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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상담 급한데…1393은 복지 민원 통화 중

중앙일보 2020.11.27 00:02 종합 14면 지면보기
“상담전화가 넘치는데,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생명 그소중함을 위하여 (37)
1~10월 상담전화 60% 늘었는데
상담사들, 정책응답까지 떠안아
통화시도 3건 중 2건 연결 안 돼
“인력 늘리거나 시스템 바꿔야”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1393 자살예방 상담전화는 극단적 선택을 막는 최전방 전선이다. 과부하가 걸린지 오래지만 해결책이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진 올해 10월까지 1393으로 월 평균 1만4542건의 상담전화가 왔다. 지난해(9217건)보다 60% 가량 늘었다. 상담사 32명이 4조 3교대로 24시간 눈코 뜰 새 없지만 실제 상담은 월 5000건을 조금 넘는 정도다.
 
전국 시·군·구 ‘극단 선택’ 예방 성적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국 시·군·구 ‘극단 선택’ 예방 성적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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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A씨는 “한부모 여성이 일을 나가지 못해 아이들과 함께 죽고 싶다고 하거나 실직해 자해 충동이 생긴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넘쳐나는 전화를 받지 못하니 부담된다”고 말했다. 자살예방 상담전화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긴박한 순간의 자살 시도자를 놓치지 않을까 늘 걱정스럽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자살 상담이 몰리는 심야 시간대(오후 11시~새벽 1시) 응대율이 30%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393을 찾는 사람은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한데 이를 제대로 커버하지 못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지금이 매우 위험한 시기라고 진단한다. 이 교수는 “그동안 다같이 코로나를 이기자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장기화하면서 취약계층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졌고, 대유행을 앞두고 이들의 불안감이 커진다”며 “긴급 점검이 필요한 때가 왔다”고 말했다.
 
정부의 주요 심리지원 대책.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d

정부의 주요 심리지원 대책.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d

1393 상담사는 129(보건복지상담센터)로 걸려오는 정책 상담도 응대한다. A씨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땐 문의가 폭주해 한 명이 100통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응급 환자를 병원에 연계하는 체계도 여전히 작동하지 않는다. 이달 초 조현병 증세를 보인 50대 환자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경찰과 119구급대원이 응급입원 시키려 했으나 정신병원 4~5곳이 거절했다. 집으로 돌아간 환자는 며칠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야간 당직의사가 있어야 입원을 판단하는데, 그게 안 된다. 구걸하다시피 이 병원 저 병원 알아보다 시·도 지정병원까지 갔으나 입원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1393 상담전화 응대건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393 상담전화 응대건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A 상담사는 “입원이 여의치 않아 자살 시도를 하고도 집이나 경찰지구대에서 대기한다”며 “코로나가 터진 뒤로 검사 받고 집에서 대기하면 다음 날 입원시켜주겠다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응급 정신질환자를 받아 선별 진료와 기본적인 처치를 한 뒤 전원시키는 데는 경기 등 일부 지역뿐”이라며 “경찰이 환자를 입원시키지 못해 헤매다 가족에 인계한 뒤에 결국 사고가 나는 후진적 시스템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 8월 코로나19 블루 관련, 52가지의 심리사업을 하겠다고 홍보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동우 교수는 “1393 상담사를 더 투입하거나 반복 상담 요청자를 가려내 전문상담으로 인계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종우 센터장은 “경고 신호를 보고 서비스로 연결하는 게 중요한 시점인데 복지관도 문을 닫고 재활치료도 못 간다”며 “사각지대에 있는 독거노인이나 중증 정신질환자, 장애인 등이 고립돼 방치될 위험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백 센터장은 “미국 뉴욕에선 고위험군에 아이패드를 지급해 사례 관리자가 화상 전화로 대상자를 살핀다. 고위험군 관리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중앙일보·안실련·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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