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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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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120년전 서울에도 있던 ‘트램’···처음엔 말이 열차 끌고다녔다

중앙일보 2020.11.27 06:00
홍콩의 명물인 2층 트램. 1904년 처음 개통됐다. [출처 위키백과]

홍콩의 명물인 2층 트램. 1904년 처음 개통됐다. [출처 위키백과]

 홍콩 하면 여러 가지 명물이 떠오르겠지만 그중에서 2층짜리 트램(Tram)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겁니다. 2층 트램과 자동차가 도로에서 뒤섞여 다니는 모습은 낯설지만 흥미로운 광경이기도 합니다. 
 
 또 일본 홋카이도(북해도)의 항구도시인 하코다테를 방문하면 꼭 노면전차를 타보라는 권유를 받게 되는데요. 도시를 대표하는 오래된 명물이라는 설명입니다.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데요. 아쉽게도 국내엔 운영 중인 트램이 없습니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은 부산의 오륙도선 실증노선이 예정대로 2023년에 완공된다면 국내 1호 트램으로 기록될 텐데요. 
하코다테의 명물인 노면전차. [블로그 푸른하늘연행 캡처]

하코다테의 명물인 노면전차. [블로그 푸른하늘연행 캡처]

 

  1899년 서대문~청량리 노면전차 등장  

 이번에 승인된 실증노선은 전체 오륙도선(부산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ㆍ부경대역~용호동 오륙도 SK뷰 아파트) 5.15km 구간 가운데 경성대ㆍ부경대역에서 용호동 이기대 어귀 삼거리까지 1.9km 구간으로 정거장 5곳과 차량기지 1곳이 각각 건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륙도선에 이어 대전에서도 2027년까지 도시철도 2호선을 트램으로 건설할 계획이고, 경기도 동탄 등 여러 지자체도 트램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국내에서도 차츰 트램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할 텐데요. 
오륙도선 실증노선의 트램 조감도. [제공 부산시]

오륙도선 실증노선의 트램 조감도. [제공 부산시]

 
 하지만 조금만 더 살펴보면 현재 운영 중인 트램이 없을 뿐 우리나라에 트램이 존재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무려 121년 전인 1899년 12월에 서울 서대문~청량리 사이에 처음 노면전차가 등장했는데요. 바로 노면전차가 트램의 다른 이름입니다. 
 
 당시 서울에 놓인 노면전차는 일본 교토(1895년)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개설된 전차라고 하는데요. 이후 사대문 안을 중심으로 노선이 여럿 연결됐고, 평양과 부산에도 건설됐습니다. 
 
서울 보신각 옆에 정차한 노면전차. [출처 위키백과]

서울 보신각 옆에 정차한 노면전차. [출처 위키백과]

 트램 원조는 말이 끌던 '마차철도' 

 이러한 노면전차, 즉 트램의 원조를 '마차철도(Horsecar)'로 보기도 합니다. 마차철도는 말 그대로 말이 끄는 열차인데요. 레일 위에 있는 열차를 말이 끌면서 승객과 짐을 실어 날랐다고 합니다. 1800년대 초반에 등장했지만 1880년대 전기를 이용한 트램이 도입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전기로 다니는 전기 트램을 발명한 건 독일의 지멘스이지만 실용화는 미국이 1887년에 먼저 했다고 하는데요. 기존의 기차보다 건설비가 싸고 또 수송능력도 뛰어나다는 장점 때문에 10여년 사이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 나갔습니다. 
트램의 원조로 불리는 마차철도. [출처 위키백과]

트램의 원조로 불리는 마차철도. [출처 위키백과]

 
 그러나 이후 자동차가 대거 보급되고 버스도 등장하면서 트램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집니다. 도로 위로 다니는 트램이 늘어난 자가용과 버스의 통행을 불편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건데요. 국내에서도 이러한 이유로 52년 전인 1968년 노면전차 운행이 전면 중단됩니다. 
 
여기서 또 한 번의 반전이 있습니다. 급격히 증가한 자동차로 인해 교통 체증이 심해지고, 대기오염도 가중되면서 이를 해결할 방안을 각 나라가 고심하게 되는데요. 이때 다시 주목을 받은 게 바로 트램입니다. 
파리의 과거 노면전차 모습. [출처 위키백과]

파리의 과거 노면전차 모습. [출처 위키백과]

 

 친환경 대량수송으로 트램 부활 

 1990년대 들어 다시 도입되기 시작해 현재는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2300여개 노선이 운행되고 있는데요. 유럽과 미국, 호주 등이 대표적인 트램 운영 국가입니다. 
 
 트램은 동력 공급방식에 따라 일반적으로 가선과 무가선으로 나뉘는데요. 길 위에 설치된 전차선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는 방식이 가선입니다. 반면 무가선은 배터리를 이용해서 달리기 때문에 도로 상에 전차선이 필요 없습니다. 
유럽에세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트램. [사진 중앙일보]

유럽에세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트램. [사진 중앙일보]

 
 미관상 무가선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운행 노선이 길 경우에는 배터리 용량의 한계 때문에 무가선 도입이 쉽지는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선과 무가선 방식을 혼합하기도 합니다. 속도는 시속 20~30㎞ 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합니다.  
 
트램 전문가인 그레엄 큐리 교수(호주 모나쉬대학교)에 따르면 트램의 장점은 우선 지하철에 비해 건설비가 훨씬 저렴하고, 버스보다수송 인원이 2~3배에 달한다는 겁니다. 차량을 몇량 연결하느냐에 따라서 수송 인원은 가변적인데요. 트램은 열차와 달리 '량' 대신 '모듈'로 표현한다고 합니다. 
 

 도로 같이 쓰는 자동차 반발이 숙제  

호주 멜버른에서 운영되고 있는 1세대 트램. [사진 중앙일보]

호주 멜버른에서 운영되고 있는 1세대 트램. [사진 중앙일보]

 트램은 저상차량이기 때문에 노약자나 장애인의 이용도 편리합니다. 또 전기나 배터리를 쓰기 때문에 배기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고, 여기에 수려한 디자인 덕분에 도시의 미관을 한층 개선하는 효과도 있는데요. 
 
 반면 트램을 건설하면 도로 용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자동차 운전자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큽니다. 경로가 많이 겹치는 시내버스 노선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도 쉽지 않은 숙제입니다. 또 한 번 트램 선로를 놓게 되면 노선 변경이 사실상 어렵다는 단점도 지적됩니다. 
 
 결국 트램을 차질없이 건설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계획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가용 운전자 등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설득과 공감대 형성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과제일 것 같습니다. 
대전 트램 노선도. [출처 대전시]

대전 트램 노선도. [출처 대전시]

 
 특히 대전처럼 37㎞의 순환선을 트램으로 운영하려면 상당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버스 노선 조정은 물론 효율적인 환승 절차를 만들고, 피크타임 때 대거 몰릴 승객을 어떻게 안전하게 수용할 것인지 등 여러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만 하는데요. 대전이 이러한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트램을 명실상부한 중심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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