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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혼돈의 '코로나 1학년'…교육부·교사가 중심 잡아줘야

중앙일보 2020.11.26 18:10
23일 초등학교 1학년인 이지오(7)군이 EBS 교육방송 컨텐츠 보며 온라인 학습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23일 초등학교 1학년인 이지오(7)군이 EBS 교육방송 컨텐츠 보며 온라인 학습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직장인 A씨는 최근 아이가 가져오는 받아쓰기 공책을 볼 때마다 심장이 철렁한다. 아이가 아닌 자신이 받는 성적표 같아서다. A씨는 이 받아쓰기 점수가 온라인 중심 수업을 하는 동안 가정에서 아이를 얼마나 보살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했다. 맞벌이 부부였던 A씨는 사교육마저 없었으면 아이가 평균 이하의 성적을 받았을 거라고 자조했다. 그는 “하루 20분 정도 되는 온라인 수업에서 뭘 배우겠냐. 학원에 다녀서 그나마 쫓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결국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학력 격차는 모두 가정에서 떠맡게 됐다”고 말했다. 
 
A씨 자녀처럼 올해 초·중·고교와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신입생 생활을 누리지 못한 1학년 학생은 194만명. 이들 중 비대면 수업에 대한 불신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심각했다. 한 고1 학생은 “집중도도 떨어지고 수업의 질이 형편없었다. 같은 온라인 강의면 차라리 학원에서 하는 인강(인터넷 강의)을 듣겠다”고 말했다.
 
비대면 수업의 문제는 단지 학력 격차로만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과 정서적 교류 창구 역시 닫혔다. 한창 사춘기인 중학교 1학년들은 선생님과의 관계와 ‘단절 수준’이라고 말했다. 속내를 터놓을 곳 없는 아이들은 오히려 사이버 상담소를 찾았다. 실제 지난 1월~9월까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접수된 상담 사례 건수 중 중1의 상담 건수가 가장 많았다. 유형별로는 인터넷 사용 과다(26.3%), 친구 관계(16.5%), 긴장ㆍ불안ㆍ우울감(16.4%), 학업ㆍ진로 문제(12.8), 가족 갈등(10.3%) 순이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뭘 했냐’는 질문에 교사들도 할 말이 많다. 한 중학교 교사는 “온라인 수업에서 참 어려운 게 학생들과의 라포(rapport, 친밀감) 형성이다. 중학교 1학년은 학교에서 마주친 적도 없는 전혀 새로운 아이들이라 비대면으로 친밀감을 쌓기가 정말 어렵다”고 토로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6일 오후 수능이 치러질 대구 시내 한 시험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별방역이 실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6일 오후 수능이 치러질 대구 시내 한 시험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별방역이 실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교사들은 교육부와의 ‘불통’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등교나 온라인 수업 전환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소식을 내부 공문이 아닌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해 미처 대비할 틈이 없다고 했다. 10년 차 교사 B씨는 “원격 수업의 경우 미리 영상을 만들어야 해서 시간이 필요한데 교육부가 사전 안내도 없이 하루 이틀 전 급박하게 발표를 해버린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교육부 공지를 조금이라도 빨리 알기 위해 네이버 뉴스 속보나 맘 카페 게시글을 체크한다. 교사들끼리는 일명 ‘네이버 공문’이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교사와 학부모, 교육부가 핑퐁 게임을 반복하는 동안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건 학생들이다. 한 교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상처뿐이었던 한 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현재, 희망의 끈을 놓을 순 없다. 엄문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가 단순히 학습장소가 아니라 사회화나 돌봄,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환기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엄 교수의 말처럼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1년간의 결과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려는 노력과 함께 새로운 교육 체제를 구축에 대한 논의가 부단히 이뤄져야 한다. 또다시 상처뿐인 한 해가 되지 않으려면 “한 명의 아이도 뒤처지게 두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교육부와 일선 교사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제대로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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