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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에 딸 잃은 대만 부모 “처벌 강화” 靑 청원에 15만명 동의

중앙일보 2020.11.26 19:30
‘횡단보도 보행 중 음주 운전자의 사고로 28살 청년이 사망했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6일 1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사망한 대만 유학생의 친구가 청원을 올린 지 3일 만이다. 앞서 유족 측은 대만 현지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부가 응답할 수 있는 기준인 20만 명이 될 때까지 청원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지난 6일 오후 11시 40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양재전화국사거리 부근 왕복 7차선 횡단보도. 집으로 귀가하던 대만 유학생 쩡모(28·여)씨가 만취 운전자 김모(50대·남)씨의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쩡씨는 초록 불로 바뀐 보행자 신호를 보고 길을 건너던 중이었다. 술에 취한 김씨는 빨간불 차량 신호를 무시한 채 시속 80㎞로 내달렸다. 도로 제한속도는 시속 50㎞였다. 김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08%. 사고 직후 쩡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로 딸을 잃은 쩡씨 부부 [사진 TVBS 캡처]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로 딸을 잃은 쩡씨 부부 [사진 TVBS 캡처]

쩡씨 부모는 한국에 도착해서야 음주 운전자의 신호 위반으로 외동딸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주한 대만대사관에 따르면 쩡씨의 부모는 한국·대만 양국 대사관의 도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거쳐 지난 10일 한국에 입국했다. 운전자 김씨는 이전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력이 있는 상습범이었다.
 
이 사건은 지난 23일 쩡씨의 친구가 청와대 청원을 올려 알려졌다. 작성자는 "28살 젊고 유망한 청년이 초록색 신호에 맞추어 길을 건너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였다"며 "손써볼 겨를도 없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에 온 친구의 부모님께서 들으실 수 있었던 말은 가해자가 ‘음주’인 상태에서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에 처벌이 오히려 경감될 수 있다는 말뿐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이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음주운전 범죄에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되고 있는 청원 촉구글. 청와대 국민청원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중국어로 설명했다. [사진 SNS 캡처]

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되고 있는 청원 촉구글. 청와대 국민청원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중국어로 설명했다. [사진 SNS 캡처]

지난 17일 대만으로 돌아간 쩡씨의 부모도 자유시보, TVBS 등 유력 대만 언론에 출연해 청와대 청원에 동참해 달라고 부탁했다. 일부 언론은 한국 청와대 청원에 동의하는 절차를 소개하기도 했다. 방송에 출연한 쩡씨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평소 매일 연락하던 딸이 피를 흘리고 누워있었다"고 말했다. 쩡씨의 아버지는 "저희 청원을 통해 딸의 죽음이 헛된 희생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요청한다는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대만에 있는 쩡씨의 친구들도 SNS를 통해 "청원에 참여해달라"며 청와대 홈페이지 주소를 공유했다. 청원 동의자는 26일 오후 7시 기준 15만 8000명을 넘어섰다.
 
경찰은 지난 1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죄를 적용해 김씨를 구속한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김씨가 음주운전으로 쩡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상습 음주 운전자에 대한 차량압수, 음주운전 방조범에 대한 수사 등을 통해 음주운전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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