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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공수처·가덕도법 속도전…당론엔 "급해도 법안은 순서대로"

중앙일보 2020.11.27 09:00
더불어민주당이 26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발의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위원장 김수삼)가 지난 17일 김해신공항 추진을 재검토하라고 발표한 지 열흘 만이다. 지난 20일엔 국민의힘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이 먼저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날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정기국회에서 (특별법 처리를) 매듭지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검증위 발표 당시 김수삼 위원장은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가덕도를 포함해 다른 곳을 대안으로 제시한 적은 없다. 그러나 여야가 발의한 특별법에는 2030년 부산 엑스포에 맞춰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며 ▶소요 예산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인허가 관련 절차 최소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아직 검증 결과에 따른 김해신공항 재검토는 물론 별다른 계획을 밝힌 적이 없는 상황에서 먼저 ‘가덕도’를 점찍은 것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민주당 동남권신공항추진단장)과 부산·울산·경남 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26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홍철, 최인호, 박재호, 이상헌, 한정애, 전재수(한 의장 뒤), 김정호, 김두관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민주당 동남권신공항추진단장)과 부산·울산·경남 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26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홍철, 최인호, 박재호, 이상헌, 한정애, 전재수(한 의장 뒤), 김정호, 김두관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이를 두고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부산 지역 민심을 신경 쓰다 보니 대규모 국책 사업 추진에 무리수를 두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10조원가량의 사업비가 예상되는데도 ‘국가균형발전’을 명분으로 경제성 평가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세계적 권위가 있는 해외 전문기관을 동원했던 건 지역별 이해다툼에 휘말리지 않고 공정하게 비용·편익 분석을 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일인데도 검증위 발표 후 새로운 대안 제시와 타당한 검증 절차 없이 정치 논리만으로 결정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의석수 믿고 속도전=민주당이 속도전을 벌이는 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뿐만이 아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 시 야당의 비토(veto·거부)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 아직 경제계의 이견이 있는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표현의 자유를 과도히 제약할 수 있단 지적이 있는 5·18민주화운동특별법 개정안 등이 정기국회 종료일(12월 9일) 안에 처리할 법안리스트에 올라 있다.
 
모두 야당의 협조가 불투명한 법안이지만 민주당은 정기국회 내 처리를 다짐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어렵다면 12월 임시국회를 열어 연내 처리를 강행하겠단 입장이다. 174석을 보유한 민주당에겐 야당의 저지 시도가 그다지 큰 장애물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미 지난 7월 ‘부동산 3법’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을 야당 반발 속에 단독으로 처리했던 경험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7월 당론 1호로 발의한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에는 법안의 '선입선출'(먼저 회부된 법을 먼저 심의) 원칙이 명기돼 있다. [자료 국회 운영위원회 검토보고서]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7월 당론 1호로 발의한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에는 법안의 '선입선출'(먼저 회부된 법을 먼저 심의) 원칙이 명기돼 있다. [자료 국회 운영위원회 검토보고서]

◆법안 선입선출이 당론인데=정치권에선 이러한 여권발 속도전이 민주당의 당론 1호인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 등)과 상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7월 당시 민주당 의원 177인이 공동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는 법안의 ‘선입선출(先入先出)’ 원칙이 명시돼 있다. “위원장은 위원회에 회부된 순서에 따라 심의 대상 안건을 정한다”(49조의2 3항)는 내용이다. 다만 ▶회부된 순서에 따라 심사되는 안건 관련 법안 ▶긴급한 사회·경제·재정적 현안 관련 법안의 경우 위원장이 간사와 협의를 거쳐 먼저 심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내용은 소관 상임위에 회부된 법안 중 소위에 한 번도 상정되지 못한 법안이 19대 국회 땐 31.5%, 20대 국회 땐 47.5%에 달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민주당이 스스로 마련한 법안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지난 24~25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회운영개선소위 테이블에 올랐지만 “취지에는 공감하나 숙의가 필요하다”는 야당 주장에 막혀 처리되지 못했다. 익명을 요청한 국회 관계자는 “다른 상임위에선 여당 입맛에 따라 선입선출 원칙을 무시한 행태가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와중에 이 내용을 함께 고민하자고 하니 서로 얼마나 민망한 일이냐”고 말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계류 중인 법안 중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야당 발의 기준)보다 먼저 국토교통위에 회부된 법안은 333건, 공수처법 개정안(김용민 의원 대표발의)보다 법제사법위에 회부된 법안은 250건에 이른다. 국정원법 개정안 역시 앞서 정보위에 회부됐던 법안 3건을 ‘패싱’하고 지난 24일 법안소위에서 여당 단독으로 의결됐다. 이와 관련, 운영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국회법엔 여러 원칙이 있지만, 교섭단체 협의에 따라 여지를 다양하게 두고 있다”며 “해당 국회법 개정안이 아직 통과되지 않았는데 자기모순을 말하는 건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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