 굳이 콕 집어 누군가가 생각될 만한 걸 할 필요가 있나 했다. 감독께서 사투리를 삭제하고 새로 시나리오를 썼는데 잘한 일인 것 같다”면서 “특정 인물을 콕 집어 하게 되면 저도 부담이 됐을 것이다. 그분을 자칫 욕되게 할 수도 있고. 굉장히 조심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지만, 소셜미디어에선 이를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상도 사투리는 어느 출신이나 써도 되고 김대중 대통령 실화를 각색한 영화에서 전라도 사투리는 못하겠으니까 뺐다?”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로 대표되는 김대중 대통령을 오달수가 맡아 희화화하여 말 그대로 웃긴 놈 만들어 버리겠다는 저의가 무엇이냐” 등이다. “김대중을 모티브로 했지만, 전라도 사투리를 지운 영화”라며 “영화가 어떤 환상의, 안전한 부분만을 편취하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고 꼬집는 의견도 있었다.  
 

"가택연금 말곤 다 허구적 상상" 이라지만…

이에 영화사측은 25일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것은 가택연금뿐, 다른 것들은 허구에 의한 상상”이란 주장을 본지에 거듭 밝혔다. 실제 영화도 각본을 겸한 이환경 감독이 상상한 정치 우화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연도를 떼어놓고 보면 실존 역사를 떠올리게 되는 대목이 더러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3년 만에 입국했다가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강제 연행돼 동교동 자택에 연금된 장면부터, 1980년 신군부가 그를 비롯한 민주화 운동가들이 북한 사주를 받고 내란을 획책했다고 발표했던 내란음모 조작 사건, 1971년 총선 때 지원 유세 중 그가 당한 의문의 교통사고, 1992년 대통령선거에 기호 2번으로 출마한 모습 등이 극 중 전개에 요소요소 배어난다. 대중가요가 뚱딴지같은 이유로 금지곡이 되는 등 당대 시대상과 코미디가 적절히 줄타기하던 초반부와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야당 총재의 정치적 신념과 사명을 부각하기 위한 다소 억지스런 상황을 이어간다. 그 탓에 중심을 잃고 감정에 치우친다는 인상도 준다.
25일 개봉하는 새 영화 '이웃사촌'. [사진 리틀빅픽처스, 트리니티픽쳐스]

25일 개봉하는 새 영화 '이웃사촌'. [사진 리틀빅픽처스, 트리니티픽쳐스]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감독은 “‘7번방의 선물’이 교정제도와 사법제도를 꼬집는 것이 아니라 딸과 아버지의 교감과 사랑을 그린 영화였듯 ‘이웃사촌’ 역시 1980년대라는 좀 말도 안 되는 웃음과 울음이 교차한 아이러니한 시기를 자택격리란 부분과 맞닿아 재밌게 풀어보려 했다.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두 남자와 가족들의 우정과 사랑 등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특히 연상되는 한 분(김대중 전 대통령)이 계시겠지만, 그 다음에 또 다른 분(김영삼 전 대통령)도 자택격리 당하셨다. 두 분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읽기도 했다”고 말했다. 
차라리 실존 인물이 연상되지 않는 이야기였다면 어땠을까. 본지의 질문에 그는 “역사적으로 살짝 가져오고 다른 부분을 덧입힌 것이 아니다. 내가 학습한 여러 부분이 머릿 속에 움직이면서 캐릭터를 구상하다보니 많은 정치인이 여기저기 보이는 느낌이 있는 것”이라며 “좋은 정치인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내가 학습했던 부분을 투영하는 것도 감독의 몫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오래됐네, 3년이나" 대사 오달수 얘기 아냐  

25일 개봉하는 새 영화 '이웃사촌'. [사진 리틀빅픽처스, 트리니티픽쳐스]

25일 개봉하는 새 영화 '이웃사촌'. [사진 리틀빅픽처스, 트리니티픽쳐스]

이번 영화는 주연 오달수가 3년 전 촬영을 마치고 이듬해 ‘미투 사건’에 연루되면서 개봉이 무기한 연기돼온 바다. 두 건의 의혹이 각각 공소시효 만료,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공식 고소하지 않음에 따라 지난해 8월 내사 종결되며 어렵게 개봉 일정을 잡았다. 이 감독은 ‘7번방의 선물’에서 그와 호흡 맞춘 데 이어 이번엔 특유의 소탈함을 살린 진중한 캐릭터를 다시 맡겼다.
오프닝신에서 야당 총재가 귀국하며 “내가 얼마나 됐지? 오래됐네, 3년이나”하는 대사는 실제 오달수의 얘기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이 감독은 “그 대사 쓴 게 2016년”이라며 “개봉이 밀리면서 ‘어떻게 알고 썼냐’는 반응에 저도 놀랄 노자였다”고 했다. 그는 또 촬영하며 동고동락한 오달수를 “내 식구”라 부르며 “그런 것(미투)에 대한 판가름이 제가 넘어설 수 없는 부분이 된다면 외롭지 않게 옆에 있어 주는 게 제가 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달수와 별개로 저를 믿고 따라온 많은 크루에 대한 책임도 있었다. 개봉이 언제가 될지 몰라도 모나지 않은 영화로 최선을 다해 편집하고 녹음하고 믹싱하는 게 제 할 일이라 생각했다”고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그는 “제 영화가 늘 뻔한 스토리다, 신파다, 이런 얘기 많이 듣는데 저는 된장찌개처럼 익숙한 맛을 어떻게 하면 새롭게 보여줄까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80년대 군부 독재에 대한 민주화 운동을 너무 쉽게 생각하며 간 것 아니냐는 리뷰도 봤다”면서 “‘7번방의 선물’ 애드벌룬 장면처럼 현실에서 잘 벌어지지 않는, 어른들의 우화, 동화 같이 읽히길 바랐다. 당시 정서를 서슬퍼런 잣대가 아닌 우화적인 느낌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7번방의 선물’은 예상치 못한 흥행이라 즐기지를 못했어요. 그 이후 중국에 가서 영화 공부도 하고 7년이 지나면서 제가 가진 것을 더 나눠줄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어졌죠.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해나갈까, 하면 답은 화해와 용서죠. 사람을 이해시키고 화해하고 용서하는 영화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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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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