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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춘의 꿈 현실로? “늙은 세포가 젊은 세포로 되돌아갔다”

중앙일보 2020.11.27 00:09 종합 2면 지면보기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 등장하는 브래드 피트(벤자민 버튼 역)의 모습. 노화가 거꾸로 진행돼(왼쪽에서 오른쪽) 나이가 들수록 젊어진다는 설정이다. KAIST 조광현 교수팀은 노화된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역노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영화 장면 캡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 등장하는 브래드 피트(벤자민 버튼 역)의 모습. 노화가 거꾸로 진행돼(왼쪽에서 오른쪽) 나이가 들수록 젊어진다는 설정이다. KAIST 조광현 교수팀은 노화된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역노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영화 장면 캡처]

공상과학(SF) 판타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80세의 신체를 지닌 채 태어난 아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젊어지면서 겪는 사랑과 이별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영화처럼 아기로 돌아갈 정도로 노화를 거스르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노화 이전의 젊고 건강한 몸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인류의 공통된 꿈이다. 이런 ‘역(逆)노화’의 꿈에 한발 더 다가가는 기초 원천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KAIST는 바이오 및 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이 시스템 생물학 연구를 통해 노화된 인간 진피 섬유아세포를 정상적인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역노화의 초기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역노화란 세포를 다시 젊은 세포 상태로 되돌려 노화가 반대로 진행되는 현상을 말한다.
 

KAIST 조광현 교수 연구팀
노화 차단 열쇠, PDK1 단백질 발견
해당 단백질 조절해 피부 회춘 입증
“암 유발 부작용 없는 기초 원천기술”

조 교수팀은 우선 시스템 생물학 연구를 통해 인간 진피 섬유아세포망의 컴퓨터 모델을 개발해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PDK1’이란 단백질이 노화를 일으키는 네트워크를 차단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그동안 세포 성장을 조절하는 단백질(mTOR)이나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을 생성하는 단백질(NF-kB)이 활성화하면 노화가 진행된다는 연구 결과는 많았다. 하지만 ‘PDK1’이 이런 노화를 일으키는 단백질을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PDK1’ 활동을 억제할 경우 노화된 세포가 다시 정상적인 젊은 세포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증명해 냈다. 조 교수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네트워크 중에서 노화에 이르는 네크워크를 가장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마스터 스위치’를 발견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한발 더 나아가 노화된 인공 피부를 통해 ‘PDK1’을 억제했을 때 세포가 활력을 되찾는 걸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진피층이 얇아지면서 콜라겐 합성이 줄어드는 노화현상을 나타내던 피부가 ‘PDK1’를 억제하자 정상적으로 기능을 회복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역노화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역노화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연구팀은 특히 역노화 연구의 난제였던 종양·암 유발 위험을 낮추고 안정성을 확보한 것을 주요한 성과로 꼽고 있다. 현재까지 널리 연구되고 있는 역노화 방식은 이미 분화된 세포를 역 분화시키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세포 분열이 통제되지 않을 경우 종양이나 암이 생길 우려가 있다. 조 교수는 “PDK1을 억제하는 방식은 암세포로 변질되는 우려를 막을 수 있어 안전하게 젊고 건강한 세포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피부 노화뿐 아니라 노화 세포가 늘어나면 생기는 각종 노인성 질환 등을 막을 수 있는 역노화 약물의 원천기술이 개발된 것”이라며 “투자를 통한 상업화 과정을 거치면 5년 내 안전한 역노화 유도화 약물이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함께 연구에 참여한 아모레퍼시픽은 동백추출물에서 PDK1 억제 성분을 추출해 노화된 피부의 주름을 개선하는 화장품을 개발 중이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학생, 강준수·이수범 연구원과 아모레퍼시픽의 바이오사이언스랩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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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김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